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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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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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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유 2004-10-22

비오는 날에 듣는 유키구라모토는 정말 좋았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차장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저녁이 아니고 한낮인데도 그냥 아무곳이나 달리고 싶은맘.....크지도 작지도 않게 흘러나오는 그런 음악....아주 편안하고 아늑함 마저 들었다.

 

"일식으로 할까?스시 잘하는데 있는데...."

음악에...바깥 풍경에 심취에 있는 내게 상준이 물었다.

 

"난 오늘 나갔다가 들어가지 않아도 돼는데......실장님은 ?"
"......나도 오늘은 급한것 없어.....왜?분위기 업 됐어?교외로 빠지고 싶어....?"

"것도 괜찮을것 같은데......그건 담에 하고......수제비 먹고 싶지 않아...?"

"....수제비...?"

"응....너 전에 내가 만들어준 수제비 맛있다고 했잖아......비올때 먹음 더 좋다고 내가 말했더니.....그래 보자고 했잖아......생각안나...?"

 

가슴이 두근거리며 콩딱 뛰었다.상준인 잠깐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이더니 이내 고갤 끄덕였다.얼굴에 무언가 알듯 모를듯한 표정이 떠올랐는데 금방 표정을 바꿔 읽어 내지 못했다.

 

"내키지 않음......다른곳으로 가던가..."
"아냐....그렇게 하자....어차피 너 사는곳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그때 수제비 먹었을때.....나 사실 편치만은 않았거든...."

"응?맛있다고 하지 않았어?그럼 억지로 먹었던 거야...?"

"그게 아니고.....너랑 계속 그렇게 있고 싶었는데....헤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고 목이 메였거든......너 모르지....?"
"....뭘...?"

"넌 그때 어땠는지 모르지만.....난 하루하루가 아픔이고 슬픔이였어.....그냥 쿨하게 헤어졌으면 좋았을텐데.....왜 너랑 같이 있겠다는 그런 힘듬을 선택했는지.....하지만 후회는 안해....너랑 나 사실 함께한 추억 없었잖아.......헤어져 있는 내내 보고싶을때 하나씩 꺼내 생각해 보는 추억거리 만들어서 갔으니까...."

 

말끝에 상준인 무슨 생각을 했는지 혼자 킥킥 거렸다.

 

"왜 웃어....?웃을 분위기 아닌것 같은데....."

 

난 지금 가슴이 아릿한게......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것만 같은 기분인데......상준이 장난스러운 눈으로 웃자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다.

 

"너 그때......속옷 비슷한거 입고 나한테 억지 쓰던거......정말 대단한 용기였지......난 감히 상상도 못했는데....."

 

큭큭 거리며 웃는 상준일 향해 난 강한 레이져 빔을 쏘았다. 그때 생각하면.....정말 챙피했다. 내 딴엔 굉장한 용기를 낸 일이긴 했지만......그때 상준이 날 안았어도 우리 사인 변한게 없었을텐데.....마치 순결이 무슨 큰 선물이라도 되는냥......정말 유치했지만.....그래도 그땐 그게 최선일것 같았다.

 

집근처 슈퍼에서 장을 봤다. 상준이가 따라 온다는걸 극구 말렸다. 괜히 동네에 소문도는게 싫었다. 슈퍼 아주머닌 우리동네 나팔 이였다. 어떻게 아는지 동네의 모든 일을 다 꿰차고 있었다.비밀번호를 알려 주고 혼자 슈퍼로 갔다.

 

"어유....여경이 처자 아냐....?오늘 회사 안갔어?어디 아파...?"

들어서자 마자 친근하게 다가서는 아주머니......마주보며 미소를 보였다.

 

"일찍 끝나서 수제비나 해먹으려고요......"

 

바지락과 다시마,호박과 양파,당근을 들었다.시중에 나와 있는 수제비는 싫었다.방부제 가루가 잔뜩 묻어 있을것 같고.....뜯으면 나는 시큼한 냄새도 영 아니였다. 전에 영인이 수제비 먹고 싶다며 사왔는데 다시 가져다 주었다. 손반죽으로 해서 얇게 잘 빚어 손으로 뚝뚝 뜯어내야 쫄깃쫄깃하고 맛있었다. 감자도 몇알 사야지........시간은 벌써 1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아침도 안먹었다고 하던데.....괜한 짓 하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봉투에 주워담고 값을 지불했다.

 

상준인 자켓을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베란다 쪽에 서있었다. 수건인가?무언가를 닦고 있었다.옆으로 쪼르르 가서 보니 아침에 열고나온 창문으로 빗물이 들어왔나 보다.창틀에 작은 화분대를 만들어서 허브를 몇개 키우고 있었다.오늘 비를 실컷 맞았으니......한층 많이 자라겠지.....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다 종류가 틀리나봐......다섯개 모두 다른것 같은데...."

"....응.....얘는 민트...라벤더,예쁜 꽃이피는 마조람.....많은양을 키우면 차로도 음용 할 수 있는데 보다시피 화분이 적어서 그냥 관상용으로만 보고 있어...그리고 재들 둘은 레몬그라스와 세이지.....레몬 그라스는 잘못 보면 부추 같지....?영인인 볼때 마다 부추같다고 하거든....."

 

"얼핏 보면 다 비슷비슷한데.....이름까지 알고....."

"밤낮이 무서워서 그래...."

"뭐 ?무슨소리야....?누가 널 괴롭혀...."

"응...."

"누가?누가 괴롭히는데.....!!"

"....외로움이.....혼자라는 외로움이 날 밤낮으로 찾아와서 괴롭힌다구......."

