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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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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유 2006-09-07

새벽녁 이였다. 구정에 맞춰 기획상품으로 나갈 단품을 계획중이라 모아온 자료정리를 하다가 잠깐 잠든거였다. 다가올 신정에 나갈 상품은 이미 진열대에 올랐는데 각 매장에서 구정에 맞춰서 잠깐 세일을 잡고 있다며 그틈에 신상품을 끼워넣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갑자기 바빠진 디자인 팀 이였다. 팀장의 자리로 올라온지 얼마 안되어서 인지 쉽게 소홀히 흘려 버릴수가 없어 바짝 긴장을 쓰고 있는 요즘이다.

 

전화일 꺼라고 생각하고 전화기를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벨소리가 나는 곳은 내가 엎드려 있던 책상위였다. 액정 화면에 비치는 시간은 5시를 조금 넘어선 시간이였고 발신 번호는 낯설었다.누굴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에 없는 번호였다. 내가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벨은 멈췄다가 다시 울렸다. 두번연속 울리는것 보니까 잘못누른건 아닌가 보다....누구지...?

 

"여보세요.....?"

"이여경씨 핸드폰 인가요?"

"네 그런데요.......누구신지.....?"

"혹시 이도진씨라고 아시는 분인가요?오빠라고 하던데...."
이도진.....?작은 오빠였다.갑자기 가슴이 쿵쾅 거렸다.

 

"네 ,맞는데요.....?오빠 에게 무슨일이 있는건가요...?"

"오늘 새벽4시에 이준규씨 아버님이 운명하셨습니다......여기 흑산도인데 ......"

 

그뒤로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게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가 작은 오빠와 함께 있다고 하더니 ...어떡하다가 .....돌아 가셨다는 건지.......급하게 상준이에게 전화 넣고 성주에게 전화 하고 상준일 기다렸다가 함께 흑산도로 내려갔다.

 

비행기로 광주로 가서 배를 타고 흑산도로 향했다. 새벽에 나도 모르게 오열이 터져나와 한참을 정신을 놓고 울었는데.......살을 에일듯이 차가운 얼음바람 탓에 눈물이 얼었는지 눈가에 젖은 물기 조차 없었다. 상준이 내내 품안에 날 가두다 시피 안아주어서 인지 춥다는 느낌 은 없고 오히려 기대어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정말 못할짓 많이 하고 날 많이도 괴롭고 힘들게 했던 분이셨는데......그래도 내속엔 아버지라는 사람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나 보다......돌아가셨다는 말에 심장 한켠이 쿵하고 떨어져 내리는걸 보면.......생선의 모습이라는게 그 수용소에서 본 마지막 모습이라 웬지 내가 정말 나쁘고 지독한 년 이라는 자책감이 들어 젖어 드는 눈이였다.

 

병원 영안실에 모셔다 둔 아버지......상주가 되어 혼자 손님을 맞고 있는 오빠가 보였다. 검은색 양복에 머리에 두건 쓰고 팔에 띠 두루고.....옆에 하얀색 상복을 입은 젊은 여자가 보였다. 그새 결혼이라도 한것일까.....?들어서는 날 보는 오빠의 얼굴은 눈물로 퉁퉁 부어 있었다.

 

손님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옆의 영안실과 달리 우리쪽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배를 타고 있다는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는 달리 오빤 대형 유통매장에서 일하고 있었고 식은 없이 혼인신고만 올리고 몇달전에 장가를 들었다고 했다. 오빠의 아내 되는 혜경씨는 미인은 아니지만 단아한 인상의 넉넉한 여유를 가지고 있어 보였다. 그녀는 재혼이였다. 4살난 딸아이가 하나 있는 남편을 바다에 잃어버린 사람이였다. 오빠완 매장에서 만났다고 했는데 그동안 아버지를 시아버지로 잘 모시고 있었다고 주변의 몇 안되는 이웃들의 얘기에 난 너무나 고마운 마음 뿐이였다.

