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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유 2006-01-11

거실의 조명이 은은한 불빛으로 바뀌었다. 준비해온 보라와 붉은색의 한지로 곳곳의 거실 조명등을 미리 손을 봐주었다. 생각했던 빛깔은 아니였지만 그런데로 거슬리지는 않은 정도 였다. 뭔가 굉장한 기대를 한다는 상준이의 표정이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이미 뱉어낸 말이였고 저렇게 기대를 하고 있는 얼굴인데 이제 와서 무를수도 없는 노릇이고......첨 계획데로 밀고 나가기로 맘 먹었다.쫌은 어설플지 모르지만.......어쩜 많이 서투를지도 모르지만 상준인 좋아할것 같았다. 저를 향한 내 사랑과 열정이 얼마만큼인지.......

 

잠깐 방으로 들어가서 준비해온 재즈복으로 갈아 입었다. 검은색 발목 타이즈에 보라와 붉은빛의 치렁치렁한 모양새의 랩스커트를 골반에 비스듬히 둘렀다. 머린 길게 풀어 내렸다. 약간의 화장......마스카라만 짙게 덧 칠했다. 입술의 립스틱도 다시한번 바르로 썩 내키진 않았지만 원장이 빌려준 화관을 머리에 섰다.

 

거실로 나가면서 어둠속에서 내쪽을 향해 시선을 주고 있는 상준일 잠시 봤다. 상체를 앞으로 당겨 양손을 마주잡은 자세로 턱을 내민체 날 보고 있었다.무언가에 들떠 있는 듯한 얼굴....잠시 얼굴에 웃음이 묻었다.

 

시선을 비키며 시디를 걸었다. 준비한 음악.....이,죽,사의 메인 테마가 거실로 쏟아져 나왔다. 등의 시루엣이 잘 살게 사선으로 비딱하게 서 준비자세로 서있던 난 음악이 시작됨과 동시에 커다랗게 턴을 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음악이 격렬하고 숨가쁜 비트 박자여서 내 몸의 모든 리듬도 빠르게 움직였다.차마 마주 볼 수 없는 상준이 얼굴......아마도 나처럼 많이 상기되어 있으리라.......음악소리에 묻혀 거실의 소음은 하나도 들려 오지 않았다.숨죽인 상준이의 숨소린 ....들리지 않았다.

 

이죽사가 끝나고 요즘 한창 유행인 채연의 오직너가 나왔다.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이기에 난 숨이 꽤 찼고 온몸에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지만....열심히 아까완 다르게 춤을 춰 나갔다. 채연의 귀여움과 섹시함.....노래 가사에 맞게 작게 흥얼거리 가볍게 춤을 췄다. 웨이브가 많이 들어가는 춤이라 보기보단 힘이 들었지만....춤은 즐거웠다.

 

 

준비한 음악이 모두 끝나고 난 호흡을 잠시 고르고 시디를 다른걸로 바꿨다.박수소리가 날줄 알았는데........이제야 눈 마주친 상준인 모를듯한 얼굴이였다.괜히 멋적어진 난 씻고 오겠다는 손짓을 하고 욕실로 향했다. 재즈댄스는 보기보단 힘든운동 이였다. 우연히 영인이 따라서 구경만 하겠다고 들어섰던 학원인데 근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영인이 보다 내가 더 찿게 되었다. 살면서 그 흔한 나이트도 제대로 못가본 내가 춤이라니....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였는데 나와 의외로 코드가 잘 맞았다.

 

따스한 샤워기 아래서 잠시 서있었다. 몸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서늘한 물로 바꾸고 간단하게 씼었다. 어중간한 시간 타임은 무거운 침묵을 동반한 썰렁함을 줄것 같아 약간은 초조해 하며 문을 나섰다.

 

"헉!!"

 

문을 여는순간......심장마비로 세상을 뜰뻔했다. 문앞에 상준이 벽에 등을 데고 떡 하니 서있었다.

