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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BY 정자 2006-08-11

기다리면 뭐하나 오매불망 더 애만 탄다고 하더니  꼭 우리가 그 신세였다.

할머니가 닭을 잡는 그 소동 후 더욱 우리를 질리게 한 것은 너무 조용함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쉼 없이 들락날락하더니 이러게 배 끊긴 섬이나 막차가 떠난 버스 정거장마냥 한산했다.

송화와 나는 애매한 울리지 않는 전화기만 쬐려보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동네 친한 집 한 구석이라도 스파이 하나 심어 수시로 정보

수집을 하 듯이 하면 덜 할 텐데. 꿩고기를 먹은데에 곱배기로 까마귀고기를 잡수셨나 아니면 멀대 아줌니 구한다고 경찰서 앞에서 혹시 데모하고 있는 거 아녀?

떠벌이아줌니는 그렇게 윽박지를 수 있는 목소리도 충분히 그렇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괜히 일만 더 커져 난처한  막자언니 얼굴도 내 앞에서 어른어른 하니.

어디다가 전화를 해서 알아 볼 래도  좀체 그 대상이 떠오르지 않는 캄캄한 오리무중이었다.

 


" 언니? 멀대 아줌니 이름이 뭐라고 했어?"

" 왜?"

" 아니 경찰서에 잡혀가면 유치장에 있을 거 아녀요?'

" 응..그러네.."

" 이름만 대면 알아 볼 수는 있잖어?"

 

신용불량자라고 벌벌 떨던 송화가 기특한 애기를 했다.

그러네..가만히 생각해보자..멀대아줌니 이름이 노새끼? 노시키?

아휴..괜히 떠벌이아줌니가 놀린다고 부른 그 이름만 자꾸 뱅뱅돈다.

아니? 언니 무슨이름이 새끼여? 그런 게 어딨어?

아! 맞다? 노숙희...노우 숙 희이.

 

갑자기 전화 수화기를 잡았다. 어디에 먼저 걸 지 모른 채

다시 수화기를 내려놓고 어디 전화를 물어봐야 하냐 멍하다가 또 송화가 그런다.

" 파출소에 무조건 언니 이름대고 유치장에 있는 지 뭐 그런 걸 물어보면 되지? 에휴 언니 이리 줘유 내가 할 께!"

 

난 옆에서 서 있으란다. 조용히.

송화는  전화안내를 받더니 결국 형사강력계인지 전화번호를 받아냇다.

나 보고 전화하란다.

" 여보세요.."

" 예..강력계입니다.'

목소리도 남자라서 강력하게 무섭게 들린다. 또 가슴이 둥둥 울린다.

" 저어기 몇 칠 전에 거기 유치장에 들어간 사람을 찾는 데요?"

" 유치인 이름이 어떻게 되요?"

" 노숙희요..여자인디...'

" 예..현재 유치장에 있는 데 합의를 해야 석방이 되는 데요?"

" 아니 죄가 뭔데 웬 합의예요?"

" 모르시나요?" 형사가 무뚝뚝하게 말한다.

모르니까 전화를 했지..무슨 죄를 지었길래 합의를 하라는 거여..

이 생각에 수화기 저 쪽에서 뭐라구 했는데 그게 잘 안 들렸다.

" 다시 말씀 좀 해 주셔 유?"

" 아니 아줌마..노 숙희씨는 간통으로 구속이 되었다니까요? 거기다 폭행도 있구만?

난 나도 모르게 수화기를 손에서 떨어져 버렸다.

그 바람에 카운터테이블에 전화기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송화가 뭐라고 했는데 들리지 않았다.

" 야 물 좀 갖고 와라?"

" 언니..왜 그래? 누굴 죽였대? 멀대 아줌니가?"

죽이긴 누굴 죽이냐? 싸움 좀 잘한다고 사람 다 패고 죽이면 이 동네 사람 남아나겄냐?

이렇게 말하고 싶은 데. 차라리 누굴 패다가 달려 갔으면 말이라도 편하지. 아니 그 하필 웬 귀신이 씨나락 후려 먹는 소리보다 더 기막힌 죄를 언제 들킨 거여?

