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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행복을 꿈꾸다 (번외 글귀 모음)


BY 노아 2020-11-20

노아 행복을 꿈꾸다 번외 글귀 모음 (20. 11 수정본) X복문


일기 그냥 혼잣말

 
* 눈물
.
도로 언덕길 위
휠체어에 앉아 있던 내게 환하게 웃으며 날 바라보는 어린 내 조카
이런 기분 얼마 만이던가 너무 밝고 따스한 기분 좋은 날이다
어 왜 이러지 바퀴가 움직인다
언덕 아래로 점점 움직이는 바퀴를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아니 잡을 수 없는 휠체어 바퀴는
점점 빠르게 차들이 지나가는 언덕 밑으로
아무리 휠체어 바퀴를 잡으려 애를 써봐도 움직여주지 않는 손가락은
어디선가 우는 소리에 돌아본 내 눈에
내 휠체어를 잡아보려 울며 달려오는 유미
그러다 넘어진 유미 무릎엔 피가 흐르고
또다시 내 휠체어를 잡으러 달려오는
피 흘리며 삼촌을 부르는 유미의 얼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소리쳐 본다
"삼촌은 괜찮아 오지 마"
아무리 소리쳐도 달려오는 유미를 바라보며
제발 그만 멈추라고 울며 소리쳐봐도
....
눈을 뜨니
어두운 천장을 향해있는 두 팔이 눈에 들어오는
꿈이었다
그 일이 꿈이라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내 눈에 마비로 움직이지 않는 손을 대본다.
눈물...
그 많은 악몽의 밤 속 그날 처음 알았다.
꿈꾸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걸
그날 밤 처음
                                          2011년 4월 10일.


* 시곗바늘
.
아침 그리도 깨기 싫은 잠에서 눈을 뜬다
시곗바늘 같은 하루의 시작
꾸역꾸역 배를 채우고
핏빛 진물이 흐르는 엉덩이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끌며 컴퓨터 책상 앞에 앉는다
아무 의미 없는 클릭 클릭
침묵의 공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일탈
모니터 안 그녀의 몸짓을 보며 담배 한 대를 피운다
그 담배 연기만큼의 쾌락도 느낄 수 없는 몸으로
침묵의 내 공간엔 아무 즐거운 일도 새로운 그 어떤 일도 없기에
내가 만든 최대의 일탈을
.
하루에 피울 수 있는 한정된 그 녀석은
왜 그리도 빨리 사라지는지
공허함
외로움
슬픔
참 친해지기 힘든 녀석들
저녁 자리에 누우면 더욱더 괴롭게 떠오르는 옛 기억들
오늘 밤 잠이 들면 제발 깨어나지 않기를 빌며 잠을 청하겠지
.
하지만, 또다시 눈 뜨겠지
시곗바늘 같은 어느 아침을

                                        2012년 7월 8일.


