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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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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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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유 2004-10-30

얼마간의 꿈 같은 시간이 흘렀다. 상준이와 간간이 퇴근후에 만나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헤어질때 다음을 기약한다는게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힘든일인지......언제쯤 다시 만나지게 될까 늘 전화기만 보는 초조함,간절임......늘 가슴을 졸이는 시간들이지만.....아주 힘들거나 불행하진 않았다. 기다림이 고통 보다는 행복이였으니까.....목에 가시가 늘 걸려 있는 느낌.....최마리가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것만 같은 불안감......하지만 그래도 그런 가시를 목에 가득 넣고 있어도 상준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너무 달콤하고 너무 좋았다. 순간에 온몸를 불살라 버리는 불길이 다가와도 도망 가길 잊어버리고 불 앞에 달려드는 불나방 처럼 그렇게 좀은 안타깝고  좀은 행복한 시간이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새벽 5시쯤 핸폰이 울렸다. 어제 좀 늦게 자리에 누웠더니 몸이 찌부둥 했다.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발신표시에 뜬 번호를 본 순간 몸의 찌뿌등 함이 순간에 사라졌다. 발신은 상준이였다.이불을 걷고 얼른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나올수 있어...?"

"지금?"
"응.....지금 밖에 비오는거 알아...?"

".....아니.....소리 안들리는데..."

"....가랑비야......양수리 쪽으로 가면 물안개가 많이 피어 오르고 있을꺼야... 보러 갈래 ?용이 승천하는거 볼수 있을줄도 모르는데....."

"갈께.....언제 올껀데...?"

"지금 집앞이야.....세수만 하고 바로 내려와....."

"뭐....? 어제...."

"잠이 안와서 새벽에 일찍 눈이 떠졌어......내가 올라 갈까....?"

"........방이 지금 엉망인데....."

".......20분 줄께.....내려와..."

"알았어....."

 

핸폰을 내려놓고 잠옷을 머리위로 당겨 벗었다. 일어나서 바로 달려 온걸까?어제 12시쯤 헤어 졌는데.......도대체 잠은 몇시간을 잔거야......나도 어제 2시쯤 잤는데.......양치질을 하고 간단하게 세수하고 머릴 하나로 잡아서 묶고 로션만 발랐다. 나오면서 현관 앞의 거울을 한번 봤다. 얼굴이 조금 부은것 같기도......하지만 몸은 벌써 현관의 문을 나서고 있었다. 일층이라 얼마나 다행인지......마음이 앞서 걸어나가는 요즘이다.

 

차안에 퍼져 있는 향은 레몸밤 이다. 다른 허브보다 자라는 속도가 빠른 레몬밤의 줄기와 잎을 따서 나무로짠 바구니에 말려 포푸리고 만들어서 상준이에게 건넸다. 허브숍에 가서 레몬밤 향을 사서 살짝 뿌려 놓았더니 향이 은은한게 정말 좋았다. 레몬의 세콤함과 달짝 지근한 달콤함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게......촉촉히 젖어 있는 바깥 공기와 딱 맞아 떨어졌다. 차안의 향이 너무 좋았다. 마치 쿨한 입안에 레몬 사탕을 물고 있는 그런 느낌......입안에 침이 살짝 돌았다. 시디에서 나오는 음악도 넘 좋았다.지그문트그로븐 이라는 노르웨이 출신의 하모니카 연주자인데......어둠이 희뿌그레한.....막 밝음이 시작되는 여명전의 새벽......밖엔 보일듯 말듯 떨어지는 가느다란 비.......거리는 조용하고......약간은 찬 기온.....안은 아늑하고...거기다 계속 미소짓게 만드는 달콤한향.....경쾌한듯....가벼운 비트가 섞여있는 감미로운 하모니카 소리......정말 죽음이였다.

 

양수리 쪽으로 향하는데 보여지는 강가........물안개는 첨 보는 거였다. 정말 용이 금방이라도 물 아래에서 솟아 나와 유유히 그 긴 몸을 드러내며 승천할 것 같은 기분.......분위기에 흠뻑 젖어 난 정말 용이 어디선가  나올것 같아 비가 들이차는 것도 잊고 창문을 열고 두리번 거렸다.여기도 저기도 어둠이 깔려 있는데.....하얗게 연기처럼 피어 오른는 물안개......용을 못보면 너무 속상 할것 같았다.안타까움에 눈물이 나올것도 같았다.