 혼자 사는 여자들 마음이야 봄바람이 열 번 분다고 해도 시원치 않을 거라는 거  들어서 알지만. 하필 멀대아줌니고 둘리아줌니고 모두 혼자서 산다고 이래저래 걸치고 비빌 데 없어 더욱 서러운 데. 혼자 사는 여자들이 제일 만만 한가 쉬운 여자들인가 아닌 가 그걸 조사하나 잡아 간 것이 틀림없었다. 

 

야..물이 아니라..막걸리 한 주전자 받아와라..분명히 떠벌이아줌니 오면 막걸리 찾을거다. 그 서러움을 색으로 말한다면 우윳빛도 흰색도 아닌 그 어정쩡한 한 같은 것이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질에 달달 신세를 볶아도 될 지 안 될지 모르는 막막함을 달래는 것은 따로 뭐가 있을까. 나라도 굿거리 한 판 붙어서 요절을 내든 판가름 내든 당장 뛰어다녀도 시원찮았을 것이다.

“ 언니는 웬 막걸리를 받아오라고 하는 거야..아직 오지도 않은 언니들이 무슨 막걸리를 미리 시키라고 했어요?” 송화가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내가 시킨 심부름 하기 전에 얼른 멀대 아줌니가 경찰서에 있는 이유를 빨리 말하란다.

 

“난 더 이상 말을 못하겠다. 있다가 언니들 오면 니는 모른척 해라? 잉?”

" 아니 언니 지금 무슨 말을 나한테 하긴 했어? 도대체 무슨 죈디?"

" 에휴...간통이란다..무신 일이 이렇게 꼬인다냐? 거기다가 폭행도 있다는데"

어쩔 수 없이 나는 말을 하고 말았다. 

송화가 입이 다 물지 못 한다. 난 계속 아뭇소리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니 여기서 내가 전화 했다고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았다.

   따지고 보면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적어도 테레비 속에서 나오는 이쁘고 야시시한 탤런트들이나 아니면 유명한 여배우들이 어쩌다가 몰래카메라에 찍혀서 들킨 사건들과는 전혀 성질이 틀렸다. 전혀 아닌 세계라든가 모르는 세계에선 우리들하고 아무 상관없이 잘도 돌아가고 있는 요지경 세상이다. 남사스럽게 왜 그런 걸 칠칠치 못하게 들켜서 어느 동네에서 사는 멀대아줌니는 가진 거라곤 하도 어수선한 시대에 출연해서 막가는 인생들 군집하는 곳에 재수 없이 지나가다 덜컥 덫에 걸린 것처럼 버둥대다 살았던 것이 죄라면 죄다. 옴 붙은 게 재수 없다고 해도 그게 전부였던  둘리아줌니나 떠벌이 아줌니나 멀대 아줌니나 어디 무슨 문제가 터지면 반드시 보호 되야 할 울타리 같은 변변한 남편이나 기둥서방이 없는 게 흠이라 아주 큰 결격사유인 사람들이었다. 거기다가 모두들 유목민보다 더한 부랑자 같은 역마살들은 모두 끼같이 끼고 돌았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하든 자꾸 끄질러 보듬어 안아서 살은  막자언니가 아니었으면 벌써 저승사자 가는 길을 뒤 따라 갔을 것 인데.

 

이래저래 저녁은 어둠은 이내 물들어 뒷산에 어느 나무에서 사는 지 산비둘기가 두욱두욱 숲에서 혼자서 운다. 누가 듣고 있을 지 모르는 그 울림은 산을 온통 검은 푸른색으로 포장을 서두루라는 암호처럼 들렸다.

 

" 언니..나 무섭다.." 송화가 무섭다는 것은 그렇게 시끌벅적한 곳이 뒷산에서 부는 바람결도 들릴 정도로 음산하다는 애기다. 말 없는 곳에서 처음부터 살았다면 아주 익숙한 침묵이었을 것인데, 시장 한 복판에서 늘 소란에 소동을 일삼고 살던 내 귀도 이렇게 조용한 것이 공포로 몰고 올 줄이나 생각도 못했다.

