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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시작될 무렵...


BY 개망초꽃 2002-06-08

..



수목원을 갔었어.
몇년만인지...
한 십년은 되었나?

들판엔 풀잎이 무성하고
개망초꽃이 하야니...
정말 이뻤어.
"저 꽃이 개망초꽃이야"  
사이 사이 노랑꽃이 뭐냐고 묻길래
"응..그건 애기똥풀꽃이야"

들을 지나거나
들길을 걷거나
그러면...
난 참 이상하게도 마음이 개운해져.

슬픈 추억이 고여 있는 꽃이지만
친구에겐 말하지 않았어.
첫사랑은 있잖아...
가슴속에 묻어두는 것이거든.

주목나무 숲이 하늘을 가리운 길.
옛일처럼 쌓여진 세월의 뒤안 길.

그늘아래 차를 세우고
작은 매점에서 음료수 한 병을 사서 나누어 먹었어.
숲길엔
다람쥐 여러 마리가 겁내지도 않고 뛰어다니데..
적응이 되서 그런가 봐.
매일 보는 사람들이니까..

개망초꽃을 종일 보아도 이제 괜찮아.
하도 지천이라서 그런가 봐.
여름내내 보아야 될 꽃이니까...

햇볕 아래엔 여름이 왔어.
나무 그늘 아랜 여름은 꼭 아니야.
통나무 의자에 앉아 하늘소 한 마리를 잡았다가 놓아 주었어.
나무 썩는 냄새가 은은해.
풀 냄새가 풀럭풀럭 나.
흙 냄새는 축축한 느낌이 오지..

여름이 왔어.
개망초꽃이 도로가에도 들길에도 숲속에도 지천이야.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적응도 되었지만
난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어서일거야.

여름이 시작될 무렵....
서러움은 끝이 될 무렵...
사랑도 다시 할 수 있을거야.
흔하디 흔하지만
허무하고 허무하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거라 믿어야지 어쩌겠어.
그렇치?

아...여름이 다시 왔어.
그렇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