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하고 걷는밤 비척거리며 따라오던 달빛이 담 너머 빈방으로 오라한다 땅속에서 겨울나기 하는 코스모스 씨앗처럼 숨죽이고 싶은데 잠시 혼자이고 싶은데, 통토 위에서 어서 꽃피라 한다 때론 멀리서 그대 바라보는 밤하늘 작은 푸른별이고 싶은데 겨울나무 틈새 몰래 비집고 나오는 연초록 햇살이고 싶은데 자꾸 뜨거워 지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