 

' 야..머리가 아프다..난..어휴..괜히 전화질을 했나 부다 모르는 게 약이라더니...딱 그 짝이다아"

다른 죄도 아니고 간통이라. 하나도 기가막힌 죄명인데 또 누굴 반 죽인다고 팼나 폭행까지 혹처럼 달고 유치장에 간 멀대 아줌니 얼굴이 상상하니 더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난 이 간통법에 많은 의혹을 제기 하고 싶었다. 아마 지금이 꼭 조선시대에 어느 안방에서 손 작고 얼굴 하얀 마님이 지 계집을 사네 죽이네 사람 안달 복달 하다가 만든 법 같다는 것이다. 누가 법을 제정해서 이렇게 효력을 오랫동안 발효시켜 이젠 당연한 죄를 남자나 여자나 모두 꽁꽁 묶어 못하게 한다고 막은 법인데. 내 알기론 아직 통계를 못 내서 잘 모르는 결과라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숨어서 더 저 질러버리는 불법이 된 것이다.  다른 사람 꼭 남편 있는 유부녀를 상대한  바람이거나, 아니면 아내가 있는 남자만 관계 했을 시 덜컥 민사도 하닌 형벌로 다스린다는 그 법이 나는 아주 께름칙하다. 이런 걸 아는지 모르는 지 송화는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같은 여자라도 한 쪽은 가해자나, 아니면 피해자로 남는 상황에 뭘 더 보태고 말고는 지저분한 말 번짐만 더 할 것이고. 아줌니들이 돌아 오셔도 걱정이었다. 이제 우리도 멀대 아줌니 죄를 알고 있어요? 하며 아는 척도 못하겠고. 안 하자니 분명히 눈치가 구단인 떠벌이아줌니 대충 구렁이 담 넘어가지도 않을 테고. 이리저리 아무리 통박을 굴려도 우리도 잠시 시내로 피해갈까? 하다가 도로 주저앉아 버렸다.

 한 집안에 한 명이 감옥에 가도 집안이 풍지 박산이 나는 데. 두 명이나 보낸 마당에 누군 모른척하고 난 몰라! 나하고 아무상관 없어 하고 빠지면 그 인간성 바닥까지 훤하게 들통이 나니. 어쨌거나 두 분이 얼른 오시든가 해야 무슨 대책을 세우기나 하지. 뭣도 모르는 우리야 오로지 이젠 막자언니만 오면 될 것 같은 기대도 해보았다.

 

한 차례 소나기가 내린 후 이젠 본격적으로 장마철이 시작 된다는 아홉시 뉴스후 일기예보가 끝나도 아줌니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전화도 울리지 않았다.

 

바깥에 별도 달도 뜨지 않은 밤하늘을 무심코 내다 보았다.

순간 자동차의 라이트가 식당 맞은편에서 우리에게 들어오고 있었다.

아! 언니다아..송화야..언니가 왔다아!

 

나는 소리를 질렀다.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이 세사람이다.

가까이에서 보니 멀대 아줌니랑 떠벌이아줌니랑 막자언니엿다.

 

" 왜 이리 늦으신 거여유?" 난 멀대 아줌니를 덜컥 부둥켜 안았다. 난 울컥대는 목소리보다 먼저 눈물이 더 빨리 흘러 내렸다. 주책없이.

니가 왜 우냐?..지금 울어서 될 일이 뭐가 있냐?

떠벌이 아줌니는 그렇게 주먹만 안 쥐었지. 누구 제대로 한 번 패고 온 얼굴이었다.

멀대 아줌니는 몇 칠 만에 얼굴이 반쪽이다.

송화와 나는 양쪽으로 보디가드처럼 문을 열어주고 앉혔다.

막자언니가 나에게 전화 온데는 없냐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전화 한 번 하고 한 통화도 걸려오지 않았다.

합의를 하지 않으면 아직 멀대 아줌니는 아직 경찰서에서 유치인으로 있을 텐데.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궁금함을  내내 누르고 눌렀다. 모르면 모르는 척하는 게 서로 말 체면을 세워 줄 것인데..

