비오는 날엔
내리는 비에 눌려
모든것이
내 안으로 몰려들어온다.
해질 무렵
시골집 낮은 굴뚝 연기가
발목에 착 감기어 오듯
그렇게 아득한 기억들이 내게 감겨온다.
내리는 빗줄기 사이사이로
지나간 얼굴들이 하나둘
지나간 시간들이 하나 둘 채워진다.
커다란 종이박스로 거푸집 지어
소꿉놀이하던
그 공간만큼은 오롯이 내 것이었던
그 날처럼
내리는 비에 기꺼이 갇혀
내 속 기억들과 조우를 한다.
장대비 마다않고 만난 이른 아침
작은 우산속에서
밤새도록 사무친 그리움 녹여내던
스무살 시절 사랑과 다시 만난다.
양철지붕에 부딪히는 비소리마저
잊게하는 회색도시.
쩍쩍 갈라진 메마른 가슴에
추적추적 여름비는
내 가슴속에 물길을 만들어준다.
양분 없고 얕은 내 가슴에
이뿐 노란꽃으로 피어
솜털같은 분신을 날려버리는
민들레 홀씨를 묻어본다.
오늘도 비는...
그렇게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