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동거[?]가 시작 되었다.
그렇다고 나와 상준이 사이가 전과 달라졌거나 하는 부분은 없지만.....
그냥 같이 쇼핑 해와서 찬거리 준비하고......비디오 빌려다 보고.....음악도 듣고 집에만 있는게 너무 지루하면 뒷산에 있는 약수터에 가서 약수떠오고......아님 스포츠 클럽에 가서 스쿼시 치고....사실 난 상준이 탓에 첨 해봤다.
테니스 비슷하지만.....내게 테니스 치는 것 보다 더 쉽고 재미 있었다.
그렇게 낮 시간은 아무렇지 않게 잘 흘러 갔다.
저녁을 먹고.......그다음 부터가 .......힘들었다.
원룸엔 침대가 하나 놓여 있고......화장실을 제외하곤 다른 방은 없다,
첫날은 상준이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침대가 있어 내겐 여벌의 이불은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 장에 가서 이불 부터 구입했다.
시장 사람들의 이목에 괜히 얼굴이 붉어 졌다.
부부라기엔 너무 어려 보이는 우리 둘이 이불을 사러 다니는 폼이......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얼굴 표정에 전부 드러나 보였다.
인상 쓰는 나와 달린 상준이 큭큭 거렸다.
시장에서 사온 떡복이와 순대로 저녁을 해결했다.
냉커피와 녹차......상준인 커필 잘 마시지 않았다.
커필 마시면 피가 까맣게 될 것 같아서 싫다는 이유로........귀여분 자식.....ㅋㅋ
침대에서 멀찍이.....그래봤자 걸음으로 다섯걸음 정도.....요를 깔고 이불을 놓았다.
푸른색 스트라이프가 그려져 있는 건데.....보는 시각에 따라 세련되어 보이기도 촌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샤워는 늘 내가 먼저 했다.
내가 주인이니까 그래야 된다는 상준이 말에 토를 달아서 입씨름 하기 싫어 웬만한 일은 그냥 대강 넘겼다.
갑자기 내가 너무 말을 잘 들어서 슬프다는 상준이......이상한 녀석......그럼 내가 말 꼬리 마다 트집 잡고 째리는게 좋다는 말야....?
같이 있는 시간 내내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게 내 마지막 배려인데.......자꾸 딴지를 거는 녀석이 조금 못마땅해 졌다.
해리슨 포드가 나오는 에어포스원을 빌려다 봤다.
난 침대 위에 비스듬히.......상준인 차게 한 녹차를 옆에 두고 양반다리를 하고 있었다.
해리스가 대통령으로 나오는 영화다.
테러리스트 대장으로 나오는 게리올드만.......내가 좋아하는 성격파 배우중 하나이다.
지금 막 상황이 특별 탈출기로 대통령만 탈출을 시키는 건데.....해리스가 그 전용기를 타지 않았다.
부인과 딸을 두고 혼자 갈 수 없겠지.......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녹차 컵을 들어 한모금 마시며 상준이 잠시 날 돌아다 봤다.
영화에 집중하고 있느라고 상준일 보지 못했다.
아마 날 좀 바라보고 있었나 보다.......갑자기 상준이 쿡 하고 웃었다.
웃음 소리에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상준일 봤다.
눈이 마주치자 상준이 먼저 시선을 돌렸다.
"왜 웃어...?심각한 장면 인데....."
정말 그랬다.
보는 내내 긴장감에 가슴이 조여 왔다.
그런데 웃음이라니......
"너 말야.....말 안하려고 했는데......포즈가 그게 뭐야....?혼자 있음 늘 그런 자세로 있는거야...?"
"내 포즈가 ......뭐 어때서...?"
"좀.....민망하지 않냐....?애미부인 시리즈 포스터 장면 중 하나 같아....ㅋㅋㅋ"
듣고 보니.....민망했다.
한 쪽 무릎은 세우고 다른쪽 무릎은 눞히고......이불로 가리고 앉아 있을걸......
반바지 차림에 위는 반팔 티........민소매 아니라 천만 다행 이다 싶었다.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침대 위라 그런가......괜히 민망해 지는 기분이였다.
상준인 이미 내 게서 등 돌리고 있었지만 난 자셀 똑바로 고쳐 앉았다.
허리 관절에 이상이 있는지......가끔 보면 난 이렇게 비스듬히 누워 있는 자세가 많았다.
등이 굽은거 아냐....?
벽에 쿠션을 데로 등을 붙혔다.
