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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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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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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유 2004-09-29

오전에 영인이 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어제일에 대해 할말이 있다며 낮에 오겠다고 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맨처음 봤을때완 너무도 다른 최마리에 대해서 머리속이 혼란스러웠다.광기서린 눈빛이나 말투.....상준이 걱정이 되었다.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그렇게 신경에 거슬렸을까?장난조의 말이 였는데.....영인이에게 그렇게 심하게 퍼붓는걸 보니 나와 상준이와의 관계도 이미 알고 있는것 같았다. 누워있어 봤자 더이상 잠은 오지 않을것 같아 7시쯤 집근처의 약수터에 다녀왔다.슈퍼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오니 영인이 먼저 와 있었다.나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하루새에 얼굴이 퀭한게 많이 상해 있었다.아까 나가면서 혹시 몰라 밥을 해놓고 나갔었다. 영인이가 어쩜 일찍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10시를 조금 넘었는데 영인이 벌써 와서 녹차를 우려 놓았다.

 

후덥지끈 한것 같아 창문을 모두 열어 났다.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어서 인지 더위의 한가운데에 와 있는것 같았다.샤워하고 나왔는데도 금방 몸에 땀이 찼다.녹차에 얼음을 동동 띄우고 영인이 앉아 있는 침대에 걸터 앉았다.영인인 무언가에 넋이 나가있는듯.....아무 미동도 없이 방바닥만 쳐다 보고 있었다.영인이 그렇게 침묵하고 있자.....묻고 싶은게 많아 답답했지만....섣불리 입을 열수가 없어 나도 방바닥에 시선을 주며 침묵하고 있었다.

 

"나 있지....어제 정말 기가막히더라......내가 상준이 좋아했던거.....그게 언제적 얘긴데.....흣....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여기엔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없는데.......정말 ...기가 막히더라....상민 오빠에게나 내게나.....상처라면 상처일수도 있는 얘길 그렇게 아무렇지않게 하는 그여자애......기막히더라 진짜......"

넋두리 처럼 입을 연 영인이였다. 정말 그랬을것이다. 어제 영인이 만큼이나 화가 나서 얼굴이 굳어져 있던 상민씨.....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영인일 감싸안으며 상민씨도 최마리에게 무서운 얼굴을 했었다. 아무리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도 그렇지 그런 얘긴 함부러 하는게 아닌데.......어제 최마리는 생각외로 너무 화를 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길수도 있는 일이였는데......아마도 최마리라는 사람은 무언가.......마음의 병이 있는 것 같았다.

 

세수만 겨우 하고 나온것 같은 영인일 보며 난 괜히 맘이 아팠다.괜히 나 때문에 영인이 상처를 입은것만 같았다.날 감싸주려다 다친거 같아서 맘이 않좋았다.

 

"어제 너도 봐서 알았겠지만.....그여자 정상이 아냐.....나도 얼마전에야 알았는데.......영국에서 여기로 도망친거래......상준이 어머님 돌아가시고 몇달있다가 이태리로 갔거든.......이태리에서 3년 공부하다가 들어온거야......약혼만 하고 계속 미루는 상준이에게 그여자 최마리는 부담이였거든.....도망치듯 자길 떠나 버린 상준이 탓에 여린맘에 상처가 컷나봐.....우울증에 걸려 몇년 고생했데......계속 결혼미루는 상준이 원망도 많이 하고.....암튼 자세한 얘긴 잘 모르겠지만.......약물치료 계속받고 그게 안되어서 시설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바로 공항으로 도망쳐서 여기로 온거래.......상민오빠하고 상준인 이미알고 있었어.....그댁에서 연락이 왔으니까......정상인것 처럼 행동하다가도 갑자기 히스테릭하게 변하는 최마리가 네게 이상한 짓 할까봐 상준이 네게 다가서지 않고 있는거래.......그댁에서는 상준이 맘을 알고 파혼해주겠다고 했는데 최마리가 상준일 계속 잡고 있는거야......상준이도 최마리에게 미안함에 죄책감 느껴 함부러 대하지 못하는거구......많이 힘드나봐.......좋게 맘돌려 보내야 하는데.....그게 쉽지가 않나봐......."

 

조금은 예상했던 얘기라 많이 놀랍진 않았다. 최마리가 정상이 아닐거라는 생각은 했었다.갑자기 사람이 그렇게 이상하게 변하지는 않으니까.......우울증 이라니.....것도 상준이로 인해서 생긴 병이라니......상준이의 맘고생이 이해가 갔다. 아마도 최마리는 상준일 많이 사랑할것이다. 쉽게 놔줄수 없겠지.......첫사랑 이였을텐데.......오랜기간 동안 약혼자로 보아왔을텐데.....포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갑자기 가슴 한쪽이 아파오면서 얼굴이 찡그려졌다.최마리도 박상준도......나 이여경도.....셋 모두 불쌍한것 같았다.어디가서 한바탕 소리쳐서 울고 싶었다.소리가 안나올 때까지......엉엉 거리며 크게 울어버리고 싶었다.

