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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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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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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유 2004-10-31

누군가에게 미리 부탁을 했는지 내 자켓과 가방이 와 있었다. 성주가 끄는 데로 회사에서 나와 성주의 타를 타고 한적한 교외로 나왔다. 가을이 시작되어지면서 푸르르던 낙엽들이 하나둘 조금씩 얼굴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어둠이 시작되는 어슴프레한 곳에서도 낙엽들의 바뀌어져 가는 얼굴을 볼수가 있었다. 먹먹하다는 느낌.....아무생각이 안드는 그런 느낌 ....한참을 달려 온길......성주는 내내 아무런 말이 없었다.아침에 회사에 나왔다가 바로 출장길에 올랐던 성주인데.....어떻게 알고 달려 온걸까......?상준이가 없는 내게 성준 많은 위안이 되었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 앉아서 올수 있는곳......야외에 설치되어져 있는 카페였다.모닥불을 피워놓고 통나무의 밑둥을 잘라 의자를 만들어 놓은곳......커피를 주문했다. 벌써 저녁시간을 넘어 섰는데 아무런 공복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회사에서 나와 꽤 오랜 시간 달려온것 같았다. 아마도 두시간쯤.......묻지도 않았는데 성준 여기가 안면도라고 했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것 같아 이리로 왔다고 했다. 별장이 여기 근처에 있다는 얘기도 했다. 강을 마주하고 있어서 인지 밤바람이 찼다.아무렇게나 흘러내린 머리칼이 바람에 날려 얼굴여기저길 간지럽히고 있었다.성주가 걸치고 있던 양복 자켓을 벗에 내 어깨에 걸쳐 주었다. 따뜻한 커피의 온기에 비로소 웃음을 지을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영인이가 급하게 연락을 해 왔어......함께 간 직원에게 일을 맡기고 온거야......급하게 온다고 온거였는데......많이 놀랐지......"

".....아니....."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내앞에선 그렇게 아프지 않은척 하지 말아......영인이 처럼은 아니겠지만 내겐 맘을 놓아도 된다고 했잖아......"

".....그게 아냐....너도 영인이도 내겐 좋은 친구야......내가 아무렇지 않다는건 아닐거야......근데 나 상준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면서 늘 마음 한구석이 따끔 거렸거든......상준이 내게 아무걱정 하지 말라고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고 .......말했지만......난 어쩜 최마릴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라.....한번은 내게 찾아 올거라는 생각.....늘 했었어.....나름대로 자신도 있었거든.....잘 받아 넘길 자신.....그랬는데.....역시 현실은 쉽지 않은거 같아......내가 너무 세상를 만만하게 봤나봐......이런식으로 일이 벌어질 줄은 정말 몰랐어......."

 

말중간 중간에 울음이 세어 나왔다. 제어가 안되는 .....한순간에 내 모든걸 빼앗긴것 같은 .....그런 무력감.....절망감......다신 빠져 나올수 없는 깊은 늪에 빠져 버린것 같은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깊은 절망에 빠져버린것 같았다.

 

"마리의 오빠와 아버지가 나오셨어......그저께 마릴 데리고 출국하신다고 하셨거든.....마리의 정신 상태가 급속히 나빠져서 인것도 있고......비자건도 있고.....상준이와 마린 얘기가 잘 되어져 가고 있었거든 ......마리의 이중 연기 였나봐......뒤통수 맞은 격이야.......상준인 공항에서 마리 떠나는거 보고 출장길에 오른거야......상준인 여기서 주로 해외 사업일을 주력으로 하고 있었거든......그래서 외국 출장이 잦은거야......널 지켜내지 못할까봐 녀석 아주 전전 긍긍했었어......나도 그때 공항에 같이 있었거든......마린 분명 트랙에 올랐는데......어떻게 된건지 믿을수가 없어........"

"..........."

".....회사는 걱정 안해도 될거야......오실장님이 오해 없도록 해결 봤으니까.......본사람도 몇 없었다며......잠시 돌다 말 거야.....'

 

과연 그럴까.....?

괜히 헛웃음이 나오는건 왠지.........

긴장이 풀려서 일까......?따스한 커피의 온기 탓일까.....?

좀은 안정이 되어져 있는것 같았다.