 

"마셔....따뜻할거야......"

물안개에 빠져 있는 내게 상준이 스테인레스로 된 머그컵을 내밀었다. 따스함이 손안에 느껴졌다.커피였다. 연하게 내린......크림 바닐라 향이 살짝 나는것 같았다.

 

"정말 용이 나올거라는 얼굴이다 너....."

내 쪽으로 몸을 실으며 한쪽 팔을 뻗어 어깰 감싸 안았다. 난 여전히 창가 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어이.....한눈 그만 팔고....이쪽좀 보시죠....?주인공을 봐 줘야지 주변 환경에 너무 신경 쓰는것 같아 ...."

 

상준이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난 용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몇분쯤......?

여전히 용은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둠의 새벽이 걷히고 있었다.

순간 숨이 훅하고 쉬어졌다.

 왜 였을까......?

드러난 뒷목에.....무언가 차가운것이 닿았던 느낌이 들었다.

뭔가 간질거리는 이 느낌은.....?

머리카락.....?아님....?

창 쪽에 있던 신경이 순식간에 한곳으로 쏠렸다. 목뒤에 상준이 얼굴을 박고 있었다.

뒷목의 어느 한부분이.....따스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느낌.....예민하게 금방 반응을 나타내는 온몸의 신경 세포들.......난 바짝 긴장하며 몸을 곧추 세웠다.

 

"크크....."

얼굴을 떼며 상준이 낮게 웃었다.빠르게 붉게 달아오르는 내 얼굴 탓에 난 들고 있던 컵에 시선을 내리 꼿았다.

 

가슴이 얼마나 빠르게 콩딱 거리며 뛰는지.....이러다 과호흡으로 죽는거 아냐....?정말 그랬다. 어떤 속도인지.....감이 잡히지 않을 만큼.....심장이 밖으로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길 반복하는것 같았다.

 

"너 진짜....순수 무공해 처녀구나......?어떻게 이렇게 작은 스킨쉽에도 그런 반응을 보일수 있는건지.....ㅋㅋㅋ"

무안해진 맘에 상준일 째렸다. 상준인 고갤 숙여 계속 큭큭 거렸다.

 

얼마간 웃었을까....?

무안해진 얼굴로 조금은 맘이 상한 내얼굴을 봤는지 웃음을 그치며 상준이 날 봤다.잡고 있는 컵에 두손을 꽁꽁 붙이고 있는 날 보며 상준이 다시 작게 웃었다. 이젠 용이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밖의 풍경따윈 벌써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문을 열어놓은 탓에 어깨 부분이 비에 조금 젖었지만......신경 쓰이지 않았다. 상준이 창문을 올렸다. 스르륵 하는 소릴 내며 내 옆의 창문이 닫혀져 갔다.

 

"좀 춥지....?스팀 좀 올릴까....?"

눈을 들어 내게 동의을 구하는 상준이.....난 못본척 심통난 얼굴을 했다. 스킨 쉽에 익숙치 않은 난 상준이가 건들때 마다 늘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왜인지......왜 매번 그러는지 나 자신도 몰랐다. 그래서 였다. 이런 어색함......민망함.....왜 난 자꾸 분위길 어렵게 만들어 버리는건지.....상준이의 스킨쉽이 싫은 것도 아닌데.......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을 하게 되어 버리는 건지.....늘 헤어지면 생각에 잠겼다. 어제도 내내 그 생각을 하다가 잠을 놓친거 였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넘어간다던데.....난 왜 이러는건지......평범하지 않고 모나게 반응을 보이는건지......상준이가 질려 하지는 않을까....?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차 다 식었겠다.....줘봐.....다시 따라 줄께...."

옆에서 검은색의 보온병을 들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아직 따뜻해...."

"문 열고 있었더니 좀 춥잖아.....너무 이른 새벽에 왔나 보다......휴일도 아닌데.....너 피곤하겠다....생각이 짧았어....."

"괜찮아......그런 생각 하지마...."

"목소리가 왜그래....?화난것 같아....?아님 삐친건가...?"

손을 뻗어 컵을 빼내 밑으로 내려놓고 내 손을 잡았다. 조금은 서늘한 듯한 손......하지만....감촉은 너무 좋았다.

