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바람이라도 불면 흩어 지겠는데...
조용하고 어둡고 길은 하나다.
발소리가 들린다.
나 혼자 걸어 가는구나...먼길을 혼자서.
비가 차곡차곡 눈처럼 쌓인다.
내 가슴에 수맥이 흐른다.
그래서, 비가 눈처럼 쌓이기만 한다.
초록대지가 가슴 밑에 자리 해서
비를 받고 꽃이 크고, 과일이 열리면......
그렇게 나도 피고 자라고 익을 수 있을텐데.
아이처럼 큰 길 한가운데 두다리 쭉 뻗고 구르고
울고 싶다. 울고 싶다.
가슴에 비가 내린다. 쌓여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