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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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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유 2005-08-19

지방을 분해 시키는데 딱 이라는 녹차를 다기 하나 가득 담아서 복합층 구조인 이층의 테라스로 나왔다.시내에서 많이 벗어난 곳이여서 인지......드문드문 별이 보이는 밤 하늘이였다. 틀어놓은 시크릿 가든의 음악이 감미롭게 들리는 저녁 이였다. 마치 공기좋은 휴양림에라도 온것 같은 기분이였다.

 

"상준이 하곤 어때......?상준이 말로는 내년 발렌타인에 결혼을 하고 싶다던데.......정말 그럴거야...?"

".......어린애 다운 박상준의 발상에 내가 함께 놀아 줘야 하는 거야...?"

"너 ...정말.....너무 심심해...아니 너무 심해......"
"뭐가....?"
"발렌타인데이는 여자들이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달콤한 초코렛을 선물하는 날이야.....너무 로멘틱하고 달콤하지 않아.....낭만도 있고.....난 상준이가 그말 했을때 진짜 가슴 아프더라...왜 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꿈에 취한듯 눈까지 사르르 감고 영인인 황홀경에 빠진 듯한 얼굴을 했다. 피식웃는 날 보며 영인이 세게 째렸다.가만보면 영인이와 상준이 노는 코드가 비슷했다. 아주 잘 맞아 떨어진다고 할까.....조금은 이성적인 상민씨와 영인이도 잘 맞지만.....상준이 쪽이 어쩜 더 잘 어울리는것 같다. 가끔 같이 모일때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사이좋은 남매 같고....예전부터 둘이 자주 함께 어울려서 인지도 모르지만 분위기가 닮았다.

 

"그래서 네 대답은 ....?결혼은 언제쯤....?"

빨갛게 잘 익은 사과을 한입 깨물며 영인이 물었다.

 

"아마도......내년 양력 2월 14일 ......그쯤이 되지 않을까...?"

"....ㅋㅋㅋㅋㅋㅋ...역시 밀어부치기 막무가내 박상준에게 밀리는거야...?"

"밀리는게 아니라 밀려주는 거야......"

"그거나  이거나.......ㅋㅋㅋㅋ"

뭐가 신나는지 영인인 해태눈을 만들며 큭큭 거렸다.

 

녹차의 따스함이 입안 가득 스며 들었다. 한번에 삼키기가 너무 아쉬어 입안에 넣고 치아들을 반신욕을 시켰다.따스함과 차향이 입안에 가득 머물러 있었다.식어버린 차레 다시 뜨거운 물을 가득 부으며 영인이 날 힘끔 봤다. 잘랐던 머리가 어깨를 넘어설 만큼 많이 자랐다. 바람에 귀밑의 머리가 살짝씩 흔들렸다. 기분좋은 저녁 바람이였다.

 

"상준이......스킨쉽 말야.....어때....?"
"뭐가...?"

"좀 간지러운 얘긴데......우리 야한밤 타임 한번 가지자...."
"야한밤.....?"

쑥스러운지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봤다가 금쎄 눈을 내리까는 영인이가 왜 이리 귀여워 보이는지......전에 알지 못한 영인일 보는 기분이였다.

 

"상준이 B형이지...."

"응.....상민씨도 B형 아냐...?"

"아냐....과묵하고 신중한 A형......"

갑자기 풀죽은 음성으로 대답하며 고갤 세워진 무릎사이로 묻는 영인이였다.

 

'뭐지...?무슨 문제가 있는건가...?'

 

순간의 생각이 머릴 쳤다.

 

"상준인 애정 표현 어떻게 해..."

낯간지러운 질문이다.........하지만 영인인 심각한 표정을 지우지 않고 있었다.'뭐지...왜 자꾸 불길한 생각이 드는건지...'아무말 없는 날 보며 영인이 다시 물었다.

 

"얘기해봐.....설마 너희 아직도 만나면 손잡고 뽀뽀만 하는거 아니지....?"

갑자기 덤덤한 어투로 말투를 바꾸는 영인이였다. 정말 종 잡을 수 없는 분위기 였다.

 

"설마....발정난 개 처럼 매번 달려 드는건 아니지...?"

"뭐...?"
정말 기막혔다. 발정난 개....?어찌 저런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내 째리는 시선을 느꼈는지 영인이 조금 표정을 풀었다.

 

"아님 말고......난 같은 형제니까 상준이도 그런줄 알았지......표현이 너무 격했다면 사과할께....."

