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갔건만
처마끝은 미련을 부린다.
맑게 부셔졌던 물보라가
오색 찬란한 무지개가
기와지붕에 피어올랐던 기왓장냄새가
잊혀지지 않아.
지나간 소나기의 길목을 쳐다본다.
햇살의 눈부심에
들켜버린 제 미련을
뚝
뚝
뚝
어쩔수 없이 놓아버린다.
저 만큼 멀리 달아난 소나기가
남긴 입김을
뚝
뚝
뚝
다시 찾아내지 못할 대지속으로
보내버린다.
넘 버겁다.
목메인 여린 땅은
둥근 흔적을 만들어
아무말없이 삼킨다.
다시 바람이 불어
그 흔적을 지워버리면
처마도 제 미련을 잊겠지.
비웃던 햇살과
나란히 꼿꼿이 서서
헛헛
허한 웃음과 함께 날려버리겠지..
그래도
그래도
처마는 대지속으로
놓아야만 했던 추억이
어디쯤 있는지
숨이 멎는 날
끊어진 시간들이
다시 이어질
그곳으로 찾아가리라
하염없는 눈빛으로 약속한다.
기
다
려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