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시간들이 남겨놓은 잔해들을 봅니다.
계절의 그림자를 따라
이젠 예전의 그 어떤 모습도 찾을 수 없을만치
시행착오를 겪어온 나인데
닭이 지 날개를 지니고도 날 수 없듯이
나 또한 병신감은 몸둥아리 이끌며
누군가가 그려놓은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당연한 듯 걸어가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선택받고 태어난 내가 고작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고 가는 것...
그리지 못할 꿈들을 그렇게
가슴 한 켠 쑤셔 박아놓고,
아픔조차 느낄 수 없는 이 부러진 날개만을 핥고 있으니...
깰 수 없을 것 같다던 그 두려움이
깰 수 없단 확신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고 보니
이 세상은 참으로 똑똑한 바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토록이나 단단한 이중창으로,
볼 수 있음에도
볼 수 없는 장님으로 우리 눈을 가려버렸으니 말입니다.
이미 우린 정해진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밖에 움직여질 수 없는
그래서 우리 몸은 기름칠해야하는 고철덩이처럼
삐걱이기만 하나 봅니다.
어쩜 난 세상의 마지막 슬픔이란 걸...
그 슬픈 사실이 날개짓할 수 없는 날
더욱 슬프게 하는 일임을...
왜 진작에 알지 못한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