 

진심이 하나도 담겨져 있지않은 건성거림의 사과......정말.......좀더 세게 째리며 표정을 풀지 않는 날 보며 영인이 고갤 돌리는척 하며 웃었다. 일부러 내게 들킬줄 알면서 짓는 웃음.....정말 기막혔다.

 

"상민씬 그럼......어떤데...?"

반격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물었다.

 

"아까 말했잖아.....나만 보면 꼬릴 세차게 흔들며 발정난 수캐처럼 달려 든다고.......어디서 그렇게 힘이 넘치는지......나몰래 밖에서 정력제라도 먹는건지.......가끔 집에서 탈출을 하고 싶어..."

굉장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영인이 탓에 내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얼굴 뿐이랴 몸도 불속에 들어가 앉아 있는것 같았다. 월요일 조회시간에 잠깐씩 보는 회장님 얼굴이 마구 떠오르면서 민망함이 해오리 바람 처럼 몸을 강타했다.

 

그런날 보며 영인이 킥 웃었다.날 놀리려고 장난을 하는건가.....?의심의 눈으로 영인일 보는데 영인이 다시 웃음을 지우고 표정을 바꾸었다.

 

"찬물줄까?너 얼굴이 너무 빨게"

놀림이 정확한 어조였다. 주먹을 휘두르려는 날 피해 주방 쪽으로 달리는 영인이였다.

 

내일 출근을 하려면 지금 자둬야 할 것 같은데 영인이도 나도 잠이 오지 않았다. 회사까지 기사가 바래다 준다고 해도 한시간은 족히 걸릴텐데.....벌써 11시를 넘었다.근데.....밤바람이 차지도 않고 딱좋은 지금 이 분위기의 체감온도.......시간이 자꾸만 흐르는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지.......?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것 같지 않아....?"

나와 같은 기분인지 영인이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말했다. 가만히 끄덕여 주는 내게 영인이 웃음을 건넸다.

 

"가끔은.....아주 가끔은 이렇게 뜻맞는 좋은 친구와 밤새 얘길하며 보내고 싶어.......좋은 음악에 .....딱 좋은 체감온도.....감미로운 차.....혼자도 좋고 친구와 있어도 좋고......정말  가끔은 이렇게 있고 싶어....."

"너 말야.....말하는 뉘앙스가 좀 그런거 알아....?"
"....뭐가...?"
"난 가끔 대구에 사는 은서에게 메일 편지 받는데 애가 둘이나 되는 은서는 어쩔땐 매일이 지옥같데.....잠깐의 외출도 애들을 줄줄히 끌고 다녀야 하고.......온전한 자기 시간이 하루도 없는 삶......걔 편지 읽다 보면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그에 비하면 너하고 난 얼마나 행복한지......더구나 넌 삶의 질도 높잖아.....은서같은 애들 봐서라도 이렇게 투정 부리면 안돼......벌 받을지도 모른다구...."

 

내말에 영인인 입술을 쫑긋하니 모아 베베 거렸다.강아지 푸들의 반짝이는 코 같았다.

 

"상준이와 둘이 있을때 주로 뭐하면서 시간보내.....?"

"...그냥....뭐....영화도 보고 또...."

"거짓말....."

내 말을 자르고 영인이 단정을 짓듯이 한 말이였다.

벙뜬 표정의 날 보며 영인이 확실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거의 벗고 살다시피 하지 않아.......?보일러의 온도를 높이지 않아도 방안의 열기가 한여름땡볕같지.....? 안봐도 뻔하지뭐....."

"뭐......?"
정말 기가 막히고 숨이 막혔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렇게 말하는 영인이였다. 혼자 괜히 무안해지는 기분이 였다. 이래서 결혼한 유부녀가 무섭다고 하는건가......?뻔뻔스럽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너무 원초적인 영인이 말이였다.

 

"가끔은 짜증이 나지 않니.....?이건 뭐 눈만 마주치면 벗길려 들고 만지려들고......아주 눈앞에서 핀에 박힌 박제처럼 있어주길 바라고.....가끔은 아주 가끔은 정말 귀찮아......짜증이 날 때도 있어..."

두팔을 등뒤로 쭉 뻗었다가 다시 위로 올려 기지개를 펴는 영인이였다.