 

5일장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난 좀 기진 맥진 했다. 엄마에겐 알리지 않는게 좋겠다는 오빠의 말에 나도 동감했다.괜히 엄마에게 알려 봤자 와보지도 못할것이고 함께 사시는 김기사 아저씨의 눈치를 보고 계시는 분이라 연락이 쉽지 않았다. 나와도 거의 연락을 안하고 사는 엄아였다. 전에 한번 내려가 봤는데 김기사 아저씨나 아이들은 엄마에게 아주 잘 대해주고 있었는데 엄마가 괜히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마도 사는 내내 남의 집 살이을 해서 일꺼라는 아저씨의 얘기에 내가 괜히 민망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엄마가 생각보다 잘 살고 있음에 마음이 놓였는데....아버지일을 알려 주기가 쉽지가 않았다.

 

오빠에게 상준이 2월에 결혼식을 올릴거라고 얘길 했다. 아직 날을 잡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해버리는 상준이였다. 아마도 영인이 말한것처럼 2월14일로 날을 잡을것 같았다. 때마침 그때가 토요일  이였다. 뭐라고 반박도 못하고 2월에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바쁘게 신정이 가고 구정도 지난 토요일 오후였다. 살림집을 정해놓고 가구며 주방기구을 보러 백화점에 들렀다. 둘이 살기엔 너무 크다며 그렇게 싫은 티를 냈지만 상준인 자기 멋대로 45평의 빌라를 구입했고 거기에 맞춰 넣어야 하는 주방기구는 리모델링에 맞춰 구색을 갖추었다. 내가 백화점에서 하는 일이라는게 별로 없었다.

 

침구셋트와 주방기기 셋트는 모두 우리 회사에서 가져올 것이고.....별로 살것도 없었다. 예묾도 영인이가 시어머니 자격[?]으로 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맞춰주는 식이였다. 내가 할 것이란 몸을 잘 추스리는 일이라고 말하는 상준이였다. 하루가 바쁘개 지나가고 있었다.

 

그린민트 톤에 노랑의 작은 알갱이가 박힌 모노톤의 벽지가 발라져 있는 거실......바이올렛 계통의 침구와 맞춰 침구보다 연한 색의 역시나 작은 붉은색의 알갱이가 박혀 있는 침실.....둘이 함께 쓰기로한 서재의 벽지는 다크블루돈에 초록의 알갱이가 박혀져 있었다.회사의 기획 상품으로 출시 되었던 원목으로 만든 책상과 책장.......천연색으로 물들인 나무목이였다.

전체적으로 방마다 테마가 있게 꾸며져 있었는데 집은 정말 맘에 들었다. 몇날 며칠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따라 다니며 발품과 말품을 했더니 100%로는 아니지만 거의 만족에 가깝게 집을 꾸몄다.영인이 자기도 아이낫기 전에 리모델링 하고 싶다며 부러워 했다.

 

필요한 짐을 한가지씩 옮겨 놓았더니 내 원룸이 굉장히 넓어 보이는 요즘 이였다. 상준이 그냥 원룸을 비워두고 함께 있자고 했지만......혼자만의 공간을 가질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는 요즘을 소중히 보내야 한다는 영인이의 말에 새집에 들렀다가도 늦게라도 잠은 집에와서 잤다. 주인 아주머니는 곧 헤어진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하셨다. 있는 내내 알게 모르게 많이 챙겨주신 분이셨다. 밑반찬이며 간혹 저녁 거리도내게 건네 주셧던 어머니 같은 분이셨다.

 

내 결혼 소식에 엄만 눈물을 흘리셨다. 너무 자기 생각만 하고 살아왔는게 미안하다며.....하지만 앞서서 나설 만큼 날 챙겨줄수 없었던 자신을 용서 하라고 했다.나의 태생에 대해 엄만 알게 모르게 날 미워도 하고 애달프기도 했다며 그래서 날 볼때마다 두가지 감정이 교차해 날 편하게 대하지 못하겠더라는 말을 하셨다. 사실 그말에 좀 놀랐지만....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달리 엄말 원망하거나 미워하고픈 생각은 없었다.

