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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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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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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바람은 불고


BY 데미안 2011-01-25

 

새로운 바람은 불고

 

1.

다시 시작이다.

끝없는 낭떠러지에 서 본 사람은 삶의 소중함을 안다.

절망을 겪어본 사람은 희망의 소중함을 안다.

세상의 끝에 서 본 사람만이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아는 법이다.

 

설은 지금의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

더없이 만족한 건 아니지만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고 모두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거대한 빌딩앞에 서도 그녀는 행복하게 미소지을 수 있고 초라해질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 것이다.

허나, 일말의 망설임은 있었다.

5년...만인가......

그녀는 크게 한번 심호흡을 했다.

하기 싫은 일일수록 미루지 말라!

그녀는 육중한 호텔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깨끗하고 화려하고 조용했다. 그녀는 바로 안내데스크로 갔다.

남자 직원 두명과 여자 직원 한 명이 있었다.

하얀 색과 검정색의 유니폼이 깔금하고 반듯하게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여자 안내원이 미소를 지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녀 또한 고개를 숙여 보였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기...죄송하지만 제가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네, 말씀하십시요.]

[이 호텔 사장님이 여전히 김 준수 라는 분이 맞으신가요?]

[예...그렇습니다만...?]

[저희 사장님을 찾아오셨습니까?]

옆의 남자 직원이 말을 이었다.

[아니오, 사장님을 찾아 온 건 아니고 ... 그 분께 전해 드릴 물건이 있어서]

[아. 그렇습니까?  사장님은 지금 출타중이십니다]

남직원의 말에 설은 저도모르게 안도의 숨을 쉬었다.

어쨌거나 그와 마주치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설은 가방안에서 얼른 잘 포장된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남자가 상자를 확인하듯 살펴보더니 얼굴이 밝아졌다.

[아! 유마담께서 보내신거구나!]

아는가보다. 다행이다!....

[좋은 분이신데....잘 계시죠?]

[네에...괜찮으시다면 사장님께 좀 전해주실래요?  나중에  이모.. 아니, 유마담께서 전화드린다고...]

[전해만 드리면 됩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요]

 

설은 열른 돌아섰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웠다. 어쩌면 그에게 진 빚을 다 갚고 나면  하늘을 날것도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출입구를 향하던 설은 걸음을 멈추었다.

헉...! 그 사람이다.

헌칠한 키에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하고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들어서는 남자.

단연 돋보이는 그 남자는 분명 그녀가 잊고자, 지우고자 하는 과거의 망령이었다.

그녀의 약점이자 빚이요 과거인 그 남자가 분명했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붙박이마냥 그 자리에 꼼작않고 서 있었다.

알아보는 것은 아니겠지. 그래, 그 사람이 나를 알아볼리가 없어. ..  그래 그렇겠지?.....

 

설은 그 남자 일행이 등 뒤로 사라지자 종종 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 밖으로 나왔다.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다.

무슨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그녀는 마치 누가 쫓아 오기라도 하는 듯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

그러자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우스웠다.

자신의 반응이 우스웠다.

지나치게 예민하게 구는 게 아닌가 싶어 우습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했다.

 

2.

[혹시...나를 찾아 온 사람이 있었나?]

남자가 데스크 직원에게 물었다.

[예, 사장님]

남직원이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유마담. 이라고 적힌 글씨를 읽으면서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유...마담이 왔었나?]

[아니오. 젊은 아가씨였습니다. 방금 나가셨는데...]

[나를...찾지 않던가?]

[사장님께 전해만 드리라고 하셨습니다만...?]

[...그렇군]

남자는 상자를 손에 쥐고 출입문쪽을 건너다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방으로 올라온 준수는 탁자 위에 상자를 올려 놓고 한참동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윤설이 놓고 간 그 상자였다.

[내가 본 게... 틀리지 않았군]

사실, 준수는 로비를 들어 서는 순간 설을 보았다.

그 또한 한번에 그녀를 알아 보았다.

5년전의 그 때보다 머리가 더 길고 더 매력적으로 변모해 있었으나 그는 알아보았다.

그녀가 몸을 돌리는 순간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그 오렌지향이 다시 느껴 지는 것도 알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외면했다.

 

준수는 상자를 뜯었다.

참, 포장 한번 정성스럽군...

포장지 안에 작은 상자가 있었다.

뚜껑을 열었다.

통장과 도장 그리고...편지 한장.

준수는 편지를 펼쳤다.

눈에 익은 글씨체였다.

 

-안녕하세요...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빌려 주신 돈의 일부를 보내드립니다. 마음 같아선 다 보내드리고 싶지만 아직... 그렇게 여유롭지 못해서 반을 보냅니다. 죄송합니다. 나머지도 빠른 시일에 갚도록 하겠습니다.

은혜...감사드립니다. 그럼....-

 

준수는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몇 번을 읽어도 이상하게 무언가 허전했다.

통장은 보지도 않았다.

그는 편지를 접어 안주머니에 넣고 창가에 섰다.

바람 한 줄기가 저 아래 공원 벤치를 휙. 지나갔다.

다시 가을이다.

[기어이...돈을 갚겠다는 거군]

그 돈은 그 날, 그 하룻밤과 끝난 것이라고 그는 유마담에게 말 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그로서도 개운치 않았다.

그녀가 그의 방에서 사라진 이후 그는 후회를 했다.

그런 식으로 그녀를 가진 것을......

그 하룻밤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의 가슴에 찬바람으로 휘돌고 있었다.

결코 잠재울 수 없는 바람으로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는 휴대폰으로 어디론가로 전화를 했다.

[시간됩니까?]

 

3.

[청춘이여, 영원하라]

가게 이름이다.

대학 동아리방 동기들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설은 혜지와 함께 조금 늦게 그곳에 도착했다.

떠들썩한 자리를 지나 주인이 안내해준 곳으로 들어서자 이미 친구들은 술잔을 돌리고 있었다.

[야~ 윤설. 장혜지!]

[뭬야! 벌써 시작했어?]

혜지가 앉자마자 잔을 들며 말했다.

[목이 마르다. 시원하게 일단 한잔 따라봐봐]

시원한 맥주가 잔을 넘자 혜지는 얼른 입으로 가져갔다.

 

[참, 설아 너 이 선우알지?]

[알지. 빵빵한 재벌 이 선우. 설이 좋다고 대놓고 얘기한 놈?]

혜지가 관심을 보였다.

[선우도 오늘 올거야. 설이 너 안부 제일 먼저 묻던걸?]

[걔 아직도 설이 좋아하는거야? 열부낫네, 열부났어]

선우라면 설도 알고 있었다.

농담도 곧잘 하고 항상 밝고 건강한 동기였다.

군대 가고 서는 본 적이 없었다.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