 

"50까지 세고......그래도 안나오면 들어가려구.......아직 35 조금 넘었는데......그냥 있지 그랬어.....옷벗길 여유 ......지금의 내겐 없는데......."

 

 

그말을 끝으로 벽과 상준이 사이에 갇혔다.놀라 뭐라 하려는 내 입은 상준이의 입술에 막혀버렸다.놀란 가슴 진정도 시키지 못했는데 다가온 입술과 빠르게 들어오는 혀였다.

 

제대로 묵지도 못한 바스가운이 힘없이 밑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순간의 벗겨짐에 당황이되어 가운을 잡으려는 내손은 상준이에게 잡혀 머리위로 올려져 버렸다. 속수무책이였다. 자세가 불안정해 어정쩡해 하는 나와 달리 상준인 제할일을 무리없이 소화해 내는 사람마냥 열중이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언제 안아 올려졌는지.......우린 거실에서 방으로 .....침실로 옮겨왔다.한번의 격정의 시간이 지나감에 상준이 어느정도 진정이 된것 같았다.

 

내게 팔 베게를 해주며 상준이 날 돌아다 봤다. 둘의 시선이 어둠 속에서 만났다.

 

"영인이 말로는 이제 겨우 3개월 좀 넘었다고 했는데.......생각보다 굉장히 잘추네..."

".......?"

"....알고 있었어.....너모르게 가끔 보러도 갔고......네가 너무 심취해 있어서 아는척 하기가 그래서 그냥 보다가 오고 그랬어......"

 

아......꿈이 깨진 기분........알고 있었다니.......이렇게 허무할 수가.....

 

 

맥빠져 하는 날 보며 상준이 큭큭 거렸다. 좀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조용히 배우자던 오영인을 쉽게 믿은 내 머리탓이겠지.......상준이에게 말하고 싶어서 그 입이 얼마나 간지러웠을까.......얄미운 기집....

 

샐쭉하니 돌아누운 날 등뒤로 안으며 상준이 말했다.

 

"혹시 아냐....?가끔 춤추는 널 보고 돌아오는 저녁내내 내가 얼마나 고통 스러웠는지...."
"......뭐가....?"

".....네게서 품어져 나오는 페로몬 탓에 난 늘 기둥을 빳빳이 세우고 있었다면 믿겠어....?전에 네가 나보고 너무 심한것 아니냐며 ....아니 미친거 아니냐고 했었지....ㅋㅋㅋㅋ "

 

 

무슨소리인지.....큭큭 거리는 상준이가 이해가 안되었다. 내가 언제 자기더러 미친거 아니냐는 소릴 했다는 건지.......상준인 여전히 킥킥 거렸다.

 

"생각안나......비오는 금요일 아침......내가 널 일찍 내 방으로 호출 했잖아.......정말 기억안나......?아님 너무 충격적인 일이여서 기억에서 지워버린거야......?"
"아......."

 

정말.....그땐.......상준이가 미쳤는줄 알았다.갑자기 선명하게 떠오르는 말도 안되는 기억의 파편들......정말 그때 난 상준이가 막중한 일에 치여 정신이 잠깐 어떻게 된줄 알았다. 해외 출장이 잦아 시차 스트레스로 머리가 좀 어떻게 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많이 당황되고 혼란스럽던 금요일 이였다.

 

 

목요일 저녁에 재즈 학원에 들렀다가 새로운 안무 연습에 난 좀 과하게 시간을 늘려 춤을 추었고 그 덕에 집에 오자마자 골아떨어졌다. 그래서 인지 다음날 금요일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데도 기분이 맑고 개운했다.늘 하던 습관데로 다른 사람 보다 3,40분 빠른 내 출근길......사무실 문을 열고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고 탕비실로 향하는데 내선벨이 울렸다.이렇게 이른 시간에......내선벨이라니....?좀 이해가 안되었지만 울리는 벨을 무시할수가 없어 수화기를 들었다.

 

"나야.....좀 올라오지....지금 빨리...."

'네 ..디자인팀 이여...'

