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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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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은 휘날리고


BY 데미안 2010-11-19

1.

바람이 분다.

나뒹구는 낙엽사이로 가을비가 날린다.

바람과 가을비 속에서 낙엽은 그야말로 추픙낙엽이 되어 제멋대로 춤을 춘다.

 

등뒤로 어둡고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남자는 그런 창밖을 무심히 보고 있었다.

그 큰 키로 다리를 벌리고 선 남자의 모습은 자신감에 충만해 있고 아주 강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강한 남자의 포스와 힘없이 말없이 그저 바람에 휘둘리는 낙엽은 참으로 대조적이다.

 

[그런 말씀은 이제 그만둘 때 되지 않았습니까?  볼때마다 그 얘기를 하셔야 합니까?]

[에미한테 말하는 투는...!  네 형은......!]

[어머니 닮아서 다정다감하죠]

[알긴 아는구나!]

 

어머니 신여사와의 대화를 떠올리는 남자의 미간에 힘이 실렸다. 무거운 한숨도 세어 나왔다.

 

[저는 형님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

[안다. 그래서 네가 모든걸 뒤로 하고 왔다는 것도... 그러니깐 이왕 이렇게 와서 형일을 대신 하면서 좋은 배필 골라 결혼을......!]

[정략결혼은 형님으로 족합니다. 저한테 강요하지 말라고 제가 누누이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여자를 데려오든지, 이 놈아!]

[결혼은...제 일입니다. ]

[하기는 할거니?]

[모르죠...]

[저 놈이...! ]

 

 

신여사는 툭.하면 끈질기게 결혼문제로 남자를 닥달했다.

큰 아들이 교통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가 되자 온갖 협박으로 작은 아들을 미국에서 불러 들여 대신 호텔 사업일을 맡기더니 그 일이 이제 안정적으로 굴러 가자 더 욕심을 부려 결혼까지 시켜서 눌러 앉힐 속셈인 것이다.

남자는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성가셨다.

그래서 스트레스다.

 

휴대폰이 울렸다.

리애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전원을 꺼버렸다.

지금은 그 누구와도 대화를 할 기분이 아니었다.

조용히 가만히 머리도 몸도 식혀 볼 필요가 있었다.

그럴땐 리애가 옆에 있었다.

그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여자... 

서로가 그런 의미에서 만났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현관 벨이 울렸다. 짧게 두번...

남자는 꼼짝 하지 않았다.

한참후 다시 벨 소리가 울렸다.

남자는 리모컨으로 문을 열어 주었다.

또 한참이 흐른 후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여자는 망설인 모양이다.

망설인다고?

남자의 입가가 잠시 치켜 올라갔다.

 

조용히 들어선 여자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남자가 몸을 돌리는 동시에 여자가 고개를 들어 남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순간, 당황한 건 남자였다.

의외다.

여자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강한 그의 모습에 주눅들지 않았다.

 

어깨에서 흩날리는 사기컷 머리

연보라빛 나트 가디건 세트에 청바지

그리고 깨끗해 보이는 얼굴은 화장기가 전혀 없다는 데 전재산을 걸어도 좋다는 생각을 남자는 했다.

눈빛도 입술도 몸매도 유혹적이지 않았다.

마치 면접보러 온 대학생 같았다.

 

단호하다.

여자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으나 결연했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외에 여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건 없었다.

희생양이라...!

남자는 팔짱을 끼었다.

 

여자를 본 게 일주일 전이든가.

호텔 카페 계단에서 카페 마담 유마담과 여자가 하는 소리를 본의 아니게 엿든게 된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