 

"상준이와 마리의 얘기가 잘 풀렸다니......어떻게.....?"

정말 궁굼했다.

 

"상준이 몇번 설득 했고....중간에 마리 어머님 나오셨거든......마리가 꾸준히 먹던 약 가져다 주면서 돌아가길 종용했고......사실 마리의 정신상태가 좀 기복이 심했어.....마치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병 처럼 어쩔땐 정상인 처럼 행동하다가 어느순간.....확 변하고.....같이 있는 우리도 어쩔땐 감당이 안될정도로 ......정신과 의사를 내내 붙여두었는데도 쉽지가 않더라......정신이 들땐 상준이에게 보이는 자기의 행동이 집착 이라는 걸 잘 알고 미안하다며 잊겠다며 그동안 괴롭히고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러다가도 어느날엔 또 전혀 아닌것 처럼 돌아버리고.....암튼 많이 힘들었어.....상준이가 회사일 하며 너 만나며 ....마리일 까지.....녀석 어떻게 사는건지.....정말 용하더라......그래도 참 이상하지......?"

"...........?"

"녀석 하나도 피곤한 얼굴 아니더라구......늘 보면 .......지금껏 내내 보아온 얼굴 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 거야.......많이 행복해 보이구.......그래서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맘이 놓였나봐.......그렇게 긴장을 놓고 있었더니......이런일이 생긴거 같아......."

 

자조적으로 말하며 씁쓸히 웃는 성주였다. 나모르게 상준이가 그런일을 겪고 있었다는게 .....아픔으로 다가왔다. 것도 모르고 매번 한밤중에만 만나냐고 심통 부린게 미안했다. 그랬다.늘 보면 거의 11시가 다 넘어서 상준일 만났다. 그시간에 따로 들어갈 데가 마땅치 않아 내 방에서 만난 거였다. 11시에 만나서 몇시간 함께 있다보면 벌써 새벽이였구.......그랬나 보다. 퇴근후엔 마리에게 가 있다가 ......내게로 온거 였나 보다. 상준이가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을까......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내게 한마디 싫은 소리도 않고.....피곤하고 많이 지쳤을 텐데.......미안해.....미안하다 박상준........자꾸 그말만 입에서 되뇌어 졌다.

 

강바람이 너무 차다며 성준 자기네 별장으로 가자고 했다. 내일 출근은 월차를 내겠다고 미리 보고가 되어 있다고 하며 맘 다스리며 편하게 지내라고 했다. 첨 부터 날 이리로 데려올 생각이였는지 별장일을 봐 주시는 아주머니께 간단한 요기거릴 준비해두라고 했다고 하며 성준 날 끌었다.괜히 폐를 끼치는것 같아 몇번 거절을 했지만 고집센 한성주는 내말따윈 듣지않겠다는 완강한 뜻을 보였다. 사실 나도 혼자서 원룸으로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혼자서 슬픔이나 아픔을 삭이는것......웬지 이젠 그만 하고 싶었다. 누군가 날 봐줄수 있다면 ......염치없지만 잠깐 이라도 기대고 싶었다.

 

성주네 별장은 황토로 만든 집이였다. 요즘은 다들 폔션하우스 처럼 짓는게 유행인데.....이 별장은 지은지 7년정도 되었다고 했다.유럽풍의 집은 아니였지만 한옥과는 다르게 단아하고 운치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훈훈한 북어국 냄새가 났다. 우리가 들어서자 성주가 연락을 미리 취했는지 별장을 봐주신다는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식탁에 정갈하게 차려져 있는 저녁상.....갑자기 시장기가 느껴졌다. 자기가 상을 본다며 성주가 날 화장실로 보냈다.

 

저녁을 물리고 따뜻한 녹차를 들고 이층의 테라스로 갔다. 깊은 산속은 아니지만......산길을 타고 좀 올라와서 인지 조명이나 차도가 보이지 않아 불빛이라곤 이 별장의 현관앞에 켜진 조명등과 이층의 방 불빛이 전부였다. 사방이 어둠으로 둘려 싸여 있었다. 내가 서있는 이곳만 노란색의 따스함을 담고 있는 빛이 날 뿐이였다. 하늘에 총총히 박혀 있는 별들.......별들의 뾰족가시가 제대로 하나하나 다 보이는것 같았다. 성주가 틀어논 거쉰의 음악들......바순의 소리.......길다란 금관을 통해 어눌하게 품어져 나오는 소리.....정말 그랬다. 집으로 돌아오는길.....이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아늑해졌다. 따스함이 맘속에 가득 퍼져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하고 싶어지는 그런 음악이다.힘들고 고된 일과를 보낸 하루라면 더 그랬다. 음악이 주는 느낌이 어서 빨리 집으로 들어가서 샤워하고 온몸을 일깨워줄 식사와 따스한 차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인과 웃음을 나누고픈 그런 맘이 드는 음악이였다.

