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3

귀천 .. 그리고 가을


BY 임선생 2000-10-26



歸 天 - 천상병시인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


내가 가끔 음미하는 천상병시인의 <귀천>을 적어보았습니다


지난 97년 6월 1일

인사동에 일요일마다 열리는 장터에서

천시인의 미망인인 <목순옥> 여사께서 고인의 유고시집에

자필서명을 해주시길래...

한권샀는데..

그 시집중에 있는 유명한 시..


인사동 모퉁이에 있는 허름한 찻집 <귀천>...

목여사가 찻집을 지키는데..

좌석이 4-5개 밖에 안되는 좁고..어둡고 허름한 찻집 <귀천>..


가서 차라두 한잔 할래두...

혼자 들어가 우두커니 앉아서 나 홀로 차를 마시기엔 왠지..

멋 적고 쑥스러워..

들어갈까.. 말까.. 망서리다가...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를 여러차례..



인사동은 어릴적 내고향이기도 하구...

특별한 볼일이 없어도 일 끝나면...

토요일오후에 가끔 가는 동네..



예전에 느끼던 고풍스런 운치보다는...

지금은 장삿속이 판치지만...


그래도 아수라지옥같은 서울에서는..

그나마 유일한 편안한 쉼터.. 인사동..

기분이 좀 울적할 때마다 찾는 내 고향동네..


발걸음이 더 내키면...

아예 안국동으로..풍문여고뒤로 돌아 덕성여고 끼고

삼청공원까지 나홀로 홀로...

고독을 우적 우적 씹으며 걷곤하지요...


어릴적 삼청공원 냇가에서..

발가벗구 동무들과 물놀이두 하구..

매미, 잠자리. 풍뎅이, 무당벌레두 잡구 놀았는데..



돌아오는 길엔..

어릴적 살던 사간동 옛 집터도 돌아보구..

지금은 어디서 무얼하구 사는지 모를...

어릴적 고향(?) 친구들 생각두 하면..


아하 ! 나에게도 이런 추억이 있다니 ! ....

------------
추 억
------------

세계는 지금 걱정투성이지만

내 마음 그런 것 아랑곳없이

과거로만 치닫는다


아름다운 추억도 있었지

그리고 멋진 일도 한두번이 아니지


그러나 그런 것 지금

기억해도 다 소용이 없네..

----------------------------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보문고에 들려..

어슬렁 어슬렁 한 두시간 책구경하구

한두권 사기두 하구..


시집이나 수필집 한권을 살까 말까..

"요즘 내가 정서가 매우 메말라있으니까"...


그러다가두..

시집이나 수필집보다는..

<인터넷비즈니스로 성공하는 법>

<디자인재료학>

<편집실무와 전자출판>

이런 <삭막한> 책을 사들고 나오는..

한심한 나 !


다시 광화문지하도를 건너..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하는..

풍경사진작가전을 보구나면..


그래!.. 바로 이거야..

멋진 풍경사진을 찍어야지..

겨울의 설악산 설경이나..

동해안 멋진 일출장면을 찍어서..

크게 확대해서 사진틀에 걸어놓으면 멋있겠지...

하지만 언제나 마음뿐이지요...


중계동 동네어귀..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오늘도 붉은 단풍은 물들어가는데..

단풍구경을 언제가지 ?..


단풍이 지기전에 얼른 ~ 단풍구경가야 하는데..

내 나이두 지금.. 계절로 치면 가을인데...

앞으로 단풍구경할 햇수가 많이 남아 있진 않는데..



10 년 정도 ?..

20 년 정도 ?..

우리나라 남자들 평균수명이 한 68세라니

잘하면 한 25 - 30번 정도는 구경할 수 있을거야...

암걸리지 않고..교통사고 나지말구.. 전쟁도 나지 않는다면 말이지..


물들어가는 가을단풍, 낙엽을 보면

항상 생각나는 오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

다시 한번 읽어봐야지...


바람불지말구.. 비 많이 오지않구..

그래야 낙엽구경많이 하는데..

아예 <접착제>를 나무들 위에다 뿌리면 어떨까 ?

떨어지지 말구 오래 오래... ㅎㅎ


나는..

정신구조가 특이해서..

하늘이 수정같이 투명하던가..

아니면 뭉개구름이 갖가지 형상을 만드는 청명한 날이면..

그날은 문닫구, 가방싸들구.. 사무실을 나선다오..


나가서 구름구경해야지...

그리구..

오늘은 저녁노을도 멋질거야...

밤하늘엔 은하수도 보이겠지..

그런 날이 내겐 <축제일> 이지..


이런 나를,

감정과 정서가 메마른 주변사람들은..

나보구 주책이라구 하는데..

이게 주책인가 ?...



나 하늘로 돌아가는날..

천사들에게 <가서 아름다웠노라..> 고 말해주려면..


이런 돈안드는 구경이라 많이 해두는게..

꼭 <주책>은 아닐거라구.. 아무렴. 당근이지..



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