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너의 사랑을 오해했을 때는
그 긴 기다림도
기꺼이 참아낼 수 있었다.
너의 사랑이 조금은 내게 기울어
네 마음 나로 인하여 행복할 때
나도 그러하리라 오해 했을 때는
우리 추억 속에 삼백 예순 날 눈비 내리고
어둔 하늘에 별 하나 빛나지 않을 때에도
추운지 몰랐었다.
나의 기다림이
나만의 의무라 생각했을 때는
행복의 시간들은
가장 슬픈 시간을 위하여 준비된 듯
이렇게 빨리
그런 나의 오해가 깨어질 줄은 몰랐다.
그토록 기다리던 너의 사랑이
아닌 계절에 미처 손 내밀어 잡을 새 없이
한 점 꽃잎으로
고개 숙일 줄은
몸은 있으되 마음은 떠나버려
내 행복했던 오해가
산산이 깨어지는 선뜩함으로 남아
이 아름다운 계절이
추운 계절의 눈비로 내리고
나는 이제 잊지도 그리워 하지도 못할 너를
하냥 앓고 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