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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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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바람이 일다 _2_


BY 데미안 2011-11-12

 

 

동창생과의 만남이 설이는 여전히 어색했다.

모두들 그녀의 집안 일을 알고 있었고 여전히 그녀 앞에서 조심스러워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그녀인지라 새로운 동창과의 조우가 부담스러웠다.

[선우 온다]

누군가의 음성에 설의 시선이 출입구로 향했다. 청바지에 가벼운 티를 입은 키가 장대같은 선우가 막 들어 서고 있었다.

-대학때랑 다르지 않네-

그 생각을 하며 설은 웃었다.

그리고 선우의 입가에도 미소가 어려 있었다. 이선우의 트레이드마크...항상 웃고 있는 입술이다.

여전한 그 미소가 설을 발견하고는 더욱 커다래졌다.

선우는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다짜고짜 설의 앞에 앉았다.

[윤설......]

선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설의 이름을 조심스레 내뱉았다.

[윤설......]

[이선우...오랜만이지?]

설은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윤설....]

선우는 계속 그녀의 이름을 주문인냥 불러댔다.

[야! 니 눈엔 설이 밖에 보이지 않냐? 설이가 니 애인도 아닌데 왜 그렇게 빤히 봐? 얘 무안하게시리...]

옆에서 혜지가 한 소리 했다.

[선우야...반가워]

설이 피식 웃으며 다시금 선우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그래, 윤설. 반가워]

나즈막한  음성으로 선우가 설을 빤히 보며 말했다.

[선생이라지? 너한테 어울려]

[그래? 넌 어때? 아직...학생이야?]

[그래, 졸업반]

설은 미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만나려고 내가 고생 좀 했다는 거 모르지?]

진지한 음성으로 선우가 조용히 속삭였다.

 

2.

[오랜만입니다 유마담]

김준수가 유마담을 호텔 커피숍으로 불렀다.

서글서글한 예의 그 눈빛을 하고 유마담이 웃었다.

[안녕하세요, 김사장님]

유마담이 인사를 하며 눈앞의 헌칠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디 한군데 빈틈이 없어 보이는 남자다.

자연스러운 냉정함과 당당함, 그리고 적당한 거만함과 자신감...

그러나 그 속에는 따스한 배려심도 있는 남자.

[여전해 보여요, 김사장님은....]

유마담이 빙긋 웃었다.

그들 앞에 커피가 놓였다.

[일은... 잘 되고 있습니까?]

아니다, 젠장!...

그가 묻고 싶은건 그게 아니었다.

그녀, 윤설은 잘 지내고 있소?...

그게 묻고 싶었다.

[네에...위치가 좋아서인지 잘되요. 김사장님이 알아봐주신 자린데 오죽하겠어요?...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준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유마담에게 내밀었다.

[통장...돌려 드립니다. 그 때 분명히 말씀드린걸로 아는데...윤설과 나의 채무 관계는 그 날로... 끝났습니다]

냉정하면서도 조용한 음성이었다.

유마담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그의 앞으로 통장을 밀었다.

[알아요...김사장님의 배려를 왜 모르겠어요. 하지만 설이가  안된다고 고집을 부려요. 그 돈을 갚지 않으면 자신이 ...떳떳하게 살아갈 수 없다고...난 그 애의 말대로 해주고 싶어요.  설이가 원하는대로 난 해주고 싶어요.]

[나 또한 받을 수 없소!]

아주 차가운 음성이었다. 유마담은 순간적으로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김준수의 저 말에 감히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어느 누가 <수 그룹>의 막강한 권력을 가진 김준수의 말에 토를 달겠는가...

유마담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김사장님...이 돈을 받으면 난 설이한테 죽어요. 정...그러면 이 돈, 김사장님이 설이에게 직접 전해 주세요]

직접?...

준수의 한쪽 눈썹이 끔틀했다.

 

3.

[야, 2차 가야지! 어디로 갈까? 맥주? 아니면 까페가서  노래하면서 한 잔 더?]

[모임에 노래가 빠지면 재미없지!]

[오케이!!!!]

한 무더기의 사람이 거리로 나오자 시끄러웠다.

모두들 이미 한잔을 걸친 상태들이라 기분이 업 되어 있었다.

설은 웃으면서 멀찌기 떨어졌다. 시간이 그렇잖아도 많이 지나있었다.

[갈려고?]

눈치빠른 혜지가 말했다. 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먼저 가야겠어...네가 나중에 잘 얘기해줘. 알았지?]

[지지배...알았어. 어머니 걱정할까봐 내가 보내준다]

[고마워, 혜지야. 내일 학교에서 봐]

[선우 너는 한 잔 더할거지?]

선우는 말없이 서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설이가 손을 내밀었다.

[반가웠어. 나중에 또 봐, 선우야]

설이 내민 손을 선우가 잡았다. 꽉.

설이 피식 웃으며 손을 빼내고는 뒤돌아섰다.

밤공기가 제법 차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는 건가...

저만치 택시가 서 있었다. 설이 뛰어갔다.

택시 문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가 설의 팔을 잡았다.

선우다.

[윤설, 휴대폰줘봐]

[뭐....?]

선우가 씨익 웃었다.

[너 이러고 가면 전화 안 할거지? 그러니깐 휴대폰 줘봐봐. 얼른]

얼떨결에 설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꾹.꾹.... 그리고 곧 선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할께...알았지?]

하면서 선우가 택시 문을 열고 그녀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조수석쪽으로 가더니 택시비를 건넸다.

[기사아저씨. 잘 부탁드립니다. 거스름돈은 맛있는 과자 사 드시구요]

선우의 말에 택시 아저씨의 표정이 환해졌다.

어이없어하며 설은 웃었다.

재벌 아들 아니랄까봐.......

 

4.

<매기의 추억>

그녀 설이가 내린 곳이다.

윤설, 그녀의 어머니 장여사와 유마담이 오픈한 커피숍이다. 그리고 윤설, 그녀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택시에서 내린 설은 가만히 집을 올려다 보았다. 아름다운 곳이다.

그닥 큰 곳은 아니지만 회색빛 벽돌이 촘촘히 박혀 있는 5층 건물중  커피숍은 1층이다.

그러나 지대가 높아 1층이라도 계단을 거쳐야 하는데 계단 양쪽에 장미가 심어져 있어 5월이면 그 장미꽃이 이루말할 수 없이 아름답게 피어난다. 지금은 거의 떨어지고 없지만...

그리고 건물을 타고 오르는 아이비 또한 사철 푸른게 그만큼 운치있고 고풍스러워보여서 지나가다가 그 모습에 반해 들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면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들로 심어진 화분이 올망졸망 자리를 지키고 있어 편안한 분위기를 주고 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엷은 분홍빛의 커다란 장미 문양이 그려진 벽면이 우아하게 반겨준다.

그리고 커피향이 있고...

건물이 지대가 높아 1층은 다른 층보다 천장높이가 아주 높다. 그래서  예전에 쓰던 사람이 살짝 공사를 해서 주방쪽위를 막아 주거용으로 개조를 해 놓은 덕분에 설이의 가족들은 따로 집을 구하지 않아도 되었다.

설은 그들 가족이 그 어려운 시기를 이기고 이렇게 웃으며 살게 된 것에 늘 감사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어김없이 한 남자의 강렬한 눈빛이 떠올랐다. 그건 무조건적인 현상이었다.

[또, 또...]

설은 그럴때마다 자신의 머리를 콩콩 때리며 얼른 그 모습을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