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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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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7-18

오전에 변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용은 아이들과 함께 살도록 할수 있었으면 하는 내용이었다.

내가 넣은 이혼소송에 대하여 피고가 답변서를 보내왔는데, 그 내용이 주로 내가 엄마로서 자격이 없다는 내용이라며 아이들을 지금처럼 24시간 어린이집에 맞기는 것은 아이들 양육권을 가져오는데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영화사로 나가는 전철 안에서도 전화내용이 머릿속에 돌고 있었다.

나도 남의 집에 언쳐살면서 어찌 애들을 데리고 올수 있을까?

전철에서 내려 생활신문을 집어들었다.

어디 보증금 없이 월세라도 끼로 살 집없을까?

 

영화사에 거의 도착할때쯤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들렸다.

"선생님"

뒤를 돌아보니 비누향 가득 내뿜는 대성이와 그 남자가 서있었다.

어제 또 집에 안들어 온것을 보니 밤새고 사우다 다녀오는길인가보다.

아참.

저 남자와 많이 친한가 보네.. 참 그런데 저 남자 이름을 아직도 모르네..

"어제 밥샛어? 밥은?"

대성이 머리가 촉촉하게 졎어서 마구 흐트려져 있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해주며 말했다.

"네. 사우나하고 해장국 먹고 오는 길이에요."

"새 영화 아직 들어가려면 멀었잔아. 왜 벌써 부터 밤새?"

대성이가 얼굴에 묘한 웃음을 띄었다.

"역시 세상물정 모르는 아줌마라니까. 영화 큐사인 들어가기전에 할일이 더많아요. 배우섭외해야지, 소품마련해야지, 카메라 오디오 감독 다 일정 맞춰야지.... 하여간.."

"하여간?"

내 미간이 찌부러졌다.

이남자 뭐라고 씨부렁싸나?

"하여간. 하여간 뭐가 어쨌다구요. 당신은 날때부터 영화일알고 태어났어요? 사람이 하나하나 배우며 가는거지. 뭔 사람이 겸손이니 배려니 그런건 하나도 안가지고 그렇게 생겨먹었대요."

대성이가 웃으며 두 사람사이에 끼어들었다.

"자. 자. 아침부터 기운빼지 말고 들어가시죠. 오늘도 빡센 하루가 될테니까요. 참 그런데 선생님 뭐 보고 계셨어요? 한참 불러도 모르게 몰뚜해서 보시던에요."

손에 들고있는 신문을 접어서 가방에 넣었다.

"어 혹시 싼방있나하고"

대성이와 남자가 둘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방이요? 선생님 왜요? 주인이 방 빼래요? 엄마한테 그런전화 못받았는데."

아무영문도 모르는 대성이가 그렇게 반응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아니야.. 그집이 아니고..."

남자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대성이가 눈치줘요? "

저 눈치없는 남자는 뭐야?

"아니거든요."

남자에게 말할때와는 사뭇 다른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성이에게 말했다.

"네가 섭섭하게 해서 그런거 아니고, 대성아 절대 그런거 아니고. 애들을 좀 데리고 올까하고..."

대성이가 어느정도 눈치를 채고는 있을것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대성이에게 구체적으로 예기한 적은 한번도 없다.

속초란 곳이 원채 좁은 바닥이라 대성이가 알고자 한다면 한사람만 거치면 다 알수있는 내용이었지만, 굳이 내 입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아서 말을 안하고 있었다.

"이따 저녁에 집에서 말할게... 오늘은 집에 들어올거지?"

얼떨떨해하는 두 사람을 두고 뛰어서 영화사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오후 난 또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어린이집에서 아빠란 사람이 와서 두 아이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일단 원장이 아이들 엄마와 통화를 해봐야 하니 내일다시오라고 하고 돌려보냈다고 했다.

처음보는 사람이 아빠인지 믿을수 없고, 아빠라고 해도 갑자기 그러는 것이 못내 이상해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

전화를 받는 내내 말을 하지 못하게 심장이 아파왔다.

한참을 전화기를 잡고 눈물만 흘리던 나는 겨우 전화를 끊고 일어서려는데.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세명이 있던 영화사에 갑자기 우탕당 하는 소리가 메아리로 울렸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소리의 시작점을 찾아 달려오고 있었다.

달려오는 그들을 보면서도 내 몸은 발닥 일어서지 못했다.

뭔가 내 가슴을 짖눌러 숨도 못쉬게 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달려온 남자는 나를 안아 의자에 다시 앉히고 뒤따라 오는 여직원에서 찬 물 한잔을 가져오도록 지시했다.

 

"자 숨을 천천히, 자 들이 쉬고, 내쉬고.."

남자는 한참을 내 앞에서 나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유리창 너머 저쪽의 세상같다.

 

고맙다 감사하단 말도 다 넘겨버리고 혼나간 사람 처럼 다리는 저절로 걸어나왔다.

고속 터미널로 가서 속초가는 버스표를 끈었다.

그런데.

그다음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냥 그냥.

아이들은 안돼.

어른의 더러운 싸움에 아이들을 끼워넣지 마라..

그래도 네가 아빠며...

아니 네가 사람이면..

안그래도 아픔이 많은 아이들이야.

애들은 건드리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