 

결혼식을 5일 정도 남겨둔 주말 이였다. 영인이 주최한 저녁 파티에 초대되어 안면도의 별장으로 향했다. 요리을 배우는데 취미를 확실하게 붙인 영인인 한식,중식.일식.양식을 모두 배워 이젠 파티를 열때마다 퓨전식으로 상차림을 했다.입덧이 사라지자 살것 같다는 영인인 태교에 열성을 다해 매달렸다. 그런 영인이 모습이 좋아 보인다며 상준이 우리도 빨리 2세를 갖자며 요즘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영인이 파티엔 윤재희도 와 있었다. 영인이 요리 학원동기 자격으로 참석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영인이 자꾸 윤재희을 성주와 붙여주려고 맘을 단단히 먹은것 같았다.

 

일전에 봤던 찬주의 다른 친구인 종은인 성주에게 꼬박꼬박 오빠라고 하던데 윤재희는 성주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다. 달리 뭐라고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성주와는 개인적인 대화를 안하고 있었으니까.....성주 또한 전과는 달리 윤재희에게 별다른 관심을 표하고 있진 않고 있었다. 무언가 일이 생기길 바라는 영인이만 몸살을 앓고 있었다.

 

"성주는 진짜 윤재희씨 에게 관심이 없데....?"

 

붉은 포도 와인이 들어 있는 잔을 내게 건네는 상준이에 난 물었다.

 

"글쎄.....아마도 동생 친구라는게 맘에 걸리겠지.....?다가서기 쉽지 않을거야.....더구나 상대가 저렇게 대놓고 밀어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뭐야.....그럼 성주는 윤재희 씨를 맘에 두고 있기는 한거란 말야.....?"

"아마도......자기도 모르게 자꾸 끌려 다니게 된다네......왜 저렇게 자길 싫어하고 꺼려 하는지 모르겠데......찬주도 별다른 말 없고.....답답하데....."
"영인인 우리 모임에 어떻게 해서든지 재희씰 끌어 들이려고 하는것 같은데......일이 쉽지 않겠네...."

":너도 재미 있어 하잖아.....?영인이 핑계는......."

 

째려 흘기는 날보며 상준인 피식 거렸다. 연어가 얹어져 있는 카나페 모양의 초밥 이라고도칭하기 힘든 이름 모를 요리를 입에 넣었다. 위에 뿌린 소스가 무언지 약간의 굴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향신료 냄새도 나는것 같은 오묘한 맛이 나는 밥이 깔린 카나페 였다.

 

알게 모르게 연어 요리를 즐겨 먹는 나였다. 부드럽게 씹히는 살과 고소한 향이.....입맛에 도는 감칠맛도 좋다. 초밥을 먹어도 롤을 먹어도 늘 연어만 찾는 날 보고 한때 영인이와 성주가 임신 한거 아니냐며 오해를 하기도 했다. 상준이의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받아 내는 사람이 나 뿐인걸 안다는 우습지도 않는 농담을 던지며 어차피 결혼 할 건데 귀찮은 피임은 왜 하냐는 둘이였다.

 

첨엔 결혼하고 3년은 아이를 갖지 말자던 상준이였는데 요즘엔 부쩍 아이를 갖가고 해서 왜 그러나 했더니 아이를 가짐으로서 날 집에다 묶어두려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내게 들킨 상준이였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출장이 잦은 자길 따라 다닐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며 늘 나와 붙어 다니려는 상준이였다.살아오면서 저을 듬뿍 받은 사람치고는 가끔 보면 상준인 애정 결핍증 같은 증세를 보이는것 같았다.

 

자고 가라는 영인이 얘기에 재희는 일요일에 약속이 있다며 서울로 올라 간다고 했다. 밖에 야외 정원에서 저녁을 먹고 있던 중이라 저녁후에 불꽂놀이를 계획 하고 있었는데 9시쯤 재희가 일어났다.

 

"아침엔 데려다 줄께......더 있다 가지 그래....?"

못내 아쉬운 영인이 말에 재흰 고갤 저었다.

 

"회사에 나가봐야 해요....마무리 작업 할게 있어서 우리팀 모두 모이기로 했거든요.....죄송해요......분위기 깨서...."

 

그러면서 자케과 가방을 챙겨 일어서는 성주가 따라 일어섰다.금방 재희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택시 불러서 타고 가면 되요......혼가 갈수 있어요...."

