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가을 단풍 한가운데로 향하는
내설악 입구
빨간 페인트 예쁘게 칠하고
그림처럼 서서 내 시선 붙잡는
공중전화 부스
-원하신다면,
그리운 목소리
가락처럼 뽑아낼 수 있어요.
카드나 동전을 주입하세요-
카드나 동전...
카드나 동전을......
주술처럼 되뇌지만,
쓸모 없는 지폐 몇 장 모시고
허풍떠는 내 주머니로는
열 수 없는 세상
열 수 없는 목소리
큰 것도 아닌
동전 한 푼 거슬러 받을
여유도 없이 살았는가...
하나 둘 후회의 생각들로
몸을 던지는 낙엽들
혼자 걷기에도 좁은
여윈 산비탈 오르다보니
절룩거리던 속세를 벗어나
천상의 단풍 속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그쯤 어디에서
내 그림자는 접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