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라서 묻는가 --
저만큼에는
검덩이 구름이 넘실대고 있는데
구멍난 듯 뚫린 이곳 하늘은
씻겨선지 눈시리게 청그럽다
산 나무는 흩뿌리면 물 튈 것 같이 촉촉하고
젖은 빛은 고아서 입어보고 싶다
점방집 담장에 껑충하게 자라 핀 연홍 분홍 꽃빛으로
속곳 물들이고
장마비에 이끼낀 뒷집 건너 기와지붕 연녹두 빛깔로는
치마를 하고
세 송이 꺾어 내민 앉은뱅이 해바라기 샛노란 색깔로
저고리를 해입자
그리 고운 옷 해입고 어디 갈 텐가
아니!
자넨 어디갈지 몰라 묻는가
머리에 들꽃 꽂고 달려갈 곳을
정말 몰라 묻는가
촌시런 옷 입어도 이쁘다 품어 주는 이
물이 똑똑 떨어져도 안아서 닦아 주는 이
내 좋은 이에게
-- 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