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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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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9-18

잔뜩 골나있다가 자기편 들어주는 엄마를 만나면 엉엉 울어버리는 아이처럼 그렇게 엉엉울었다.

소리내어 울어본것이 언제였을까?

눈물 콧물 번벅인것도 철퍼덕 퍼질러 앉아 산발머리 된것도 모두 잊고 엉엉 울었다.

거기 까지만 기억난다.

딩동 초인종 소리에 놀라서 일어나 시계를 보니 작은 바늘이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누구세요?"

" 저 대성이에요."

어? 이시간에?

얼른 일어나 대충 집안을 둘러보고 문을 열었다.

"이시간에 어떻게?"

어제도 밤샘 촬영이 있었는지 대성이 얼굴이 피곤이 묻어나고, 옷은 어제 입을 그대로였다.

"몸은좀 어떠세요?"

대성이가 내 얼굴을 뚜러져라 처다보니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눈은 퉁퉁부어 뜨기도 눈 뜨기도 힘들고, 유리에 슬쩍 모습을 비추어 보니 낮선 사람이 서있는 것이다.

어제 밤에 울다 잠이 들었으니 얼굴이 보톡스 부작용만큼이나 흉측하게 변해있을텐데..

이모습을 보이다니..

대성이가 손에든 검정 봉투를 내밀었다.

"아침이 일어서 가게를 열은 곳도 없고 해서 오다가 닭한마리 사왔어요. 인삼이란 넣고 해드세요.제가 할줄은 몰라서..."

봉투를 내밀던 대성이가 머슥하게 웃는다.

웃는 대성이 뒤고 태양이 붉은 기운을 내뿜으며 떠오르고 있었고, 붉은 태양빛을 등지고 선 대성이의 실루엣이 이젠 제법 남자다운 냄새가 풍겼다.

"오늘 촬영은 이제 끝난거야?"

애써 말을 돌렸다.

"아뇨. 다시 들어가 봐야 되요. 잠깐 휴식텀에 나왔어요. 그럼 몸조리 잘하시고요. 오늘은 안나오셔도 되요. 수정씨분량은 뒤로 미뤄놨어요."

"야!! 호칭통일해라.. 선생님이랐다가 수정씨랐다가.. 헛갈린다. 그리고 고마워. 이거 잘 먹을게."

대성이는 대답은 하지 않고, 자는 아이들 볼을 토탁토탁 해주고 엉덩이를 한번 쉬키지도 않고 가버렸다.

대성이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대성이가 준 검정 봉투를 들고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

따뜻한 온기가 아직도 그 문에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하늘이 나를 아주 싫어하지는 않으신가 보다.

내 오만과 교만으로 인한 잘못으로 고통받는 나에게 저렇게 따뜻한 사람을 보내주신것은 그래도 아직은 하늘이 나를 사랑하심인가 보다.

아직은.

"야.. 저리가라니까..."

소망이의 잠고대에 정신이 돌아왔다.

어제 어린이집에서 또 누군가와 싸웠는지 잠자는 내내 허공에 대고 싸우고 있는 소망이 이불을 고쳐 덥어주고 사랑이 베게도 다시 베어주고 주방으로가서 닭을 곱게 씻어 솥에 언고 라디오를 켰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보골 보골 소리내는 냄비의 화음이 거실 한가득 들어선 햇빛과 함께 화음을 연주하고 있는 이 아침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