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비는
질척한 거리만 남겨둔 채
새로운 아침을 내게 가져다 준다.
오늘은
아무런 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당신만 그리워 할 수 있도록
황토비가 주룩 주룩 내려줬으면 좋겠다.
비를 핑계삼아
비속에 갇혀서
당신만 그리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슴속 밀려오는 서러움
퍼내도
퍼내도
자꾸만 차오르는
이 그리움
차곡 차곡 쌓여진 추억들이
온 몸을 짖눌러
걷고 있는 발걸음조차
내 것이 아니다.
가끔
내 머리를 수도없이 흔들어서
제자리에 갖다놓지만
또 달아나는 생각들을
붙드느라
내 팔은 온통 멍 투성이다.
오늘은
오늘은
당신을 실컷 그리워할 수 있게
황토비가 하루종일 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