난 그냥 장난조로 말했는데......상준이 얼굴이 놀람에서 점점 하얗게 변하더니 이내 굳어 졌다.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 주방으로 가려는데 상준이 뒤에서 날 안았다.

 

"미안하다 이여경......."

".....네가 미안할께 뭐있어....?노처녀 대열에 올라선 여자들이 느끼는 대부분의 감성인데.......넌 책임 없으니까 그러지마....."

"...예나 지금이나 난 네게 상처만 주는것 같다...."

"나중에 천천히 살면서 갚아......그럼 돼..."

상준이 품에서 벗어나며 그렇게 말했다. 상준이 잠시 놀란 얼굴로 날 보는게 느껴졌다.

 

"너 나 데려 갈거 잖아.....?언제가 되든 끝까지 떨어지지 않고 기다릴 거니까.......그때가서 하나씩 갚으라 말야......아냐?너 나 네 옆자리에 안둘거야.....?"
가슴이 조금 먹먹해 왔다.

 

"기다릴수 있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상준이 내게 말했다. 얼마나 가슴이 쿵쾅 거리는지......눈물이 세어 나올것만 같았다.난 크게 고갤 끄떡였다.

 

"내가 젤 잘하는게 기다리는 일이잖아.......여직 몰랐어....?"

나 모르게 눈가을 비집고 나온 눈물탓에 얼른 고갤 돌렸다. 싱크대안에서 밀가루를 꺼냈다.

 

"도망갈까봐......늘 조급해 했는데......안심하고 있어도 되겠네....?"

아까 보단 한층 밝아진 상준이였다.

 

"네가 밀어내도 절대 안떨려 나갈 거니까.....각오하고 있어...."

진심이였다. 이젠 어떤식이든 내 스스로가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도 하나쯤은 내 맘대로 하고싶고 가슴에 품고 싶었다. 그게 박상준 이라면 .....전심 전력을 다할것이다.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1시가 넘어서 수제비를 다 완성했다. 둘이 먹기엔 조금 많은양 이였지만......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먹고 난뒤 배가 불러 좀 고생스러웠지만......맛있게 먹어준 상준이에게 녹차를 타 줬다.영인이가 자기 올때만 타 먹자는 귀한 녹차인데......영인이 얘길 했더니 상준이 크게 웃었다. 여직도 어린애 처럼 자기 물건에 그렇게 심하게 애착을 갖냐며 영인이 답다고 했다.

 

하얀 백곰이 두팔을 벌리고 있는 이태리산 쇼파.....영인이가 선물로 준거였다. 그 안에 들어가면 정말 누군가에게 포근히 안긴 느낌이 들었다. 책읽을때나 비디오 볼때 그렇게 앉아 있으면 혼자라는 외로움이 전혀 들지 않는 아늑한 쇼파였다.

 

"정말 좋은데......쿠션감도 있고.....내가 앉기엔 좀 작지만.....아이들이 무척 좋아 하겠다.수입해서 내 놔도 반응이 좋을것 같은데...."

".....가격이 비싸지 않을까.....?영인이 내게 가격 얘긴 안해서 잘은 모르지만.....융이 많이 썩인 코튼으로 만든건데.....아마 디자인 과 원단 가격이 만만치 않을거야...."

"그렇긴 하겠다......수입해서 들어오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고.......우리둘다 진짜 웃긴다.....모처럼 귀한 시간내서 만나서는 일 얘기만 하고......"

"먼저 시작한건 실땅님 입니다....."

모 텔런트의 말투를 흉내내는 날 보며 상준이 웃었다

 

일어나서 시디를 켰다. 전에 길에서 흘러나온는걸 듣다가 충동으로 구매한 김종국의 시디였다.한남자라는 노래보다 더 좋은....용서해 기억해......정말 좋았다. 흘러나오는 즉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서있었다.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그 음악이 흘러나오는 음반 매장으로 가서 누구노래냐고 묻고 바고 구입했다. 한남자라는 노래가 김종국의 노래 라는건 알았지만.....이런 노래도 불렀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마치 그날은 온 세상이 끝난듯 해서 거리에서 그만 소리 내서 울고 말았지 어떻게 나 없이 정말 넌 나 없이 살수있니하루또 하루 이 생활도 익숙해지고 그런 나를 문득 발견하곤 웃고 말았지 어떻게 너 없이 이렇게 아무일 없는지...]

 

갑자기 정말 다리가 후들거리고......심장 한가운데로 강한 돌덩이가 떨어지는 느낌......후두둑 거리며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져 내릴 것만 같은 기분.......그때 내 기분이 정말 그랬다. 영인이 무심코 데려간 음식점에서 첨 최마리를 만나고 온날......그때 들려 왔던 노래......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면 모든 유행하는 가사가 다 내 얘기인것 처럼 들린다더니.....정말 그런것 같았다. 이별의노래만 불러대는 가수들.......이별을 주제로한 노래가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게 맞는 이치 같았다.

 

"좋은데......누구 노래야...."

아직 한남자가 안나오니.....아마도 상준이도 모르나 보다.

 

"김종국 .....좋지...."

"그러네......좋네..."

 

옆으로와서 내 어깨에 팔을 두르는 상준이......비스듬히 어께에 머릴 얹었다.따뜻한 녹차와 좋은 음악.....갑자기 옛말이 떠올랐다. 등따시고 배부르면 세상에 부러울게 없다는 말.....정말 그랬다. 지금난 세상에 아무것도 부러울게 없었다. 행복하니까.......마주보는 상준이의 눈빛이 날 행복하게 했고.....아마도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걸 보니....저 선가는 얇은 입술이 내게 닿을 거라는 확신이 생기는 지금......난 정말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