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38

몰라서 묻는가


BY 어진방울 2000-07-21



-- 몰라서 묻는가 --


저만큼에는
검덩이 구름이 넘실대고 있는데
구멍난 듯 뚫린 이곳 하늘은
씻겨선지 눈시리게 청그럽다

산 나무는 흩뿌리면 물 튈 것 같이 촉촉하고
젖은 빛은 고아서 입어보고 싶다

점방집 담장에 껑충하게 자라 핀 연홍 분홍 꽃빛으로
속곳 물들이고

장마비에 이끼낀 뒷집 건너 기와지붕 연녹두 빛깔로는
치마를 하고

세 송이 꺾어 내민 앉은뱅이 해바라기 샛노란 색깔로
저고리를 해입자

그리 고운 옷 해입고 어디 갈 텐가

아니!
자넨 어디갈지 몰라 묻는가

머리에 들꽃 꽂고 달려갈 곳을
정말 몰라 묻는가

촌시런 옷 입어도 이쁘다 품어 주는 이
물이 똑똑 떨어져도 안아서 닦아 주는 이

내 좋은 이에게

-- 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