화면을 봐야 하는데 상준이 뒤통수가 보였다.
영화나 볼것이지..........
상준이 쪽으로 시선을 한번 주고 영화에 몰입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다.
상준이 벌써 3번째 주방과 방 사이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녹차엔 인뇨작용을 불러 일으키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벌써 4잔째 녹차를 마시고 있었다.
티백 하나로.......계속 우려 먹고 있었다.
해리슨이 게리에게 정체을 들키는 장면......위급상황 인데.....상준이 행동 탓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저러는 건지......슬슬 짜증이 밀려 왔다.
새로 물을 부워 들고 오는 상준일 난 세게 째렸다.
"왜....?너도 한잔 줄까....?"
"됐어.......너 왜 자꾸 왔다 갔다 해......산만하게...."
".......미안하다......난 사실 저거 전에 극장 에서 봤어.......내용 다 알아...."
"뭐.....?그럼 다른거 빌리자고 하지.....뭐하러......"
"너 해리슨 포드 좋아 한다며........스타워즈 시리즈는 다 봤어....?"
".......생각해 주는 척 하네......"
괜히 멋적어서 말을 돌렸다.
상준인 내 말 끝에 피식 웃더니 자릴 잡고 앉았다.
아까까지 재미 있던 영화가 시시해 졌다.
긴장하고 보다가 중간에 자꾸 끈겨져서 그런가 보다.......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불 좀 끄면 안될까....?"
얼굴도 안돌리고 상준이 물었다.
"왜에...?"
"자려구......벌써 11시잖아.....피곤해...."
"치......하루종일 뭐했다구 피곤하대....?밥도 내가 다하고 설겆이도 내가 다 했는데...."
"내가 하려구 했는데 네가 못하게 했잖아....."
"당연하지....살 씻으면서 반은 물에 다 흘려 보내고 설겆이 하면서 몇개 없는 컵하고 그릇 이빠져 놓고......너 같으면 시키겠냐.....?그냥 가만히 있는게 날 도와주는 거야...."
".....너 그러니까 너무 무서운것 같아........우리가 부부면 난 아마 네 바가지 등쌀에 말라서 죽을 것 같아.....ㅋㅋㅋㅋ"
기막혀서......
째리는 내 시선에 상준인 뭐가 좋은지 큭큭 거렸다.
비디오 전원 스위치를 껐다. 불의 스위치도 끄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 쓰고 먼저 누었다.
보던거 계속 보지.......미안한데.....
상준이 뭐라고 중얼 거렸지만....못 들은척 벽으로 몸을 돌렸다.
얼마쯤......?
시간이 지난것 같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상준이 조용히 일어나더니 현관쪽으로 갔다.
또 나가려는 가 보다.
여긴 밤엔 좀 위험한데.......
위치가 신촌이라 좀만 걸어나가면 다 유흥업소다.
삐끼도 많고.....흥청 거리는 젊은이도 많은......이밤에 나가서 뭐하려는 걸까...?
술은 마시지 않는것 같은데.....
현관문을 열려고 할때쯤 일어났다.
"어디 가려구....?"
내 목소리에 상준이 멈칫 거렸다.
아마도 놀랐나 보다.
"너 자는것 아녔어....?"
".....아녔어.......얼마나 시간이 지났다고......금방 잠들어.....?"
"......내가 불 끄자고 해서 자려던 거 였구나.......괜히 미안하네...."
"....너 어제도 나 잠든다음 나갔지....?왜 그러는건데....?"
침대 옆의 조명을 켜고 물었다.
상준이 잠시 아무말 없이 서 있더니.....날 돌아다 봤다.
"그냥.....잠이 안와서......"
"웃기고 있네.....왜 잠이 안와.....아깐 피곤해서 자야 겠다며....?그새 잠이 달아났냐?"
캐듯이 묻는 내 말에 상준이 멋적은지 손으로 머릴 긁적였다.
진짜 웃겼다.
말이 되는 이율 대야지.....
"너랑 같이 있음 자꾸 이상한 생각만 들어서 그래........그래서..."
"무슨 이상한 생각....?"
"정말 몰라....?아님 알면서 일부러 묻는거야.......?"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말 몰라....?
그말이 가슴을 때렸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걸까......?내가 정말 그럴까....?
상준이 여기로 들어 온다던 그날 저녁 부터 내내 생각했었다.
다큰 남녀가 한방에 같이 있는다는것......
것도 서로에게 이성으로 맘이 있는 상태에서......아무렇지 않게 같이 있을수 있을까....?
