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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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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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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유 2004-09-25

며칠이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성주에게 그렇게 내 속의 말을 터트린후 사실 가슴속의 답답함이 어느정도 해갈이 되었다. 참으면 병된다는 말.....맞는말이였다. 언제가 터질텐데 계속 곪기만을 기다리다 어느순간 딱딱하게 굳어 버림....터트리는게 아니라 파내야 한다는 그 커다란 속병....내겐 늘 있는 일이라 이번에도 참고 견딜려고 했을것이다. 아마도 성주가 아니였다면 지금 까지 처럼 내 안에 또하나의 딱딱한 응어리를 박아 넣었을 것이다.어떻게 보면 그렇게 내 몸의 힘듬을 모른체 방관하며 지낸 날들이 많아왔기에.......내게 너무나 잔인하고 냉정한 나였다. 생각없는 몸이라고.....그 몸의 고마움을 모른체 하며 .....난 또다른 날 혹사 시키며 살아왔다고 해도 할말이 없다.그걸 성주가 하나 파내어 갔다. 그래서 일까?가슴의 답답함이 완전히 없어진건 아니지만....어느정도 견뎌 낼수 있는 틈이 생긴거.....견딜만 했다. 아직 상준이에게 뚜렷한 무언가가 없기에.....난 기다릴수 있을것 같았다. 비록 하루하루 그 숨통이 점점 조여오고 있지만.....아직은 견딜만 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여름 신제품이 날개돋힌듯 팔려나간다는 얘기가 마케팅 부에서 내려왔다. 고객 사은잔치로 사은품이 제작되었는데......내가 낸 디자인이 채택되었다.가분수의 선 머슴아 같은 캐릭터의 여자아이 그림이였는데......엽기적인 그림이 톡톡 튀는 개성을 좋아하는 10대들의 구미에 맞았나 보다. 첨 만들때 상당량을 만들어 출고를 했는데 다시 재판에 돌입했다. 시내에 잘 다니지 않는 내눈에도 쉽게 보이는 물건.....부채와 비치볼....비치가방 비치샌들.......예쁜 수영복에도 들어갔다. 정말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수 없다. 살아 오면서 생전 코피를 쏟아 본적이 없는 나 였는데.....이 캐릭터 생각하며 그려낼 때 때아닌 후끈한 핏덩이가 코에서 쏟아져 한밤에 얼마나 당황이 되었는지 모른다. 코피라면 그냥 물처럼 흐르듯이 나오다가 마는거라고만 알고 있었던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그 한밤 새벽 3시에 영인이게 전화를 했다. 나 죽을병 걸린거 같다고......눈물은 또 얼마나 흘렸는지......그리다만 디자인 다 팽개쳐 두고 이불을 부여잡고 영인이 놀라서 달려 올때 까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몸을 돌보지 않고 혹사만 시키더니 잘 됐다 하는 내 속의 비아냥에 도리질 하면서 얼마나 난감하고 슬프고 서럽던지.......왜 그렇게 살고 싶던지.....상준이 얼굴이 계속 눈앞을 체우고......정말 꼭 죽는줄만 알았다. 영인이와서 괜찮은 거라고 달래줄때까지 난 소리도 나오지 않은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갑자기 피곤하거나 힘이 들때........이렇게 확 쏟아지는게 더 낫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기까지 덜덜 거리는 심정으로 하루를 보냈다.마지막이 될지도 몰랐을 거라고 생각했을텐데 자기말고 상준이을 부르지 그랬냐는 말에 난 영인일 쏘았다. 사실 그 생각이 얼마나 절실히 들었는지 모른다.하지만.....난 상준이 핸폰을 모른다. 번호도 모르는데 어떻게 전활 할 수가 있단 말인가.....가슴 에이는 슬픔이 내 안을 훝고지나 갔다. 차마 영인이겐 입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지만.......가슴이 아팠다.