 

엄지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살살 문지르는.....기분이 이상했다. 차분하게 제 자리에서 뛰던 가슴의 박동 소리가 또 다시 빠르게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슴 한 부분이 딱딱하게 오그라 들고 있는 기분.....숨이 가빠지려고 했다.내게 시선을 고정 시키고 있었는지.....아님 내 체감 온도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는지 상준이의 큭큭 거림이 또 시작 되었다. 순간 찬물을 끼얹은듯한 느낌에.....난 잡힌 손을 빼려고 했지만 상준이 꽉 잡아 쥔 손에 힘을 줬다.

 

"너 정말 재밌는거 알지...?"
날 놀리는 듯한 말투......무안함에 화가 났다.

 

"너 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

"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려다 보고 있는 모습이라니.......정말 재미을 붙인것 같다.

 

"너 나한테 순결 지키라고 하면서.....너도 그런다고 하지 않았어....?너도....그러겠다고 했잖아....?아냐...?"

"글쎄...?내가 그랬었어...?"

기막혔다. 세게 째리는 내 시선에 상준인 이젠 드러내놓고 재미있어 했다. 큭큭 거리는 웃음 소리가 점점 높아져 갔다. 급상승 했던 내 체감 온도가 급속히 냉각되어지는 것과 달리.....

 

"손놔!!!내릴꺼야..."

"안돼.....감기걸려...."

"아 좀 놔봐!!!노라구!!!!"

"안된다구!!!!감기 걸려!!!!"

 

정말......?

눈에서 화르륵 거리는 불꽃이라도 나왔으면......저 얄미운 박상준을 한번에 재로 만들어 버려 버릴텐데.......

 

순간에 내 팔을 잡아 당기는 바람에 난 상준이 가슴에 엎어져 버린 모양이 되었다. 감싸안는 팔에서 벗어나려는데 상준이 한손으로 내 머릴 잡아 품에 고정 시켜 버렸다.

 

"들려...?"

".......?"

".....내 심장 뛰는 소리......."

"........."

".....나도 너만큼 떨리고.....너만큼 흥분되고......긴장돼.......네가 나 기다려온 시간만큼.....나도 널 기다려 왔다면 믿을래....?믿을 수 있냐구....."

 

난 소리없이 고갤 끄덕였다. 난 정말 그랬으니까.......

내겐 박상준 말곤.....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래 .....알잖아......나 네가 아님 안되는것......너처럼......내 심장 이렇게 제어할수 없게 뛰게 만드는 사람은 이세상....아니 이 지구상에 이여경 너 하나야......"

"....정말....?"

"....응......"

"근데.....너.......많이 익숙한 것 같은데......순결만 지키고 다른건......다 해본것 아냐...?"

품에서 얼굴을 떼며 난 상준일 봤다.

상준인 좀 억울하다는 얼굴을 했다. 믿을까 말까.....?여자는 절개를 지키기가 그리 힘들지 않다지만.....남잔.....더구나 한창의 나이의 남자가......정말 몇년동안 수절을 한다는건.....있을수 있는 일일까....?더구나 상준이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타입인데.......의심스러워 지는 내 시선에 상준인 좀 화난듯 얼굴을 굳혔다.

 

"아니......뭐......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너 스킨쉽 하는게 보통은 아닌것 같잖아.....마치 경험 많은 ....남자 같아.....내 반응 즐기는것 ....그것도 노련한 선수들이나 가능한 일인데.....네가 그렇게 굴잖아....."

".......그건 본능이야......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반응이야.....난 그렇게 생각해...."

"그게 무슨말야....?"

"네가 이상한거야.......그냥 손만 잠깐 데도.....아니 잠깐 그냥 쳐다만 봐도.....금새 얼굴 붉히고....시선 깔고.....긴장하는....네 반응 ....나까지 그렇게 만들잖아......"

"거짓말.....!! 그렇게 긴장한 사람이 날 보며 웃냐.....?웃을 정신이 있냐고....!!!"

"...웃음이 나오는걸 그럼 어쩌라구.......귀여워서.....자꾸 안아주고 싶고.....깨물고 싶은 ...우웩...속 메슥거려...."

 

ㅋㅋㅋㅋㅋ....ㅎㅎㅎㅎㅎ.....

 

 

상준이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말하는 자기도 우스웠는지.....나와 상준인 눈물이 나올만큼 그렇게 웃음을 있는껏 맘껏 토해 내었다.

 

 

그 새벽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서 난 하루종일 병든 닭 처럼 기운이 없었다. 성주와 유진의 째리는 시선을 느끼지도 못하고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