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아니 은수정씨 바보에요!"
촛대 바위를 빠저 나오자 마자 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운 대성이가 무섭게 소리를 질렀다.
대답할 여유도 엄두도 나지 않아 멀두멀둥 대성이를 처다보고 있었다.
"선생님. 지금 용준이 형 찾을때 아니에요. 현실이 직시가 안되세요? 선생님 잘못하면 남자생겨서 이혼하자고 날뛰는 천하의 파렴치한 여자 되요. 사랑이 소망이도 빼앗기고요. 세상이 지금 선생님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줄이나 아세요? "
세상의 눈!
"대성아.. 난..."
그 다음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없었다.
대성이 말이 다 맞으니까.
아무 할말이 없어서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한참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대성이가 침을 꿀꺽 삼키고 다시 말을 이었다.
"소리 질러서 죄송해요. 그런데 전 선생님이 그리고 사랑이 소망이가 지금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좋은 사람이고 충분히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사람이에요. 사랑이 소망이도 너무 예쁜 아이들이고.. 전 선생님이 사랑이 소망이랑 환한 웃음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어? 그런데 인석이 언제 이렇게 다 알고 있었지?
난 인석한테만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인석이 아는것은 정말 싫은데.
용준씨는 주인공 부부의 친구로 카메오 출연을 한다고 했다. 용준씨는 오늘만 촬영이 있으니 내일부터는 마주칠 일이 없을 것이다.
촬영장의 여자 스테프들은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다. 간간히 정말 꼭 필요한 말이 있을때는 호칭은 생략하고 저기요라는 말로 대신한다.
아무도 아는 척 해주지 않는 나에게 대성이는 항상 따뜻한 배려를 해주었고, 대성이가 없을때는 태양군이 내 옆에 있어주었다.
영화도 벌써 막바지 촬영을 향해가고 있다.
이 영화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줄 알았는데.. 벌서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삼척 촬영을 마치며 스튜디오 편집만 남아있다.
왜이리 허전하지.
영원히 계속될것 같던 꿈이 잠에서 깨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