 

여름이 중반쯤으로 지나가고 있을때 상준이 우리부 팀장 자릴 내주고 회사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기획실장으로 자릴 옮겼다. 상준이 자리엔 엠디였던 성주가 맡게 되었다. 성주가 연말 까지만 맡고 우리팀 경력자에서 팀장을 뽑는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우리팀엔 나를 비롯해 거의 4년차가 넘는 경력자가 포진해 있으니 위에서나 다른 부서에서나 여기에 뒷말은 없었다. 단지 우리부서에는 유미나 유진이 갑자기 친밀도를 바꾸고 경쟁체제로 돌입한거 빼고는 달라진 상황은 없었다. 영인이 내게도 사실상 공석이나 다름없는 팀장자리에 도전 해 보라고 했지만.....난 거기까진 욕심이 없다. 아니 욕심이 없다는 말은 거짓이다. 하지만 한유미나 장유진 처럼 4년제 졸업도 아니고 더구나 둘처럼 해외 연수도 받아보지 못한 나로써는 팀장 자릴 감히 바랄 수 없는 현실이니까......빠른 포기가 날 덜 상처 낼거라는 자위을 하고 있었다. 저번에 한팀으로 일해 친언니처럼 날 따르는 경혜가 내가 내는 디자인이 내는 족족 위에서 반응이 좋으니 어쩜 비워있는 팀장자리에 언니가 올라가는게 아니냐는 얘길 해주는정도가 허허로운 내 속에 위안이 되는 요즘 이였다.

 

저녁에 영인이와 상민....밖에선 그렇게 부르기로 드디어 합의를 봤다. .....씨가 식사초대를 해왔다. 바다가재 요리를 잘한다는 시내의 유명한 요리집이였다. 사실 난 바다 가재는 별로던데.....영인인 일주일에 한번은 먹을 만큼 랩스터라고 부르는 수입산인 비싼 가격의 가재를 아주 좋아했다. 신선한것은 날로 회로도 먹는 영인이였다.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해서인지 피자나 파스타.....또는 스테이크도 영인이 좋아하는 메뉴였다. 한식을 선호하는 나와 달리 영인인 기름기 흐르는 양식을 좋아한다.비싼 돈을 주고 먹는건데도 적게 나오는 양을 다 먹지도 못하면서.......늘 고급 레스토랑만 찾아다닌다. 맛보다 분위기 라면서........영인일 따라 다니면서 내 입맛도 조금씩 변하는지......요즘엔 나도 가끔은 숯불에서 즉석 구워내는 스테이크가 생각이 날때가 있다. 한 끼에 몇만원을 홋가하는 가격이라 늘 생각만 하지 내의지로 찾아간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날 식당엔 나만 부른게 아니였다. 4월에 약혼을 한 영인이 오빠 재현씨와 약혼녀 희우씨....그리고 상준이와 최마리.성주도 있었다.기획실로 옮겨간후 얼굴 마주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준이여서 인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옆에 앉은 최마린 내 출현에 좀 놀라와 했다. 가족모임인데 영인이 친구인 내가 나온게 이해가 안간다는 얼굴이였다.

 

커다란 바다가재가 큰 쟁반에 받쳐 나왔다. 자켓을 벗고 목장갑을 끼고 비닐 장갑을 끼고 성주와 재현이 망치를 들었다. 옆에서 서포트 해주는 직원이 들어왔었지만 두사람이 내보냈다. 성주와 재현이 망치로 가재를 쪼개면 상준이와 상민이 살을 발라 내어 기다리는 우리 여자들 접시에 나주었다. 우습게도 상준이 내 접시에 먼저 게살을 놓아주자 금방 최마리의 눈이 위로 치켜올라갔다. 바로 상준이에게 뾰루퉁한 말을 던졌다. 그때문에 갑자기 분위기가 잠시 다운됐지만 눈치빠른 성주가 위기를 받아냈다. 제일 부드럽고 많은 양인 앞다리 살을 먹기 좋게 발라 마리 접시에 놓아주면서 간지러운 멘트를 날렸다.

 

"공주가 무수리와 같은 요리를 먹는다는게 말이 돼? 상준이가 준 것은 젤 맛이 없다는 팍팍한 가슴살이야.....부드럽게 혀에 감기는 맛은 이게 일품이라고......먹어봐서 잘 알지 않아?"

금방 천국에 올랐다가 바닥으로 떨구워 지는 기분이였지만.....용서가 되었다. 나와 영인이 성주에게 기막히다는 얼굴을 했고 그제서야 굳었던 마리의 얼굴이 펴지며 웃음이 돌았다.생각보다 예민한 사람 같았다. 전에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하나둘 눈에 보였다. 상준이에 대해서 굉장한 소유욕을 보이는 최마리 였다.상준이의 시선이 자길 벗어나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집착도 보여 주었다. 왜 갑자기 상준이 안되어보이는지.......피곤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오며서 가지고 싶었던 것은 모두 가져야 직성이 풀린다는 부류.......절대 자길 무시하거나 아래로 내려 지는걸 생각해본적도 하지도 않는 그런 특권의식......전에 보이지 않았던 가시가 최마리에게서 보여졌다.