 

" 시이벌 그 년 나한테 걸릴 줄  세상천지 꿈이나 꿨을까..지 서방 열이나 있어두 그 짓거리 또 하구 또 할 텐디? 거시기 그 봐라..야! 내가 너무 잘 생겼다고 했잖어? 남자들 상판대기 값나가는 거 그거 하루 이틀 걸린 옛말이냐구? 으이그  니가달리  멀대냐? 산수나 잘했으면 분수나 잘 안다구 하지? 뭐? 믿었다구? 에라이 믿을 거 니 보지나 잘 믿어라..아님 자물쇠를 단단히 하든가?"


양말이 엄지 발가락이 삐죽 내민 것을 보여 주면서 떠벌이 아줌니 또 한 말씀 하신다. 니이미 나두 나중에 다시 태어 날 때 말여? 자지가 한 열 두개 달린 남자로 태어 날거여? 우린 그 소리에 모두 박장대소를 하느라 또 배가 아프다고 하시면서 막자언니가 막 더 웃으신다. 아니 지 거라고 아무데나 찌르고 박으면 탈이 생길 거 아녀? 그럼 그 때마다 자르고 다시 돋아 버리는 좆은 없는 겨?

  한 참 웃던  얼이 나간 멀대 아줌니가 벌컥 소리를 지른다.

" 아 내가 그런 걸 알았냐구? 씨발 것들이 언제부터 내 아랫도리를 관리 한다구 법으로 좆같이 맹글었는 지 몰랐다구? 뉴스에도 동네 방송에도 소리 소문 없이 방망이만 두둘기면 사람 잡아 가두는 것 알았으면 맨 여기저기 숨어있는 갈보년들도 죄다 잡아가야 할 것 아니냐구?"

멀대 아줌니하고 떠벌이 아줌니하고 서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면서 싸우는 통에 내 목구멍에 밀려 버린 내 쓸데없는 걱정들은  모두 도망 가버렸다. 도대체 뭔 일이 새롭게 난 것인지 다시 조사과정을 밟아서 도대체 어떻게 풀려 난 것인지 그게 궁금했다.  막자언니는 오징어를 삶고. 뒷 광에 널브러진 무 하나를 두 동강내서 촉촉하게 생채를 썰고 우리에게 묻는다. 혹시 막걸리 먹다 남은 거 있냐구 한다.

 

' 언니는 지금 뭐 하는 거여? 재 두부라도 한 모 줘야 순서지?"

떠벌이 아줌니가 뜬금없이 두부를 애기하니 멀대 아줌니 야! 내가 무신 죄를 졌다구 두부는 뭐냐구 한다. 내 비두라고 하신다.

 

" 야 그래두 그건 아니다..어휴..내가 그 년을 안 만났으면 니는 벌써 교도소로 넘어가기 직전 이었당께. 썅년들 다들 지 힘으로 살 것 궁리는 안하고, 어딜 우리 등쳐서 한 몫 잡을려구 단단히 별렀드라구. 딱 맞장떠서 나두 거시기 머시냐? 언니 아까 그 게 뭔 죄라구 했지..니이미 좃두 죄도 유식하게 쳐발라놔서 들어도 기억이 안나네?“