 

"고백하나 할까....?"
식어버린 내 찻잔을 받아 세로 차를 부어 건네며 성주가 말했다.

샤워하면서 함께 감았던 머리가 아직 축축 했다.감기 걸린다고 드라이기를 내민 성주였지만 저녁이 더 생각나 고개짓 했었다. 물기가 바람에 어느정도 말라갔지만......겹겹이 물기에 젖어 있는 머리칼이였다. 말간 눈으로 자길 보는 내게 성준 피식 웃으며 고갤 돌렸다.

 

"사실은 .....이 고백은 내가 죽을때까지 .....아니 평생 하지 않고 가슴에 묻고 가려고 했는데....안하면 살면서 내내......널 보는 내내 후회가 될것 같아.......내안에 작은 돌하나 박아 넣고 빼내지 못해 아픔으로 남을 것 같아.......말하면 훌훌 털어내 버려질것 같아.....그래야 내가 편할것 같아 말하는 거야......."

".....뭔데......서론이 너무 길다...."

내말에 성주가 가만히 날 내려다 봤다.얼마쯤......내가 이상하다는 얼굴이 되기 까지 날 내려다 보던 성주가 차를 한모금 마셨다.

 

"너 .....나  기억못하지......."

"....응...?"

"내가 찬주 오빠로서 널 첨 만난것 ......그게 시작이라고 생각하잖아...."

"....아냐....나 학교서 너 자주 봤어......상준이 하고 얶히지 전에도 너 알고 있었어..."

"뭐...?정말야....?"

 

정말 놀란듯 성주가 깜짝 놀라며 날 돌아다 봤다.성주의 반응이 너무 세 나도 모르게 고갤 금방 끄덕였다.

 

"우린 같은반 된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날 어떻게 알았어....?"

"너.....좀 유명 했잖아........"

"뭐....?"

"........난 사실 우리 학교 남자애들 제대로 아는 애는 별로 없어......상준이도 고3되어서 같은반이 되어서 안거야........근데 넌 .....나랑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네 얘길 많이 했었어.....그래서 네 이름은 종종 들었어...."

".......뭐라고 들었는데......?"

 

난 가만히 성줄 올려 보았다.

 

"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내말에 성준 피식 웃었다. 사실 성준 우리학교 바람 이였다. 잘생긴 외모 탓도 있었지만.....또래 남자애들 답지 않은 세련된 매너와 몸가짐......큰 키에 쌍거풀 없는 눈.....난 한번도 마주 본적 없지만.....성주와 눈 한번 제대로 마주친 애들은 자기의 심장이 갑자기 툭 하는 소릴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며 성주에 대해 마치 교주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이 된다고 했다. 내 가장 친한 친구 은서가 성주을 열렬히 짝사랑 했었다. 힘든 집안 살림에 나처럼 늘 혼자만의 시간이나 상념이 없었던 각박한 삶을 살던 은서도.....맘 한구석엔 성주를 품고 있었다. 은서가 늘 성주얘기를 내게  했었다. 성주가 달고 다니는 여자애들이 정말 부럽다며.......하루라도 성주곁에 있고 싶다며 늘 한숨을 쉬며 성줄 그리워 했었다.3년 내내 고백도 못하고 끝난 맘이였다.

 

"상준이가 널 본건.....아니 맘에 품은건 고3 여름 방학 무렵이였어........"

"........?"

