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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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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9-29

2차 법정이 열렸다.

어제 밤을 새고온 터라 정신은 더욱 몽롱했다.

사람들 소리는 왕왕울리는 싸구려 스피커소리처럼 들렸고, 흐느적 움직이는 사람들 움직임은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사건번호 2009. 드단 18

원고 은수정, 피고 나번번

 

판사의 호출에 원고, 피고 그리고 변호사 4명이 자리에 앉았다.

피고의 변호사가 서기에게 무엇인가를 가져가고 다시 그것은 서기가 원고측 변호사에게 건낸다.

원고측 변호사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더니, 그 종이를 나를 보여준다.

그 종이에는 용준씨와 나의 스켄들 기사가 실려 있는 종이가 스크랩되어있고, 모자이크 처리된 여자 얼굴에 원고 은수정이라고 빨간 글씨로 쓰여 있었다.

 

판사가 사진속의인물이 원고가 맞는지를 물어보는데, 아무 대답도 할수가 없었다. 머리만 마비된 것이아니라 모든 신경이 다 마비되 버리고 다 죽어버린것만 같았다.

그 다음은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놓아버린 여자처럼, 영혼을 빼앗긴 좀비처럼...

 

땅땅땅.

판사봉 소리에 잠깐은 정신을 차렸지만 다시 멍한 상태로 빠져버렸다.

변호사 하고 나중에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없고, 서울까지 어떻게 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땅바닥이 무너지는듯 아니 땅바닥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만 같은 아득한 잠을 10시간 가까이 자고 서야 겨우 눈을 뜰수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데 이미 어둠이 내린 거실에 아이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를 간것인지?

비척 비척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를 묶었다.

거울속에 부쩍 늙고 마른 여인이 있었다.

크지 않은 눈은 금방이라도 떨어뜨린 눈물을 가득 준비히고 있었고, 핏빗 없는 얼굴은 아무 수분기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찾아 나가봐야 하지만 결국 두 다리는 이내 다시 주저 앉았다.

벌써 땅거리는 완전히 사라지고 짙은 어둠이 내린지도 한참이 되었다. 정말 애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멍하니 현관문을 바라볼뿐 아무것도 할수 없는 무기력에 지배 당하고만 있어야 했다.

땡.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재잘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로소 작은 안도의 숨을 내쉴수 있었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모든 세포는 내 명령을 거부하고 그냥 그대로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엄마.. 일어났어요?"

옷 앞섶 가득 자장면 흔적을 남겨놓고 소망이가 볼에 가득 싱싱한 바람을 넣고 들어왔다.

응 이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역시 내 세포는 내 명령을 거부하고 있었다.

아이들과함께 대성이가 뒤따라들어와 아이들을 욕실로 몰아넣는 것을 보고도, 욕실에서 나온아니들은 재우는 데도 내 육신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대성이가 포도주 한잔을 가져와 내 앞에 내밀었다.

겨우 손을 움직여 포도주를 받아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아무 반응도 할수 없었다.

포도주 잔을 내 앞에 놓아둔 대성이가 맞은켠에 앉아 나를 한참 바라 보았다.

 

"내일 용준형이 기자회견 할거에요. 선생님하고 아무 관계 아니라고, 그리고..."

대성이가 한호흡으로 말을 잊지 못하고 잠깐의 숨표를 넣었다.

"은수정씨의 현재 상태와 불쌍한 사람에게 자선을 배푼것이라고...."

자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왜 대성이가 저렇게 무겁게 입을 여는 것일까?

"언론이란것이 우리가 알고 보는 것만 보도하는 것이 아닌것은 선생님도 아실거에요. 그렇지만 .. 이것만이 선생님과 사랑이 소망이를 위한 길이라고. 용준이 형이랑 . 한참 생각해봤지만 .. 지금은 딱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 방법만이 선생님도 용준형도, 그리고 우리 영화도 살 길이라고 생각해서.."

자꾸만 말이 길어지는 대성이의 말이 뭔가가 있음을 알수 있다.

세상이 내 맘만 같지 않음을 이미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저리 대성이가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