하는데 들리는 소리......상준이였다. 일반직인 우리보다 출근시간이 2시간 빠른 간부급인 상준이였다. 순간 좀 당황이 되었다. 앞뒤말  어미 모두 자르고 올라오라니.....회사에서는 우리에 대해서 아직은 잘은 모르지만.....상준이 방의 비서들은 어렴픗이 알고 있는것 같은데....아침부터 날 호출하는건.....불편했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맘이 편치 않았다. 한번 심 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네하는 반응이 없어 두어번 더 노크하다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와 달리 간부들의 비서진들도 출근이 빨랐다. 하지만 어떻게 된건지 상준이 사무실 비서들이 안보였다. 김영민 비서팀장을 비롯해 두명의 여직원이 있는데.......아직 출근 전인지 책상도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내가 들어섬과 동시에 따로 문이 있는 방문이 열리며 상준이 나왔다.

 

"왔으면 뭐해 들어오지 않고...."
"....아.....네...."

 그래도 회사라.....존대어가 나갔다. 입술 한쪽 끝으로 상준이 웃음을 문것 같았다. 내가 들어섬과 동시에 날 쇼파로 끌어 당기더니 입술를 찾았다.

 

너무 놀라고 당황하면 억 소리도 안나온다더니....지금의 내가 그랬다. 막무가내로 입술을 열고 들어온 혀을 제대로 감당도 못하는데 어느새 입고 있는 니트을 들추며 손하나가 가슴으로 들어왔다. 쉽게 걷어 올려져간 브래지어 안으로 들어온 손이 가슴을 주물 거렸다..

 

"...뭐하는 거야.....왜......"

겨우 얼굴 돌리며 막무가내로 날 가지려는 상준일 밀쳤다. 하지만 내 밀침이 약한지 오히려 소파로 눕는 상황이 되었다.

 

"왜 이래......도대체...."

"미쳤다고 생각하고 가만 있어줘......."

".....뭐.....어떻..."

"제발......죽는사람 소원 들어주는 셈 치고.....제발.....들어줘...."

 

동시에 위로 벗겨져 버린 니트 였다. 세상에.....!!!!!어찌 이런일이 백주대낮에 나에게...이런 천인공노할 일이......기막혀.....너무 기막혀 숨쉬는것도 잊어버릴 만큼 난 기함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상준이 그러는 나완 달리 내 짧지 않은 치마을 허리위로 올리고 속옷을 한꺼번에 잡아 내리려하고 있었다. 아무리 내게 미쳐도 그렇지 이건 아니다.......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도 이건 아냐.....이건.....!!!!

 

밀쳐내려는 나와 끝까지 내게 붙어 여기저기 입을 맞추며 밀어부치는 상준이......정말 미칠것만 같았다.얘가 왜이러나....정말 내가 아는 박상준이 맞는지.......너무 놀라 머리속이 텅 비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제발.....협조좀 해줘봐.......나 지금 미치기 일보 직전이거든....."

"절대 안돼.....차라리 미쳐버려......!!!!"

어디서 그런힘이 솟구쳤는지 난 내 위에서 날 내리 누르는 상준일 쇼파 밑으로 떨치는데 성공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내 밀침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상준인 많이 놀란 얼굴이였다.상준이의 그런 얼굴에 나또한 놀랍고 순간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다시금 돌아온 이성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말이 안되는 거라는데에 생각이 미쳤다.상준이 얼이 빠져 나가 있는 사이 난 옷을 제대로 고쳐 입었다.

 

"너 말야......"

나가려는 날 잡으며 상준이 말했다.

 

"나  사랑하는거 맞냐....?"

상당히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얼굴을 하는 상준일 보며 난 '흥'거리는 코 웃음을 쳐 주었다.

상준이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너야 말로 나 사랑하는거 맞아?"

".........?"

"......날 사랑한다면 ...이런식의 행동 못해.....감히 날 어떻게 보고  이런...."
"나 ...좀있음 이태리 출장이야.....열흘동안 널 만날수가 없어......그제 출장에서 돌아왔는데 다시 열흘이라구.......이런 내 사정 뻔히 알면 한번쯤은 봐줄수도 있는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아까 네가 내게 한 행동은 강간이야......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사이래도 엄연히 지켜야할...."