".....학원에서 만나기로 한 녀석이 그날은 결석을 했더라구.......나와 현수가 아무리 꼬드겨도 땡땡이 한번 치지 않던 녀석이였는데......그날 저녁늦게 만난 녀석이 .......술도 잘 못마시던 녀석 이였는데.....그날 그러더라 오늘 하루 정말 열받고 재수 없었다고.......네가 그랬다며.....상준이더러 재수없다고.....큭큭......짧게 살아왔지만 .....태어나서 그런 모욕을 첨이라며 녀석 길길이 방방 뛰었어.....자기보다 공부 좀 잘한다고 잘난척 한다며 얼마나 이를 갈던지......그때 너네반 만년 일등이 너고 이등이 상준이였다며.....?"

 

갑자기 옛날일은......?

내가 정말 상준이에게 그런말을 했었나?재수 없다니.....?면전에 두고.....?

기억이 가물가물 했다.

 

"녀석 그때 부터 너 한번 이겨 본다며 얼마나 고군분투 했는지......결국 졸업 때까지 널 한번도 이기지 못했지만......네가 우리하고 수석입학 수석 졸업 이였잖아......전교 일등을 한번도 놓친적 없는 이여경을 전교 10등 내에외서 돌던 박상준이 갑자기 용쓴다고 되겠냐...?"
".......그만해...."

"....암튼......하긴 너 나한테도 그런말 했었다.내가 그때부터 너 눈여겨 봤거든......."

"........?"
".....왜....생각안나....?2학년 축제때 였잖아.......댄스파티 하는데 넌 참가 안한다고 재미없을 거라고 친구들과 언쟁을 부렸던것 같아.....그 댄스파티 내가 건의 하고 주최 한거였거든....강당으로 들어가려다가 구석에서 실갱이 하는 널 본것 같아......내가 들어가서 다같이 즐겁게 놀자니까 네가 날 올려다 보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더라...."
난 기억에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날 보고 말한게 아니라 네 친구들에게 한 말이였지.......니들 꼭 여길 들어가고 싶은거야?여긴 놀지 못해 안달이난 꼴통들만 모인곳이라고.....차라리 영어연극이나 볼것이지......애들도 아니고 유치하게.......정말 기막히더라.....꼴통이라니......그말만 마치고 뒤에서 부르는 친구들도 내버려둔체 사라지는 널 보면 나와 현수가 얼마나 황당해 했는지.....아무리 나와 현수가 공불 좀 못한다고 .....대놓고 ...꼴통이라니.....나랑 현수가 그때부터 학구열에 불탄거 알지.....결국엔 중간에 그만두긴 했지만........"

"......왜...?"

"네가 우리학교 전교 일등인줄은 꿈에도 생각못했거든......나랑 현순 반에도 5등안에 못드는 성적들이라......그것도 과외에다 학원까지 다니며 코피 쏟고 해서 얻는데......그런우리가 최대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일등을 놓치지 않는 악바리 이여경을 어떻게 무슨수로 이기겠냐....?박상준 같은 근성도 없는 우리가....."
웃으면 안되는데......왜 자꾸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지.......자꾸 큭큭 거리고 싶었다.

 

"그때 부터 널 눈여겨 봤는데.....상준이 어느날 그러는거야......자기가 아무래도 병이 든거 같다구......정말 싫어했는데.....재수 없었는데......얼굴도 생기다 만것 처럼 못생겼고......볼륨있는 글래머도 아니고 성격도 볼것없는.....정말 별볼일 없는 앤데.....왜 자꾸 그애에게 눈길이 가고 갤 보면 심장이 콕콕 쑤시는게 아파오는지 모르겠다며.....이게 무슨 병이냐며 우리에게 묻는거야......늘 얼굴 가득 수심을 가득담고 있는......엄마가 그런애는 가까이 하면 너까지 수심에 물든다고 멀리하라고 했는데 왜 자꾸 난 끈끈이에 다가가서 붙길 바라는 파리처럼 되는지 모르겠다며......상준이 네게 고백하더라......널 좋아하는것 같다구.....그때 정말 나랑 현수는 돌아버리는줄 알았다....."

"...........?"
"......사실 나랑 현수도 그때 네게 반해 있었거든......상준이 녀석에게 늘 네 얘길 하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애가 쟤라고 널 수십번 찍고 가르쳐 줬는데 녀석 건성으로 듣더니 그런 폭탄을 터트리는데......정말 미치겠더라......결국 나와 현수가 맘 접을 수 밖에.......우리보다 상준이가 네게 근접하기 더 쉬웠고......엮여있는 폼도 그랬기에......말한번 제대로 못 붙여 보고 맘을 접었어...."