 

사다놓은 모시 조개로 국물을 우려내 미역국을 끓였다. 빈속에 녹차만 세잔째 붓는 영인이에게서 컵을 뺏었다. 전에 영인이 가져다준 알맞게 익은 깍두기와 해초무침.그리고 잔멸치 복음.....모두다 영인이 집에서 가져다 준것이다. 밥하고 국만 내가 한것이고.....멋적은 웃음이 나왔다.

 

"너 사직서 냈다며.....?결혼 준비는 잘 되가?"
화제를 돌렸다. 영인인 올 9월에 상민씨와 결혼을 한다. 어머님이 안계신 빈집에 아버님과 상민씨만 있으니 집안이 너무 썰렁해 전부터 계속 결혼을 서둘렀는데 영인이 일욕심에 미뤄 왔었다. 결국 영인이 자기 욕심을 접고 안주인으로 집안에 들어 앉기로 했다.많이 아쉬워 하긴 했지만......근 3년을  약혼자로 기다린 상민씨을 더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자기 뜻을 접는 거라고 했다. 사실 나이도 이젠 거의 혼기에 꽉차 집에서도 서두르는 형편이였고......계속 자기 고집만 내세우기가 힘에 부쳤다는 영인이였다.

 

아버님은 분가을 하라고 했지만......그럴순 없는일.....혼자 되신 그분을 그 커다란 집에 덩그라니 두고 나올순 없는일......영인이 어머님의 빈자리를 메워 안주인 노릇을 하기로 맘을 먹었다. 틈틈히 요리 학원 다니고 신부수업[?]받고......얼마전에 사표을 냈었다. 이번달만 다니고 회사엔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다.

 

결혼 얘기에 영인이 아까보단 좀 밝은 얼굴이 되긴 했지만......어제의 충격에선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듯 얼굴이 활짝 피진 못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거야?"

"유럽......상민오빠 그쪽에서 해결봐야 할 일이 몇개 있어서 겸사겸사 가는거야....."

"야....그래도 좋겠다.......난 해외여행 한번도 못가봤는데....."

"곧 가게 될거야......가을에 동경하고 홍콩으로 연수 보낸데......아마 너도 끼게 될거야.....너 요즘 잘한다고 위에서 칭찬이 자자 하니까......."

"정말....?"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응....경력자 이기도 하고.......요즘 정말 열심히 하잖아......감각있다고 다들 말하더라......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것 같아....."

".......네가 민건 아니고...?"

"....난 일에 대해선 공과사를 확실히 구별해......괜한 의심하지마......"

눈까지 흘기며 말하는 영인이에게 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말 해외연수......한번 나가 봤으면 싶었다. 외국 잡지는 자주 접하긴하지만 현지에가서 보고 공부도 해보고 싶었다.거의 체념하다시피 하고 있었는데 요즘엔 은근한 기대감이 있었긴 했다. 내가 그려내는 디자인이 거의 실패를 보지 않고 상품으로 나오는데서 생기는 기대감 이였다.

 

영인인 나와 3시까지 같이 있다가 상민씨 전화를 받고 집으로 갔다. 나에게로 오면서 핸폰을 끄고 있어 상민이 애가 많이 탄듯 했다. 내게로 전화을 해서 겨우 통화가 된거였다. 만나길 꺼려 하는 영인일 어떻게 다독거렸는지 싫다는말만 하던 영인이 어느순간 알았다는 말을 했다. 영인일 보내고나자 갑자기 피곤해졌다.설쳤던 잠이 한번에 몰려오는것 같았다.

 

출근 도장 찍고 오전을 보내다가 지사 몇군데를 둘러 보려고 점심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왔다.장마가 다 지나갔다고 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얇은 칠부 가디건을 팔에 걸치고 백을 들고 나섰다. 지사에 들렀다가 상품현황 알아보고 바로 퇴근해도 된다는 성주의 허락이 있었다. 비오는데 외근이라니.....사실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랴......상사가 시키는 일인데.....일부러 입을 오리 처럼 쭉 내밀어 보이곤 가방을 챙겨 나온거였다. 기막혀 하는 성주에게 눈한번 흘겨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꼭대기 층에서 부터 내려 오고 있었다. 왼쪽의 엘리베이터는 지하 4층에서 올라오고 있었고.....둘다 비슷했다. 내가 서있는곳은 15층 이였다. 어느쪽이 먼저 열릴지......혼자 속으로 내기를 하고 있었다. 아직 점심시간 전이여서 인지 엘리베이터 앞엔 나 혼자 서 있었다. 혼자서 타고 내려가긴 좀 그런데.......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앞의 엘리베이터가 띵 하는 신호음을 내며 멈추고 문이 열렸다.성큼 안으로 들어가 일층의 버튼을 누르려고 손을 뻗었다. 그때 였다 . 누군가 뒤에서 손을 뻗어 내 손을 막았다.

