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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春雪]


BY 별바다 2001-04-20

---춘설(春雪)---


둥~ 둥~~~큰북이 속울음 울고 나면
꽤괭꽹깽~~ 꽹과리가 자즈러진다.

봄이 오다 멈춰버린 시장 통 길을 막고
핏대를 세워 쉰 목소리로 생존을 울부짖는
내 남편, 내 아들, 내 형제의 오열!!!

그 뒤, 길옆 보석가게 진열장은
대낮에도 백열등을 수 없이 밝히고 있었다.

머리에 묶은 붉은 띠는 피눈물에 젖었고
정의의 부재를 통탄하는 거리에는
검붉은 만장이 죽음처럼 넘실댄다.

그대 고통을 만난 적이 있는가?

生의 열망 앞에 흔들리는 등불
구원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난도질당한 가계부와 찌그러진 냄비가
발길에 채이며 길 위에 나자빠져 있었다.

찬바람이 스산한 골목 안 유모차에서
연년생의 아이들이 빈 젖병을 빨며 울고

빈혈에 비틀거리는 젊은 아내는
피 식은 심장으로
시멘트벽에 이마를 붙이고 서 있었다.

닦아지지 않는 눈물, 凍死한 미래
삶의 절규가 흙투성이 되어 굴러 다녔다.

그대 절망을 본 적이 있는가?

오는 봄에도
눈보라는 그날 따라 거세기만 했다.


-----대우자동차 해고노동자 시위현장에서, 별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