"......상준이가 내게 더 근접하기 쉬웠다니......?"

"꼭 듣고 싶어...?"

".......응......곤란해.......?"

"건 아니야......상준이가 그러더라구 우리가 좋아하는애가 너라니까 녀석 피식 웃더니 이렇게 말하는 거야.......니들이 이여경을 잘몰라서 그러는데.....걘 자기보다 공부 못하는 남잔 쳐다도 안봐.....아예 사람취급을 안한다 말이지....걔가 잘 쓰는 말이 뭔줄 아냐?바로 꼴통 이야....세상에서 젤 재수 없는건 머리속에 아무것도 든것없이 통만 차 있는 꼴통.....즉 말하자면 공부못하는 애들........알아 들었냐......그러면서 나와 현수의 여린 가슴에 비수를 꼿더라....그때 정말 얼마나 비참하고 원통하던지......"

 

정말 웃지 않을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갔다. 성주가 얼굴을 붉히며 날 쏘았지만 한번 터져 나간 웃음은 쉽게 사그라 들지 않았다. 정말 ....크게 시원하게 웃었다. 내안의 모든 응어리가 빠져 나가게끔 그렇게 웃었다.

 

"암튼.....내가 말하고자 한 요점은......상준이보다 내가 널 먼저 맘에 품었단 소리야.....지금은 친구 이상의 감정은 없지만......네가 아파 하는것 상준이 만큼이나 나도 보기 싫고 안봤으면 좋겠다. 넌 모르겠지만.......넌 알게 모르게 우리 학교의 전설같은 아이였어......널 싫어하는 애들도 많았겠지만......널 친구처럼은 아니더라도 널 우상 보듯 경배한 애들은 많았을거야......너 고등학교때 우유배달,신문 배달 했었지......."

"..........."

".....아마도 그때 네가 다른 배달부원 보다 신문 부수나 우유배달량이 월등이 많았을거야......몰랐어....?"

기억이 났다. 어느순간  신문부수도 우유량이 갑자기 올랐다.신문보급소와 우유 보급소에서 내가 맡은 구역이 갑자기 너무 많이 늘어 났다며 소장님이 내가 행운을 가져다 주는 아이라고 했었다. 거기서 주는 월급외에 장학금.......대부분은 아빠에게 고스란히 빼앗겼지만.....암튼 그랬던 기억이 있다.

 

"우리학교 애들중 우리학년은 그때 네 사정 훤히 알고 있었거든.......그런 환경 속에서도 그렇게 일등을 한번 놓치지 않고 하는너....더구나 넌 늘 고갤 꼿꼿이 들고 다녔어.....한벌 뿐이 없는 교복이 다 헤져 하얀 속살을 내 비치는데도 넌 당당했었어......예쁜 얼굴이 아닌데도 늘 빛이 났던것 같아......암튼 .....우리학년에서 넌 신화 같은 존재였어.....누가 감히 네게 맘에 든다고 사겨 보자고 대쉬을 하겠냐....?박상준 같은 마마보이 철딱이 말고......걘 여자애들 에게는 면역이 안되어 있었거든.....영인이가 고백을 안했으면 절대 몰랐을거다.......영인이기 자기 좋아하고 있었는지.......늘 네게 깨지면서도 거머리라는 말까지 듣고도 네옆에 딱 붙어있는 근성은 박상준 뿐이 없을거야........근런 니들인데......여기서 깨진다는게 말이 되냐.....?절대 있을수 없는 일이야......네 사랑 지켜 줄테니 힘들땐 힘들다고 말해.....속으로 삭이지 말고....속병 만들지 말고.....나든 영인에게든.......말하라고.....상준이에 말 못할 얘기 있음 혼자 아파하지 말고.......그게 친구잖아........."

 

이번엔 눈물이 나왔다.아까의 웃음 처럼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온 눈물 이였다. 살면서 세상에 내편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상준이 뿐이 없을거라고 생각해 왔는데......영인이도 생기고....이젠 성주까지 내편이 되어 준다고 한다.살면서 내게 이런 호사는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오늘 난 또하나의 커다란 보물을 얻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얻은듯한 게 아니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