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기장에 그 사람 이름은 바다였습니다.
그 는 남쪽 끝 바닷가에 살고 있었습니다.
스물 한 살 때.
덕수궁 은행잎이 노랗게 익을무렵
바다냄새가 출렁이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가 바다랍니다.
파도에 씻긴 조약돌 같았던 글씨.
가랑잎에 시를 쓰고
자주 달개비 꽃물로 파랗게 파랗게 썼던 편지.
그렇게 맑았던 그.
그 바다는 사랑도 기다림도 주었지만
난 대답없이 방파제만 걷고 또 걸었습니다.
투명한 유리반지만 두 개 남기고
나는 그를 보냈지만
나의 일기장에 그는 바다로 남았습니다.
지금도 그는 남쪽에 살고 있을까요.
바다를 닮아 순수했던 그.
지금도 잉크를 찍어 편지를 쓰고 있을까요?
일기장에 쓰여 있는 그.
바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