"나중에 찬주에게 욕먹고 싶지 않아서 그래.......먼저갈께......오영인 저녁 맛있었다...."

 

재희의 말을 더 들어보지도 않고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던지며 먼저 나가버린 성주였다. 남아 있던 우리도 재희도 좀 당황되는 기분이였다. 함께 내려왔던 영인이 오빠 도 성주의 행동에 모를듯한 얼굴을 하더니 갑자기 피식 거리며 웃었다.

 

"윤재희 씨 였습니까....?성주 녀석 레이다에 걸리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텐데.......그냥 잡혀 주지 그래요.....우리회사 제일 가는 매력남인데....."

 

금방 붉어지는 윤재희의 얼굴......영인이 자기 오빠에게 작게 눈흘김을 주었다. 상현씨와 상준인 멋적어 하며 웃음을 지었다. 나또한 입근처가 근질거리는게 금방이라도 웃음이 비어져 나올것 같았다.

 

"나가봐요.....성질 급한 녀석 다시 들어오기 전에.......아주 싫지 않다면 한번 만나는 보지 그래요.......성주 보기 보다 순정파 인데...."

"믿을수 없어요.......박상준씨나 한성주씨나 알아주는 플레이 였다는건 내주변의 모두가 아는 얘기니까......쉽게 신뢰를 할수가 없어요......"

 

뜻밖의 얘기였다. 한성주가 플레이라는건 알지만 박상준이 플레이라니.........난 정말 놀랐다. 내 표정에 상준인 인상을 써보였다.

 

"그건 옛날 얘기잖아.......상준일 봐.....10년이 넘게 여경이만 바라보고 있잖아......아마 성주도........"

".....그렇다고 과거 전적이 다 지워지는건 아니지요......난 찬주와 친구이기전에 어릴때부터 두사람의 바람얘기를 들어와서인지.....쉽게 수긍이 안가요.....먼저 가볼께요....."

 

저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우리에게....아니 나에게 커다란 돌을 하나 던져 주고 윤재희는 사라졌다.영인인 그런 재흴 보며 고갤 절래절래 흔들었다.

 

"똑똑해 보이고 현실적인것 처럼 보였는데.....저런 순진한 면이 숨겨져 있었더니....좀 의외야........10년도 더된 과거에 억매여 있다는게.......생각밖이야...."

"....쉽지 않아 한성주......윤재희씨 사촌 언니가 예전에 성주때문에 .....큰일을 당했거든..."

 

상현의 얘기에 상준이 던지 말이였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갔다.

 

"영인이 넌 알지.....?우리 중학때 같은 반 이였던 윤미진 이라고.....성주와 잠깐 사귀었는데 미저리 같이 군다고 성주가 아주 차게 매몰차게 잘라냈던애........기억나....?"

"....글쎄.....너무 오래된 일이라.....근데....그애 얘긴왜....?"
"그애가 윤재희씨 큰 아버지 큰 딸이거든........"

"......그런데 뭐....."

"자살 했잖아......겨울 방학 하고 우리 학원갔다가 오는길에 그애가 갑자가 나타나서는 정말 자길 싫어하냐며 물었고 성주가 싫다는 감정도 이젠 희미해진다며 몸서리 쳣거든.......24일 저녁에 ......약 먹었잖아.........죽었어...."

 

세상에...........정말......어찌 이런 말도 안되는 .......

 

상준이 얘기에 우린 모두 경악을 했다. 아니 경악이 아니라.....그보다 더 심한 언어 표현이 있다면 갖다 붙이고 싶을 정도의큰 충격을 받았다.

 

정말 ....성주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3이라면 한창 사춘기이고 감수성이 예민할 때이기는 하지만...좋아하는 남학생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죽기까지 하다니 .....난 잘 이해가 안되는 일이였지만....그럴수도 있겠구난 하는 생각은 들었다.

 

상준이 얘기에 영인이 갑자기 고갤 끄떡였다. 생각이 났다는 얼굴로......암튼 불쌍한 한성주.....보니까 윤재희 에게 필이 꼿혀도 단단히 꼿힌것 같은데.......성주가 정말 불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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