 

요리를 물리고 디저트가 나왔을 때였다. 망고와 석류를 띠운 과일 화채의 색이 너무 예뻐 나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선홍빛의 액체.......석류의 속살과 비슷한 화채의 맛은 달콤하면서 뒷맛이 약간은 씁쓸했다. 예쁜 별모양의 얼음이 혀끝에 닿는 감촉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cf의 한 장면 처럼 얼굴 표정을 만들었나 보다. 영인이와 상준이의 시선이 얼굴에 느껴졌다.

 

"그렇게 맛있냐....?표정이 좋아 죽겠다는 얼굴이다 너.......?"

상준이 내게 던진 말에 난 무안해지는 기분이였다. 얼굴색이 붉게 물든것을 체 수습도 하기전에 날이 선듯한 최마리의 음성이 들렸다.

 

"두사람......굉장히 친한것 같네.......학교때 얼굴만 아는 정도라고 그러지 않았어....?더구나 ....회사 상사들만 모인 이런자리에 아무리 영인 언니의 친구라고 하지만.....말단 직원이 아무렇지 않게 낀다는게 이해가 안가......두사람......정말 얼굴만 아는 동창인거야....?"

분위기가 두번째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번엔 성주도 별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지 침묵하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 상준이 시선이 몇번 내게 머문걸 눈치빠른 최마리가 알고 있었나 보다. 몇번 나와 상준일 날카로운 눈으로 탐색하듯 지켜보던 최마리의 시선을 내가 느끼고 있었던 것처럼......최마리도 알고 있었겠지....

 

좌중의 침묵을 깬건 영인이였다.

 

"상준이가 네게 어떻게 여경이 대해 말했는지 모르지만......얼굴만 아는 친구는 아냐......성주만 빼고 우리 세사람은 2년동안 같은 반이였고.......폭탄 선언 같지만 여경인 상준이의 첫사랑 이였어....."

들고있던 선홍색의 화채를 한입에 털어 놓듯이 마시고 내려 놓으며 영인이 그렇게 말했다. 좌중은 아까보다 더 무겁게 차갑게 가라앉아 버렸다. 최마리의 붉으락 푸르락 하는 얼굴이 상준이와 내게 왔다갔다 했다. 성주가 힐난하는 시선으로 영인일 봤지만 영인인 자긴 할말 다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게 정말이야? 오빠가 얘기해봐.......!!!첫사랑 여잘 내앞에 데려와서 어쩌자는 건데....?뭘 어쩌자는 얘기냐구!!!!"

히스테릭하게 소리치며 일어서는 최마리 였다.놀랍고 당혹스런 순간이였다. 상준이 얼굴을 찡그리며 일어서는데 영인이 얼굴을 굳히며 먼저 일어섰다.

 

"최마리 지금 뭐하자는 거야? 오늘 이자린 나와 상민씨가 서로의 친구를 초대한 자리야 넌 불청객이야......우리가 초대한 명단에 없었던 이름이지......갑자기 나타난 너의 무례함에 화가 나도 가만히 있었는데.....내 파틸 망치는 건 용납못해 ....조용히 앉을거 아님 나가.....여긴 너와 상준이만 있는 자리가 아니니까...."
"흥....첨 부터 날 못마땅하게 생각하더니 끝내 내 가슴에 비수를 꼿네요.....아직 상준오빠에게 미련 있지?당신 첫사랑 상준오빠라며?상준오빠에게 밀려난거 아직 화나지?그래서 첨부터 내가 미웠던 거야?내가 모를줄 알아?"

정말 기막혔다. 상준이 화난 얼굴로 방방뛰며 길길이 날뛰는 마릴 끌고 밖으로 나갔다. 정말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영인이 얼굴이 충격으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재현씨 옆의 희우씨가 영인이에게 생수를 건넸다. 받아쥐는 손끝이 눈에 보이도록 덜덜 떨리고 있는 영인이였다. 돌발사고 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일이였다.

 

그날 최마리와 함께 나간 상준인 결국 오지 않았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더이상 있을수도 없어 난 성주와 함께 왔다. 성주가 내게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 했지만......영인이 만큼이나 나도 놀랍고 기가 빠져 있어 그냥 헤어져 왔다. 물을 잔뜩 먹은 솜처럼......몸이 무거웠다. 말 한마디 건넨걸 갖고 그런......큰 사고가 생길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