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가을비는 거리로 흐르지 않는다 산수유 붉은 빛깔을 입에 머금고 가슴으로 스며들어 샘을 만든다 붉은 마음 다 마르도록 지키고 섰다가 세월의 강으로 인도하는 가을 비는 가을비는 숲으로 흐르지 않는다 전나무 짧은 잎파리에 투명한 노래로 남았다가 깊은 심연의 음율이 된다 숲 속에서 움직이는 미세한 떨림에도 춤추는 잎새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