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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비처럼...내 안의 모든 걸...


BY 정현정(은빛슬픔 2006-03-05

 

다 쏟을래.. 저 비처럼.. 내 안의 모든 걸...
세상이 채 준비도 끝내지 못한 틈을 타
저렇게 부어지는 비처럼 순식간의
내 안의 모든 걸 그렇게 지워버릴 수 있길...
난 소원한다.
내가 죽어버릴 수 있도록...
내 이름도.
내 이름을 사랑한 그 사람도,
내 존재를 기억하는 내 추억들도...
그렇게 죽어버리길 소원한다.
내 마음을 죽일 수 있다면
리턴해 돌아올 사랑따윈 없을테니까...
늘 아픔을 추스릴 새도 없이
그렇게 시간은 내게 넘 빠른 시작을 주려했고,
시작에 익숙할때쯤
그것이 준 작은 미소들을 앗아갔다.
되풀이되는 슬픔이 이젠 싫어서...
난 이제 모아둔 아픔과 함께 나를 버리려 한다.
도망자라해도 좋구...
비겁자라해도 좋다...
하지만 그거이 만신창이가 된
내 영혼의 마지막 배려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그 한가지 일이
내게 영원한 하나의 미소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할꺼야.
나의 이름으로 살아온 날들은 허무한 세상이였다.
모래로 만들어진... 부서져 내릴 거 뻔한 그런 세상이였다.
알면서도... 알면서도 그렇게 살아왔던 건...
하늘은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은 주지 않는다고 믿었기때문에...
그런데 감달할 수 없는 시련을 하늘은 주고 있었다...
파도에 씻져질 내 이름이여...
파도에 씻겨질 아픈 내 사랑이여....
우린 그렇게 힘없이 지줘지며 사라질 걸 알면서도
왜 아픔을 감당하려 했던거야...
이젠 지워진 그 모래 사장위에
내 이름을 쓰지 않는다...
너의 이름을 쓰지 않는다...
그렇게 그렇게 서서히 난 나를 지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