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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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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9-22

 

띵똥....

아이들과 늦은 아침을 먹고 있는데 또한번의 초인종이 울렸다.

"아저씨..."소망이가 용준씨를 보자 숟가락도 던져 버리고 가서 안켰다.

그남자 용준씨는 능숙하게 소망이를 안아 올리고 볼에 자연스럽고 친숙한 뽀뽀를 해주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두 사람이 언제 저렇게 친해졌지?

남자의 차림새는 금방이라도 산에 갈것 같은 차림이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등산용 조끼를 입고 앞섭에는 커다란 선글라스가 금빛고운 끈에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었다.

“아직 준비 안됬어? 자! 가자. 준비해..”

무슨 준비?

사랑이 소망이는 남자의 말에 반갑게 환호성으로 답례를 하고, 미처 숟가락을 식탁위에 올려 놓지도 못하고 욕실로 쪼르륵 들어갔다.

뭐지?

어디를?

멀뚱 멀뚱 나의 두 눈동자는 두 아이와 용준씨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아저씨 나 다 됐어요.”

소망이는 얼굴에 물이 뚝뚝떨어지는 채로 입가에는 치약의 거품이 그대로 있는채로 욕실들어간지 1분도 안되서 다시 나왔다.

“애.. 이거 뭐야! 자 아저씨가 씻겨줄게 다시 들어가자. 이쁜 오리.. 자 꽥꽥..”

도데체 이건뭐지?

무슨상황이지?

마치 지금 이상황에 나는 없는 유령같다.

나를 의식하지 않고, 내 잔소리가 없어도 너무 잘 움직이는 낫선 세상이다.

소망이가 자기 발로 욕실로 들어가 매운 치약으로 양치한것도 신기한데, 다시 양치하러 들어가자는 말에 고분고분, 아니 신이나서 다시 들어간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여긴 내가 사는 집이고, 저 아이들은 내 딸이 맞는데, 오로지 나만 배역이 바뀐 상태로 모든 것이 너무도 잘 돌아간다.

이 낮선 상황에 적응이 안되서 멍하고 서있는동안에 두 아이는 곱게 비누향 풍기며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얼굴에 곱게 로션을 바르고 있었다.

“뭐해요? 애들은 다 준비 됐는데. 어른이 왜 이렇게 속을 썩여요. 자 어서 준비해요.”

남자는 소망이 얼굴에 로션을 펴서 두 손으로 발라주며 나에게 말을 한다.

“어디를 가는데요?”

“애들하고 오늘 낚시하러 가기로 했어요. 산정호수에 갈까하고요. 가서 배도 타고, 낚시도 하고, 오면서 고기도 사먹고... 소망이가 배를 한 번도 못타봤다고 해서 오늘 같이 가기로 약속했어요.”

뭐에 홀린 것인지 무언의 압력 때문이었는지, 아무 것도 물어보지도 않고, 왜 가느냐고 묻지도 않고 입은 옷에 점퍼만 걸치고 따라나섰다.

두 아이의 날아갈듯 행복한 노랫소리가 남자의 낡은 갤로퍼 엔진 음과 함께 화음을 만들고 있었다.

맑은 호수위에 살랑이는 바람. 그리고 가끔씩들리는 새소리.

눈을 감고 싶은 숨을 쉬었다.

넓은 호수는 인적이 드물어 고즈넉한 자태를 뽐내다 두 아이의 함성 소리에 깜짝 놀라 기지개를 펴는 듯했다.

곱게 늘어선 백조배 앞으로 사랑이 소망이가 땅에 발도 닫지 않고 잘도 뛰어가고 있었다.

어머!

사람이 왜이리 없지라는 생가과 함께 오늘이 휴일이 아니라 평일 이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두 아이는 각각 각자 제일 예쁜배를 골라 올라탔다.

사랑이는 손으로 젖는 배를, 소망이는 발로 젖는 백조배를...

“사랑이 소망이 어린이집! 어머 촬영장.. 어떻게”

아. 이 바보..

왜 그생각이 인제 나는 것일까?

오늘 평일이다.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어쩔거에요. 일단 왔으니 배부터 타고 가죠.”

남자가 어깨를 감싸 잡고 나를 앞으로 밀었다.

“안돼요. 나 이 일마저 잘리면 애들하고 어떻게 먹고 살라고요.”

그런데 남자의 얼굴이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빙긋이 웃고있었다.

“애들 어린이집에는 어제 벌써 말해두었어요. 수정씨는 오늘까지 쉬라고 감독님이 그러셨고요. 너무 무리하다 병나면 그게 더 나쁘다고... 나보고 오늘 몸보신 시켜주고 푹 쉬게 델고 놀아주라고 하시던데요.”

어?

감독님이?

무슨 소리지?

남자는 내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나를 밀어 사랑이가 있는 배에 올려 놓고, 자기는 소망이 배에 올라탔다. 소망이 얼굴에 첫출항 나가는 기쁨과 설렘이 그대로 들어나 있었다.

남자와 소망이를 태운 배는 쌩하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노 젖는 법은 모르는 사랑이 배는 물만 첨벙일 뿐 도대체 앞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호수를 한바퀴 돌아온 소망의 배가 쿵하고 사랑이 배를 들이 받았다.

“뭐에요? 물에 빠지면 어쩌려구요.”

한 대 얻어 맞아 얼떨떨한 상태인데, 남자가 일어나 사랑이 배로 건너오려고 하는 모션을 취했다.

“자 이리로 건너와요. 배로 젖는 배라 이게 더 잘 나가요. 사랑이도 씽씽달려야죠. 내가 그리로 갈게 어서 건어와요.”

아!!

그건 그렇다.

사랑이는 배에 타고 계속 제자리에서 맴맴돌고 있으니..

그런데.. 일어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배가 흔들거리는것이 뒤집어 질것 같다.

엉덩이로 비비적 거리고 가서 남자 손을 잡고 겨우 살살 일어나 다리를 소망이 배로 걸쳤다.

남자가 내 손을 잡고 다음은 어깨, 허리로 차츰 손이 움직여 나를 배위로 올려주고, 날랜 몸동작으로 남자는 사랑이 배로 넘어가 앉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더운것일까?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지러움을 느꼈다.

뭐때문일까?

배에 올라탄 남자는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멀어져갔다.

“엄마. 우리 빨리 따라가.이러다 우리가 지겠어..”

소망이의 재촉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힘껏 발을 굴렀다.

발갛게 홍조띤얼굴에 열심히 발을 구르는 소망이. 목이 터저라 아저씨를 불러댄다.

“소망이 아저씨 좋아?”

“어..아저씨가 울 아빠 했으면 좋겠어.”

뭐? 

“울 아빠는 맨날 소리 지르고, 나 물 떠오라구만 하고, 아빠는 약속도 안지키고 소리만 지르고, 아저씨는 약속도 꼭 지치고 소망이 때리지도 않아. 소망이 아저씨 좋아.”

호수를 가르는 배의 하얀 물살이 마치 내마음을 가르는 듯 아프고 시리다.

이 어린것이 아빠에 대해 그리도 모진 기억을 가진것을, 그 아픈 마음, 다친 상처를 어이할꼬.

건너편 사랑이 배에서도 하늘로 퍼지는 사랑이 웃음 소리가 건너왔다.

사랑이 저렇게 큰소리로 웃는 것을 얼마만에 본것일까? 정말 내가 엄마 맞아?

미안하다. 정말...

오늘 하루만이라도 마음껏 웃고, 마음껏 행복해 다오.

용준씨 고마워요.

용준씨의 옆얼굴이 호수에 반사된 햇살을 타고 환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