 

"결혼하고 회장직에 오르고 사실 많이 바빠.....결혼전에도 바쁘긴 매 한가지였는데 그래도 그땐 ....만나서 잠깐씩 시간에 쫓기듯 사랑을 나누곤 했지만 뭔가 부족하다던가 하는 것은 없었거든.....근데 역시나 바쁘고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이 는것도 아닌데......왜 그때 하던  사랑나누기가 어느 순간부터 짜증 스럽다고 느껴지는 걸까...?여전히 함께 나눌때면 좋고 행복한데......몸이 떨어지는 순간 드는 허무함이나 상실감음 무언지......나 좀 심각해..."

비워진 다기을 들고 일어서는 영인일 난 아무말 없이 눈으로 쫓았다. 심각하다니......뭐가....?상민씨와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긴걸까...?장난조의 물음은 날 놀리기가 아닌 자신의 문제를 내게 풀어내기 위함이였던건가....?갑자기 심각해 지는 분위기 였다.

 

"미안해서...그런거 아닐까....?"

옆에 앉는 영인일 보며 그렇게 운을 띄었다.

"미안해서....?뭐가...?"

"결혼하고 바로 회장직 맡아서 아마도 많이 바쁘고 힘들었을꺼야.......신혼인데 늘 혼자 두어야 하고....함께 하는 시간을 좀더 많이 가져보려고 한 결혼인데.....결과는 그렇지 못하잖아....혼자 두려 하니까 미안해서 같이 있을때 마다 안으려 드는게 아닐까...?"

"그거 경험담 에서 나오는 말이야...?"
"......아마도....."

"그럼 너와 상준이도 우리와 별다르지 않다는 거야...?"

"우린 좀 다르지.......연애 기간도 별로 되지 않고.....함께 한지가 너네보단 짧잖아...사실 나도 가끔 상준이 너무 그 생각만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짜증이 날때도 힘들때도 있어.....하지만.......아주 싫은건 아니잖아......."

갑자기 얼굴을 붉히는 영인일 보자 나도 괜히 쑥쓰러워 졌다, 시선 피하며 이미 식어버린 찻잔을 들어 녹차를 마셨다. 아 ,써. 혀끝에 알싸한 쓴내가 감돌았다.

 

"그 박씨 두형제......어릴때 보약만 먹고 자랐는지.....스테미너는 굉장해....."
"그러게..밤새 열네시간이나 비행을 하고도 달려드는걸 보면.....힘 하나는 굉장한거 같아.."

자기말에 맞장구 치는 내 말에 영인이 웃었다.

 

"그게 전부가 아닌데....왜 남자들은 함께 있어 주지 못함을 그런식으로 밖에 표현을 못할까...?"
"그러게.....한번 물어 보지 왜..."

"ㅋㅋㅋㅋ"

".......?"

".....ㅋㅋㅋ....전에 한번 성주에게 이 비슷한 얘길 한적 있었는데......걔 답이 걸작이였어..."
".....뭐라고 했는데....."

"그게 말이지.......상민씨 같은 경운 정말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서 그런거고 상준인 완전히 자기 본능에 충실해서라고 하던데....ㅋㅋㅋㅋ....아마도 널 살찌우기 위해 짠 고단백 식단표가 아무 소용 없을 거라고 하더라......매번 그렇게 정력적인 상준일 상대하는 넌데 살찔 시간이 있겠냐구.......한성주 암튼 걔 진짜 재밌어..."

"니네 둘이 진짜 이상한거야....만나서 그렇게 할일이 없어 그런 얘길 주고 받는 다는 거야...?"
"암튼......박상준 .....정말 잘해?그렇게 센거야....?"

벌써 저만치 달아나서 내게 혀을 내미는 영인이였다. 정말......한성주....오영인......웬지 놀림을 당한것 같은 기분을 지울수가 없었다. 우리의 성생활[?]을 한성주가 어떻게 알고......설마 팔불출 박상준이 다 말해주는 거 아냐...?순간의 생각에 아찔 해졌다. 설마....그럴리가...?언제가 읽은 글인데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성에 민감하고 남자친구나 애인 또는 남편과의 잠자리 얘길 개방적으로 모두에게 말을 하지만 남자들은 그런 얘긴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얘기라도 자기 여자의 잠자리 모습을 다른 남자와 공유하길 꺼리는 소유욕 때문에 그러지 않는다고 했다. 통계적으로 나온 얘기라고 했다.아마도 한성주가 지레 짐작한 얘기일 것이다. 나만 보면 손가락이 근질거린다는 상준이에 대해서 혼자서 지레짐작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웬지 뒤끝이 좋지 못한 이런 기분은 뭔지......빨리 토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5일이나 상준일 못보는건 높은 고열로 끙끙거리며 앓는 감기처럼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