내내 생각했었다.
분명 상준인 내가 먼저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내게 아무런 행동를 하지 않을 거라고.....그건 확신을 할 수가 있었다.
난.......난 어쩔까.....?
난......상준이에게 날 내주기로 생각했다.
상준이 .....그런일은 없겠지만.......날 원한다면 선선히 내주겠다고 맘을 먹었다.
그래서 어제 부터 내내 신경이 쓰였다.
그런 내맘도 모르고 내가 잠들길 기다렸다가 밖으로 나가는 상준이였다.
한참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이 길어지는 틈에 상준이 내게서 등을 돌리고 손잡이를 잡았다.
"그럼......나랑 있는 동안 밤마다 밖으로 나다닐 생각이야.....?"
"그렇겠지......그게 서로 편하잖아......?"
"......혼자 밖에 나가 뭐하게.....?"
"친구들 불러 내서 놀다가 올꺼야.....신경쓰지 말고 넌 너 좋을데로 해....."
"나랑 같이 시간 보내고 싶다고 해서 들어온거 아냐.......?어제도 새벽 3시쯤 들어왔잖아.....오늘 아침에 11시가 다 되어 일어나고....."
".......너 나 기다렸냐....?내가 들어온 시간 다 알고......."
좀 놀랍다는 상준 이였다.
"너 그러고 나가면......난 그때부터 피곤해져......네가 들어오는 시간내내 .......신경이 쓰일 거야......잠은 다 자는 거지......"
".....휴......알았어......나가지 않을께....."
그러더니 들어와서 다시 윗옷을 벗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자려는 걸까....?
상준이 별 말이 없어 난 조명을 끄고 침대로 다시 누웠다.
얼마간의 시간이 또 그렇게 가슴을 졸이며 지나갔다.
"너 지금 나 보고 있어?뒤통수가 무지 따갑다........맞아...?"
어둠 속에서 상준이 물었다.
괜히 웃음이 나오려 했다.
입술을 질끈 깨물고 침묵했다.
"벽 쪽으로 고갤 돌려......네 시선 신경쓰여......부담스럽다구...."
"너도 내 쪽 보면 되잖아.....?"
"......장난 그만 하고 자......이젠 정말 자고 싶으니까...."
그리고 또 침묵.......
난 계속 입주위가 근질 거렸다.
할까 말까.....?
말을 할까 말까....?계속 머리속이 어지러웠다.
상준이가 갑자기 이불을 머리끝까지 당겨 덮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내가 말했다.
"야 박상준 너 잠깐 일어나봐...."
조명을 키며 다시 일어나 앉았다.
갑작스런 불빛에 상준이 이불을 내리고 날 봤다.
눈에 잠이 깃든 흔적이 없었다.
"하나만 물어 볼께......거짓말 하면 안돼.....사실대로만 말해야해...알았지....?"
"알았어......뭔데...?"
"너.....여자랑 자봤어?"
갑자기 상준이 놀라서 숨을 크게 쉬었다.
많이도 놀랐나 보다.
말하는 난 그제 어제 계속 생각하고 있던 거라 별 놀라움은 없었지만.......상준인 당황 까지 하고 있었다.
"대답해봐......거짓말 하지 말고....."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한건데....."
".....그냥......네가 뭔가 아는거 같아서......"
"내가 뭘 알아......무슨 소리야...?"
"너......난 너랑 같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데......넌 이상황을 잘 견디지 못하잖아......그건 네가 뭘 안다는 거 아냐....?"
"뭐.....?너 .....지금...."
"난 너라면 .......내 처음이 너라면 괜찮을 것 같아.......진심이야....."
정적......
내 소리를 끝으로 한동안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말한 나도......듣고 있던 상준이도.......침묵했다.
난 가슴이 쿵쾅쿵쾅 뛰느라고......상준인........글쎄.......
뭔가 내가 큰일날 소릴 한것 같은데.......상준인 아무런 반응도 없이 침묵하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후 상준이 다시 일어났다.
아까 벗어 두었던 윗옷을 집더니 일어나서 룸에서 나갔다.
난 이번엔 상준일 잡지 못했다.
아.....정말 짜증 났다.
날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그렇다고 편하게 해주지도 않으면서.....왜 여기 들어와 살겠다는 거야....?
그냥 낮동안 만 같이 지내자고 하지........
오늘도 잠자긴 다 틀린것 같다.
상준이 나간 문만 노려보다가.......이불을 뒤집어 쓰고 다시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