 옆에서 웃으시고 있던 막자언니가 혼인빙자간음 죄란다. 그러니까 상대방도 그 걸로 변호사 사면 샀지 합의 해 줄 돈은 눈꼽만치 없다고 했더니 상대방이 갑자기 말이 확 바뀌더란다.  그 상황을 안 봐도 훤하다. 떠벌이아줌니가 욱하는 성질만 빼면 앞 뒤 딱딱 맞게 말 망치로 후려 갈겼을 것이다. 돈없는 년이 서방도 없으니 새끼없고 먹여 살릴 걸릴 게 없는 데 밥도 공짜로 줘. 그냥 재워주는 감옥이라고 못 갈 것 같으냐? 남들에게 팔아 먹을 체면은 우리랑 아무 상관 없다. 까짓거 물귀신처럼 같이 맞고소를 해서 니두 나두 나란히 법으로 뜨자고 했을 것이다. 지덜이 좋아서 여관을 가던 살림을 하던 애들도 아니고 지덜 꼴리는 데로 산 것을 이제야 그게 간통이면 나도 맞고소로 혼인빙자간음죄로 얼마든지 한다고 윽박 질렀다고 했다.그렇게 안당할려면 당장 고소취하를 하던가.죄우지당 간에 오늘 끝장을 내자고 덤볐으니 세상천지 떠벌이아줌니 같이 말발 드센 사람 처음 보았을 것이고. 원체 잘 쓰고 이용해먹은 그 욕은 사람 질려버리게 하는 데. 거기라고 말 가려가면서 예예 할 떠벌이아줌니가 아니었다. 더구나 떠벌이 아줌니 그 동네에선 힘이 무지 쎄다고 소문난 멀대 아줌니 친구라고 너무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 힘이란 것이 떠벌이 아줌니 백이 무슨 조직이 있고 두목과 한 파라느니 아무튼 그 황당한 소문들은 전설따라 아직 확인만 안한 진짜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한 번은 웬 남자랑 싸움이 붙었는데 멱살을 놔주지 않아서 그 남자가 싹싹 빌고 난 후 풀어 준 적이 있었는데 나중엔 그  사건이 그 남자가 웬 조직의 똘마니를 손 봐 준 거라고 소문이 난 거다. 나에게 진짜 떠벌이 아줌니 정체가 뭐냐고 옆집 인영 엄마도 쌀짝 묻기도 했었다. 합의서를 써서 서로 나눠 갖고 각서까지 받아내고. 그 여자 빨간 립스틱에 손을 찍어 확실히 다짐을 받아 낸 각서를 보니 기도 안 찬다. 얼마나 떨었는 지 한 글자가 한 글자가 지렁이 술 쳐먹고 기어간 것보다 더 심한 글씨체였다. 주먹없이 한 대 후려쳤냐고 묻고 싶은데. 하긴 그랬다간 내가 한 대 두둘겨 맞을 것이다.

 

" 니..이거 죽을 때까지 기념으로 갖고 있어라?" 손도장이 찍힌 각서를 방바닥에 던지면서 힐쭉 웃으신다.

" 왜? 자손대대로 자랑하라고?" 멀대 아줌니가 뻘줌 대답을 하니

'누가 아냐? 인제 하도 세월이 흘러 그까짓 간통도 너두 나두 몰래 다 한다는 세상이 되어서 별루 쓰다버린 법이 되면 이거 골동품 아녀?

 별 게 다 골동품이 될 거라고 예언을 한다는 니. 서방없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다고 셍각 하는 년 놈들 모조리 그 뭐시다냐?  줄줄히 사탕처럼 매달아서 새로운 법을 하나 맨글어 갖고 전부 감옥으로 보내버리는 거여?..에이! 목이 탄다 타? 야 술은 있긴 있는 거여?

 

막자언니가 언제 그렇게 안주를 마련 했는지 술 주전자가 희게 출렁대면서 술잔에 가득 채워졌다. 내 예감은 그 타는 속을 어떻게 달랠까 싶어 받아 오라던 그 막걸리가 멀대 아줌니가 한 잔 하면 떠벌이 아줌니가 잔을 돌려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겁난다고 무서워하던 송화는 헤벌쭉 웃기만 하고 난 그저 주는 술에 달짝지근하니 몽롱하다 .멀대 아줌니는 그제야 숨을 쉬듯이 얼굴이 편안해졌다.

 

' 야..우덜 잘 먹고 잘살아 한다...그래야 난중에 할 말이 있는 거여..."

막자언니가 술기운에 그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아니면 다시 풀려난 멀대 아줌니 때문에 마음이 놓인 건지 그렇게 말을 하고 모로 누었다. 니덜은 누구보다 더 잘 살아야 한다.

"우덜이 누군디? 우덜이 누군디?"

 

 베개높이 만큼 그 등허리가 늙은 산처럼 굽었다. 막자언니는 술 몇 잔에 긴장이 풀려서인지 눈이 스르륵 감겼다.

떠벌이 아줌니가 인제 우리도 그냥 자자? 하신다.

그렇게 술상도 그대로 앉은 자리에서 눈을 감고 누웠다. 잠은 그렇게 달게 스르륵 오고  아침은 또 말짱하게 기적처럼 우리 식당에 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