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 뿌연 안개속에 네 슬픔이 느껴졌어
높았던 이상의 고립과
지친 한숨과
넘지 못할 벽에 대한 분노까지도.
맑디 맑았던 네 영혼의 잔에
사랑 한 잔 따라놓고
그동안 닿을 수 없어 그저 얼려만 놓았던
위로 한 조각 섞어
네게 보내고 싶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서
선택했던 길이 달라서
정작 우리의 만남은 초라할 지경이었지만
가끔씩이나마 전해지던 네 열정이
네 외로움이 이제는 무뎌진
마음을 부수곤 했었다.
뜨거운 불에 끓었던 쌀 알갱이도
잦아드는 불에 더 몸을 넓히듯
꺼질 듯한 불꽃에도
생명을 일으키는 기적이 있음을
안다고 해도 정작 자신을
잠재우지 못하는 불면의 밤들이
너무 길어질까봐
멀리서 보내는 내 술 한 잔에 깊은 잠이 들기를..
바람부는 언덕에 핀 꽃 한송이에도
우주의 손길은 지나침이 없다
네 삶과 내 삶이 끝나는 그 날이 와도.
잠시 머무는 이 시간
헝클어진 머리 곱게 빗어 올리고 지천인
꽃길 따라 걸어 오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