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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과 푸념


BY 리시안(toplys) 2000-11-10

여보!
나 오늘 한잔했다.
당신이 먹지못해
10여년 구경 못한 술을.

이웃집 아줌마가
겨울을 재촉하는
쓸쓸한 궂은비 오는데,
파전에 겉절이와 과일안주로,
손수 담은 메실주의 첫번째 뚜껑 따
귀한 대접 해 주시기에.

여보!
당신과 이렇게
부슬비 오는날
도란도란 마시고 싶은 술을
아래층 아줌마랑
대신 마셨어.
심심할때 놀러 오래.

오늘은 이렇게
평범하게
가정에 충실하고,
더 평범하게 자신의
삶에 순응하는 이웃 아줌마가
복잡한 인생철학가보다
많이 정겹게 느껴지네.

전엔 항상 깊이 생각하는 이웃이 좋았는데.

사는게 이런거지.
결혼생활 10년 지나니,
나만은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던
곧은 생에 대한 순수에의 집착.

그 모든 것이
세월이란 홍수속에
휩쓸려 가는거야.

삶의 도전장이
서서히 수포로 돌아가고,
앞서간 선배님들 삶을 닮아
포기할 건 저절로 포기가 되네.

여보!
잠자는 당신 모습에
지나간 삶이
겹친 영상으로
낙엽과 함께 가슴에 내려온다.

악을 써서라도
내가 옳다고 믿었던
그 길로 살아가려 애썼는데,
이제와 생각하면
그것도 아집이었어.

이제 한 발 뒤로 물러서
조금 먼 발치에서
당신을 보려고,
억제된 감정으로
말을 아끼며
조용히 바라보지만,
그 무엇도 말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시선만이
당신 주위에 파문처럼 번지네.

당신은 모르겠지?
아내보다 돈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사람.
존재의 무게를 모두 싫어도
채울 수 없는 당신의 이상을
멀리서 바라보며 슬퍼하는 나를.

끝이 어디냐고
내게 물을래요?
무덤이 내게 손짓을 멈추는 때.
난 그게 좋아요.
다른 사람은 모두 바람같은 존재인 걸.

이렇게 말하면서
늘 걸리는 건 내 핏줄들이 있다는 것.
그들의 사랑이
복잡한 삶 속으로
자꾸 등을 밀어요.

여보!
단순히 설명못할
이 현실을 팽게치고
뜻 없는 술을 한잔했는데
나른한 듯 기분이 좋다.
옆에 있음 건배하고 싶어.
남들에겐 쉬운일이 내겐 꿈이지.

노래:without you / mariah ca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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