 

"그냥 가지......."

 

누구....?낮은 저음의 남자 목소리.......괜히 등뼈에 소름이 돋았다. 고갤 살짝 돌려 뒤를 봤다.연한 하늘색 아래위 정장 입은 상준이였다.머릴 잘랐는지......짧게 잘라져 위로 올라가 있었다.

 

"어디가......?"

 

토요일 그렇게 헤어지고 난 후 첨 보는 거였다. 오늘이 벌써 목요일이니...5일이 지난거였다.생각보다 얼굴이 밝아 다행이다 싶었다. 자길 가만히 올려다 보는 내 시선에 상준인 멋적은지 나 처럼 가만히날 내려다 보다가 먼저 입술끝을모아 올리며 웃음을 지었다.멋진 웃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비오는데......우산은.....?"

정말 그랬다. 우산을 안챙겼다.이런.......엘리베이터는 벌써 지하 3층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자신의 덤벙거림에 한숨을 쉬며 난 입술을 물며 15층을 눌렀다.

 

"계속 말안하고 있을꺼야?아님....이젠 나랑 말도 하기 싫어진거야....?"

자조적으로 말하는 상준이의 목소리에 난 깜짝 놀랐다. 힘없이 웃음짓는게......갑자기 눈물이 날만큼 가슴이 아팠다.

 

"그렇지 않아.....왜 그런말을 해....."

".....너한테 내내 한심한 꼴만 보이는것 같아서......기분이 그러네...."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상준이 밖으로 나서면서 날 끌었다. 난다시 위로 올라 가야 하는데........얼떨결에 따라 내리게 되었다.

 

"외근이지.......?지사 몇군데 돌아보고 오라고 성주가 내보낸거지.....?"

"어....어떻게 알았어....?"

정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내 지시거든......꼭좀 이여경이 내려 보내라고.......아무도 의심안사게 공식적인 일을 붙여서 내보내 달라고.......말해뒀거든......"

"...........?"

"가자......아침을 안먹고 나왔더니 속이 쓰리다.......맛있는 점심살게......"

상준이 먼저 앞서 걸었다. 난 좀 멍한 기분이였다. 아니 멍한게 아니라......사실 너무 기쁘고 기분이 좋았는데.......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가슴이 먹먹했다. 날 보기 위해서 일부러 성주를시켜 불렀다는 상준이 말에 왜 목이 메는지....왜 자꾸 눈앞이 흐려지는지......모를 일이였다.

 

은회색의 메르세데스 밴츠......낮게 가라 앉아 보이는 스포츠 카 였다. 지붕이 가죽천으로 덮혀져 있는게 보통땐 오픈카 인가 보다. 상준이 눈짓하며 조수석을 가리켰다. 기분이 묘했다. 예전에.....산타페는 몇번 타 봤는데.....이차는 첨이다.차가 미끄러져 나가는데 속도감이 전혀 느껴 지지 않았다. 에스칼레이터에 올라탄 것처럼 움직인다는 느낌이 별로 안들었다. 틀어온 시디에서 나오는 오카리나의 선율이 마음을 촉촉한 비처럼 적셔주었다.

 

"손 좀 줘봐...."

음악에 심취해 바깥 풍경을 보고 있는 내게 상준이 말했다.

 

"손?....왜에...?"

"그냥....어서 줘봐...."

 

무릎위로 마주 잡고 있던 손중 왼손을 내밀었다. 상준이 씨익 웃으며 한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아 안으로 감싸 쥐었다. 한손으로 핸들을 돌리며 상준이 가만히 내 손을 내려다 봤다.조금은 찬 듯한 내손에 비해 상준이 손은 온기가 있어 좋았다. 엄지 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가만히 문지르는 상준이였다.

 

"진짜 손이 가늘고 이쁘네......만져지는 느낌도 좋구......기분 캡인데....."

"뭐하는거야......"

괜히 멋적어 손을 빼려는데 상준이 고갤 흔들며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잠시만 이러고 있자......나 너 많이 그리웠거든......이여경이 어떤 느낌인지 좀 느껴 보고 싶어......우리 좋은 친군데 손정도야 서비스 할수 있지않아....?"

 

참.......싱겁게도.....창 쪽으로 고갤 돌리며 난 눈에 힘을 주었다. 안그럼 ....금방이라도 또르르 하는 소릴 내며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기에.......돌린 목에 뻣뻣이 힘을 주며 볼것 없는 비내리는 하늘만 노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