* 토끼 사냥
.
아이 귀찮아
이른 아침 친구 녀석이 자꾸 날 건들며 깨운다.
조금만 더 자고 가자 말해도 자꾸 날 흔들며 사냥하러 가자고
하긴 토끼라도 못 잡으면 또 낚시해 생선으로 배를 채워야 하니
사냥은 나가야 할 것 같긴 한데
조금만 더 자면 좋을 것 같은데 친구 녀석 때문에 더 잠자긴 글렀다.
.
졸린 눈을 비비며 옷을 조금 더 챙겨 입고는 움막을 나선다
"어휴 추워라"
밖은 나무 위 들판 온통 하얀 눈으로 가득했다.
눈 위에 발자국을 만들며 놀고 있는 친구 녀석
속 편한 놈
남 잠도 못 자게 깨우더니 눈 위에 장난질이냐.
.
대나무로 만들어 놓은 석궁을 들고 길을 나선다
주위를 둘러보며 토끼의 흔적을 찾는다.
눈 위 토끼가 지나간 흔적이...
밤새 내린 눈 덕을 볼 줄이야
내가 만든 대나무 석궁에 화살을 끼우고는 조심스럽게 흔적을 되짚어간다.
"사냥할 때마다 너 때문에 실패했으니 오늘은 좀 가만히 있어."
성질만 급한 친구 녀석은 빨리 가려고만 하니
친구를 다독거려 가며 흔적을 되짚는다
.
친구 머리를 땅으로 누르며 몸을 숙였다
토끼다.
멀리서 토끼 두 마리가 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토끼와의 거리가 좀 멀지만 다행히 몸 숨길 곳이 많아 잘하면 잡을 수도
오늘은 매일같이 질리도록 먹는 생선 아닌 토끼고기 좀 먹어보자
.
나무 뒤에 몸을 숨기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뽀드득.
이런 토끼의 흔적을 찾는 데는 도움을 주던 눈이
사냥을 하려니 눈 밟는 소리에 토끼가 도망갈까 신경이 쓰이며
아주 조심스럽게 토끼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
다행히 토끼가 있는 바위 뒤까지 근접한
오늘은 정말 토끼 사냥에 성공할 것 같다.
한 번에 성공해야 하니 아주 조금만 더 다가가면 좋은데
여기서 그냥 쏴볼까?
아니야 조금만 더 가자
바로 앞 나무 뒤에서 쏘면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어
아주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딛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내 옆을 순식간에 스쳤다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친구 녀석이 토끼에게 달려들면서
놀란 토끼들은 사방팔방으로 달아나고
그걸 잡아 보겠다고 친구 녀석은 달아나는 토끼를 따라간다.
.
그 모습에 허무한 마음을 안고 움막으로 내려와
주섬주섬 대나무 낚싯대를 챙기고는 바닷가로 걸었다
갯바위에 앉자 낚싯줄을 내리며
다음엔 친구를 빼고 사냥하러 가야 할 듯한 생각이 들던 그때
친구 녀석이 내 옆에 와 앉는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즐거워하는 친구를 바라보며
"너 때문에 또 생선 먹게 생겼어"
푸념의 말들...
.
눈을 뜬다
오늘도 잠이 오지 않는다.
미칠 듯 떠오르는 현실과 저능아처럼 살았던 한탄스러운 기억이 싫어
억지로 그려본 어릴 적 막연히 꿈꾸던 삶을 그려봐도
오늘 밤도
썩어가는 고깃덩어리를 잠재울 수 없는지
 
                                             2014년 04월 04일.


* 여행
.
여행을 가려 했다
태어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아무 흔적 없이 간다면 남겨질 가족의 아픔이 덜할까
조용히 가려 했는데
그 또한
눈을 뜨니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오며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건넨다.
뿌연 시야에 들어온 낯익은 형상들
"저 퇴원 좀 시켜줘요." 몽롱한 머리에서 나오는 첫마디
여행을 못 갈 거라면 이 낯익은 공간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떠나고 싶었던 걸까
내가 먹던 약이 독해 며칠간 사람도 몰라봤다 생각하는지
아무도 내가 여행을 가려 했다는 걸 모르는듯하다
내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픔을 덜 주며 여행을 갈 수 있는
완벽한 기회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
며칠 후 집에 돌아온 난
변함없는 시곗바늘 같은 삶의 연속
이젠 흔적 없이 가는 방법은 모르는데
언제 다시 여행을 갈 수 있으려나

                                          2015년 04월 13일.


* 그곳이 그립다
.
처음 세상을 볼 수 있던 그곳
내 살던 마당 깊은 초가집
그곳이 그립다.
.
반짝이는 작은 모래사장이 있는 그곳
다시 여행을 가려 하는 이 밤 내 어린 시절
그 바다 그곳이 그립다.

                                         2017년 03월 29일.


* 어느 날
.
낯익은 그곳에서 또다시...
                                         2017년 04월 23일.


* 점
.
내가 없는 내일도
해는 뜨고 지고 달이 뜨고 지겠지
내가 없는 내일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람들은 자기 삶을 살아가겠지
아무것도 변하는 것 없이
.
하지만, 소망한다.
내 사랑하는 이들이
날 그리워하는 마음은 작아지기를
작아지고 작아져 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 어느 날이 지난 후.


* 바나나
.
노을 지는 바다를 뒤로하고
집에 와 둘러보니 보이지 않는 엄마의 모습
아무도 없는 검게 물들어가는 방에 누워 멍하니 창문을 바라본다
바닷바람이 쉼 없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왜인지 모르게 흐르는 눈물
창문 밖 검은 그림자
벌떡 일어나 바라본 엄마의 모습
어디 갔다 왔냐 심통 부리는 내게
형 누나들 없을 때 빨리 먹으라 보따리에서 꺼내준
남의 집 잔치 도와주고 얻어 온 음식과 바나나 하나
그 바나나 먹는 내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엄마의 얼굴
.
문득 떠오르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어머니의 사랑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내 어린 날의 회상

                                       2018년 05월 18일.


* 벗
.
삼돌이. 연두. 하자고요. 아줌마닷컴. 그리고 짱공유 닷컴에서
잠시라도 벗이 되어준 분들
님들이 있어 조금은 위로가 됐다고
감사했었단 말 전하고 싶군요

                                               년 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