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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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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2막


BY 현정 2009-07-13

몇년 만에 얼굴에 화장을 하고 앉아있다.

화장품이 상했는지 은근히 걱정은되지만. 그래도 한번 하자고 새로 사긴 좀 그렇고.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는 말라서 플라스틱이 되어있고, 파우더는 분이 팍팍 잘난다.

패트에 물을 묻혀서 대충 얼굴에 문지르니 가부끼 인형이 되버렸다.

색조를 대충 손으로 이겨서 얼굴에 뭉개놓으니 거울에 비친 가부끼 인형이 제대로 분위기가 난다.

이런...

지울까?

하얀 얼굴에 붉은 립스틱.

완전히 아줌마의 전형이다.

뽀골 뽀골 파마만 하면 되는데...ㅋㅋ

제멋대로 자린 긴 생머리는 어찌 해결할 방법이 없어 지근둥 묶고 야구 모자를 폭 눌러썼다.

 

거울앞에서 이리 저리 보아도 정말 언바란스다.

이를 어쩐다.

시간이 얼마 안남았는데. 화장을 지울까?

대성이가 들어섰다.

"대성아!. 나 완전히 아줌마지.. 어쩌냐... "

대성이가 미소를 띠우고 내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선생님 아줌마가 아줌마다운데 뭐가 어때요. 그리고 선생님 아줌마래도 아주 젊은 아줌마니까. 자 어서 일어나세요. 시간 다됬어요."

가볍게 내 어깨를 눌러주고 대성이가 먼저 앞서서 집을 나섰다.

와.

정말 잘생겼다.

뉘집 아들인지.

거기다 따뜻하지.

능력있지.

어디 버릴데가 하나도 없다.

소망이 사랑이도 저런 신랑 만났으면 좋겠다.

이 엄마의 실수를 닮지 않았으면.....

 

영화제작 사무소란곳은 정말 지저분했다.

여기저기 쉰내가 팍팍 나고,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종이 뭉치들.

거기가 언제 먹었는지 모를 빈 그릇까지..

 

하치국 감독이란분을 대성이 소개시켜 주었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영화쪽에서는 꽤 유명하시다는데 솔찍히 이름은 모르겠다.

그런데 하감독의 영화는 잘알고있었다.

재미와 예술성, 두마리 토끼를 잘 잡는 감독이라고 잡지에서 보긴 했지만 사람 이름이나 얼굴외우는 것은 영 잼병이라...

그리고 결혼후 내 삶이 영화를 보러 다닐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다는 것도 좋은 핑계거리지만...

"어서와"

잔뜩긴장한 나와는 다르게 하감독은 아주 편안한 자세로 우리를 맞았다.

당연하지..

올해로 진갑을 넘겼다는 하감독은 보기에는 40대후반정도...

아부하려고 하는 소리 아니고 정말 그렇게 보인다.

아마도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가.. 부럽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시나리오 잘 봤습니다. 대성이가 아주 적극 추천을 하더군요. 하루에 내 책상위에 쌓이는 시나리오만도 수십편이라.. 다 읽어보기도 힘들어요. 대성이녀석 내 주위에서 뱅글뱅글 돌려 시나리오 줄거리를 종알종알 대길래.. 어떤것인지 궁금해서 한번 읽어보았죠.."

꼴까..

하감독의 다음말을 두손모으로 기다렸다.

그런데 꼭 이럴때 남자는 담배를 피우더라..

사람 피 말릴라 그러나?

말하고 피지..

담배를 한모금 크게 핀 하감독이 바로 말을 잊지 않고 잠깐 뜸을 드렸다.

나는 흘긋 대성이를 보았다

대성이도 하감독의 입만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