"알았어 알았어.....!!!!!!내가 잘못했어....내가 미친거야....."

"....."

"야 !이여경 너 잘난거 잘아는데.....아무리 내가 좀 이성을 잊고 실성을 해서 한 짓이라고 해도 그렇지 말이좀 심한것 아냐...?일방적인 감정이라고 해도 내가 원하면 그냥 대주면 좀 안돼.......?영인인 잘도 준다고 하던데 넌 .......아휴....말을 말아야지......내가...."

그러면서 갑자기 자기 가슴팍을 치는 상준이였다.

 

정말 .....쟤 왜저래......란 말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아침이였다. 멍하니 벙뜬 얼굴로 서 있는 날 보더니 상준이 말했다. 풀어져 있던 타이을 제대로 매면서......

 

"암튼....너 나 출장 갔다와서 봐......넌 그때 나한테 죽었어...."

"......뭐....?"

"나가봐......다들 출근할 시간이야...."

 

그러면서 책상위의 티슈통에서 몇장의 티슈를 뽑아 내게 건네었다.

 

"입술....여기저기 엉망이야.....닦고 나가......"

 

정말.............

 

암튼 그날 아침은 내게 하루종일 혼란스러운 날이였다. 출장 다녀온뒤 상준이 마치 그런일이 언제 있었냐는 얼굴로 모두 잊은 듯이 행동에 난 다른 말을 건네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게 넘어갔다. 단단히 벼르고 따지려고 했었는데......출장기간이 길어서 인지 많이 지쳐하고 피곤해 하는 상준일 보니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 그냥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근데 그 이야길 상준이 꺼낸 거였다.새삼 다시 생각나는 일이였다.

 

 

"그때.....저녁에 너 춤추는것 봤거든.....붉은색 옷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카르멘 같더라.....보통땐 정적인 넌데 춤 출땐 다른 사람이 되는것 같아.....온몸에서 불길이 확확 뿜어져 나오는게....옆에있음 그 불에 화상을 입을 것만 같더라구.......성준 아무렇지도 않다는데 왜 난 그리 흥분이 되는지.......금방 출장을 다녀온 터라 좀 시간이 남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형이 전활 했더라구 로마 엔시크에서 날 호출했다는.....아정말....그땐 미치는줄 알았어.....당장이라도 널 안지 못하면 죽을것 같은데....또다시 떨어져야 한다니....것도 열흘이라니....비서들에게 개인적으로 한명씩 일찍 나오지 못하게 연막을 쳐놓고 널 기다린 아침인데......네가 그렇게 반응 할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날 보고 강간범 이라니.....세상에......"

 

"범....이라고는 안했어......'

"암튼......난 너라면 무조건 오픈인데......넌 아니였던 거야......좀 충격이였어....."

"그게 아니잖아......어떻게 회사에서......것도 누군가 곧 들이닥칠지도 모르는데......"

'내가 아무런 상황 연출도 안해 놓고 널 불렀을까봐....날 아직도 그렇게 못믿어....?"

잡고 있는 어깨에 힘이 실렸는지 아팠다. 어깨쪽을 보면 얼굴을 찡그리는 날 보던 상준이 손을 내렸다.

 

"그랬담.....미안해....."

어정쩡한 사과가 되버렸다. 사실....그게 내 잘못인가...?아직도 잘 모르겠지만.....내게 무조건 오픈이라는 말에 ....갑자기 미안한 맘이 들었다.

 

"담부턴.....내가 .....어디에서건 어느곳.언제가 되더라도 손짓하면 응해주길 바래....."

 

잘난척하며 턱선을 당겨 위로 올려서 날 보는 얼굴이라니.......정말......주먹이 울었다.

쯧쯧 거리는 날 보며 자신도 멋적은지 바로 꽁지 내리며 내 등에 얼굴을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