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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낚으며. . .


BY 김재금 2000-08-17

세월을 낚으며

노을이 길게 드리운 한가로운 해질녘…
산이며 들이며 온통 붉게 물들었다.
전봇대도,허수아비도.커다란 느티나무도 그리고 초가지붕도…
이맘때 쯤이면 울엄마는 대접이며 숟가락
땀에 젖은 수건, 그리고
호미를 광주리에 담아
지친 몸을 일으켜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하지 못한 하루일과에 아쉬워 하는
엄마의 등뒤로 하루 해가 져 문다.
초가지붕 너머 저녘 연기가 피어난다.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그리며 나물이며,된장찌개,짱 아치
진수성찬을 꿈꾸며 울 엄마는 마냥 바쁘다.
등잔불이 아까부터 가물가물 거린 다.
석유가 떨어진 지 벌써 몇 칠째다.
손발이 터져라 일을 해도 늘어나지 않는 살림은
거두어 먹일 식솔이 많기 때문이다.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울 엄마는 한번도 불평을 안 하신다.
굼 불을 지피던 내게 울 엄마는 말씀 하신다.
”광이야 석유 집 가서
석유 한 되만 외상으로 사와라” 하신다.
나는 볼멘소리로”엄마 먼젓번 석유값도 있는데
나. 가기 싫어”하면
엄마의 손엔 어느 센가 부지깽이가 나를 향하여 춤을 춘다.
나는 울면서 석유 집으로 향한다.
어느 새 거리가 컴컴해졌다 .
커다란 느티나무를 지나서 골목을 돌아 나올 때 하늘을 본다.
“와 별이 무지하게 많이 떴네” 눈물이 흐르던
내 눈에 별이 가득하다.
별하나 나 하나 별 둘 나둘 별셋 나셋...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간다.
따 거운 햇살이 온 대지를 불살라 버릴 듯 들판에 가득하다.
오늘도
울 엄마는 뙤악볕이 가득한 자갈밭에서 삶을 이야기 하신다.
끝도 보이지않는 기다란 밭고랑에서 나는 즐겁다.
아무렇게나 너부러져 열려있는 개똥참외를
울엄마는 정성스럽게 닦아서
나에게 내미신다.”이것 먹고 놀구 있어
엄마 얼른 일 끝내고 집에 가자.”
참외를 먹고있는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있다.
돌아선 엄마의 모습 뒤로 세월이 보인다.
또다시 하루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세월이 열번도 더 변해버린 지금도 엄마의 음성이
내 귓가에 맴돈다.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흐르는 물처럼 지나가버린
세월을 부여잡고 시간에 묻혀있다.
잡초만 무성한 엄마의 무덤에서 철없던 지난날들을 돌아본다.
찌들고 주름진 엄마의 얼굴이 보인다.
마냥 너그러우신 울엄마의 얼굴이…
세상풍파를 어쩌지 못하고 잡을 수 없는 세월에
당신을 맞기고 긴 시간에 묻어 가셨다.
되돌아 올 수 없는 머~언 곳으로. . .
엄마를 닳은 할미꽃이 보고싶다.
엄마의 무덤에 피어 있는 한 떨기 할미꽃이
오늘도 나는 세월을 낚는다.
잃어버린 세월을. . .

Kk1060@hanmail.net kangsan soowon korea 29,07,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