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50

과거-7


BY 까미유 2004-04-29

상준이 말대로 엄마가 그날 저녁에 날 보러 오셨다.

상준이 내 얘길 했는지 엄만 날 보자마자 한숨만 푹푹 쉬셨다.

전에도 한번 있었던 일이였기에.......

엄말 보자 마자 갑자기 눈물 샘이 터진 사람마냥 난 목놓아 엉엉 울었다.

상준인 내 우는 모습 보기가 안좋은지 우리 모녀만 남겨두고 밖으로 나갔다.

한참을 우는 날 보다가 엄마도 코 끝을 물들이며 훌쩍 거렸다.

내 등을 토닥 거리며 계속 '불쌍한것......불쌍해서 어쩌니...'

엄마에게 첨 들어보는 소리....

늘 엄만 내가 아빠나 큰 오빠에게서 도망쳐 오면.......마치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마냥...냉정하게 굴었는데......이번은 왜 인지....눈물을 보이셨다.

그래서 일까....?

한순간 안심이 되면서 긴장이 풀려서 인지 눈물이 더 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엄마와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다.

 

저녁시간이 되어서 가봐야 한다며 엄마가 일어났다.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날 보며 엄마가 말했다.

 

"일단은 여기서 있어봐....사모님도 아시니까.......괜찮을거야......집엔 엄마가 가볼께......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까 맘 놓고.....밥도 먹고 잠도 잘자둬......당분간 만이라도 편하게 있어...나중에 시간내서 다시 오마...."

 

왜 그렇게 엄마가 고맙던지.....

늘 내게 찬 얼굴만 보여주던 엄마였는데....

정말 친엄마가 맞나 할 정도로 내게 냉정하고 모질게만 굴던 엄마였는데......

갑자기 달라진 엄마의 모습에 좀 어리둥절 하기도 하고.......적응이 안되었다.

하지만......난 말 잘듣는 착한 아이처럼 엄마의 말에 고갤 끄덕 거렸다.

자꾸만 엄마의 달라진 모습에 희망을 걸고 싶었다.

엄마가 모든일을 잘 해결해 주기만을......간절히 바랬다.

 

 

엄마가 돌아간뒤 상준이 도시락을 사왔다.

도시락 체인점에서 파는 ......

아침에 먹다 남겨둔 된장국를 가스대에 올리며 상준이 날 봤다.

울어서 퉁퉁 부은 눈 탓에......눈 거풀이 많이 내려와 있어서인지 눈을 떳는데도.....앞이 선명히 보이지 않았고.....찌뿌드 했다.

 

말없이 상준이 상차리는 걸 도왔다.

계속 못된 말만 골라 해대며 상처를 준게 후회가 되었고.......못난 꼴을 보인게 민망하기도 했다.

 

상준이 눈빛탓에 난 내키지 않은 저녁을 먹었다.

상준인 내게 말을 시키지 않고 눈으로 의사표현을 했다.

무언이 언질.....

도시락은 돈가스 였는데......고기가 너무 딱딱해 삼키기가 쉽지 않았지만 난 더이상 꼬투리를 잡히고 싶지 않아  물의 도움을 받아서 꾸역꾸역 식도로 돈가스를 밀어넣었다.

몇개쯤 먹었을까........?

갑자기 상준이 일어서며 내게서 물컵을 빼앗았다.

 

"먹기 싫음 억지로 먹지마.......계속 비워 있던 빈속에 부담이 될거야......미처 생각지 못한 내 불찰이야......먹지마..."

"괜찮아......먹을만 한데 뭐....."

"됐어.....제대로 싶지도 않고 꿀꺽 삼키면 소화도 안돼......괜히 속만 상해....."

".....괜찮은데......"

"갑자기 말 잘듣는 아이가 되기로 한거야.....?엄마라는 약발이 큰 효과를 보네....."

얼굴에 불길이 그어진 기분이였다.

놀림을 당한듯한.....

내게서 등을 돌리며 상준이 큭큭 거렸다.

들릴듯 말듯.......속에서 불길이 올랐다.

뭐라고 반박해줄 말이 선듯 떠오르지 않을 만큼 난 많이 당황하고 있었다.

 

"된장국에 말아서 먹어......그편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나을거야....그건 이리줘......."

 

무슨 생각에서 였을까.....?

난 순간적으로 상준이 가져 가려는 도시락판을 젓가락으로 잡았다.

상준이 날 힐끔 쳐다 봤다.

 

"왜그래...?속 버리면 어쩌려구...?난 손 따는것 못해......좀 있다 집에 갈거야....체해도 수습 못해 준다고...."

"오래 버팅길려면 많이 먹어 둬야지......체력소모 되기전에......."

"뭐....?"

내말에 상준인 기막혀 했다.

나도......내가 뱉은 말에 당혹스러웠다.

어쩌자고.....저런 말도 안되는 말을 ......아무생각 없이 뱉은 건지.......

지우개가 있음 빨리 지워 버리고 싶었다.

 

어이없이 날 보던 상준인 내게 된장국을 내밀며 싱크대 선반의 문을 열었다.

"내일 아주머니가 밑반찬 만들어 주신다고 했으니까.......입맛 안 땡기더라도 좀 참아.....혹시 몰라 빵하고 잼 사두었어.......컵라면도 있고........"

날 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난 목에 무거운 추라도 단 사람모양 계속 고갤 식탁 바닥으로 떨구고 있었다.

그런 날 잠시 보더니 상준인 거실쪽으로 나가더니 티브이를 켰다.

가요 프로를 하는지......신승훈의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가을빛 추억인가......?

상준이 낮게 그 노랠 따라 불렀다.

 

'스쳐가는 낙엽들이 바람결에.......'

비트있는 음악에 애잔한 선율이라니......

간간히 노랠 따라 부르며 상준인 아까처럼 내게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으라는 무언의 눈빛를 주고 있었다.

진짜 내키지 않았지만 .......어색한 상황을 더이상 만들수 없어.....난 남은 밥을 된장국에 말았다.

근처 식당에서 사온 된장국은......조미료를 너무 많이 넣었는지......속이 미식 거렸다.

집에서 거의 살림을 도 맡아서 하는 난.......음식에 조금은 일가견이 있었다.

적고 싼 재료로 맛있게 만들어서 먹는 방법.......

일곱살적 부터 부억을 드나든 내가 익힌 요리법.......이 국보단 훨 맛나게 잘 끓일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김치도 그 식당에서 가져온 건지.....맵고......싱거웠다.

간이 전혀 맞지 않은.....

몇번 씹다가 그냥 꿀꺽 삼켰다.

몇번의 숟가락질에 밥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먹기 싫어 밥 숟가락 가득씩 떠서 입에 넣었으니......바닥이 빨리 나올 수 밖에......

아마도 .....게걸 스럽게 보였을 거다.

상준이 얼굴은 티브이를 향하고 있어도 시선과 신경은 내게 와 있다는 걸 확연히 느낄수 있었다.

입가를 손등으로 슥 닦고 식탁을 치웠다.

설겆이 통에 컵과 그릇를 담는데 상준이 리모컨을 놓고 내 쪽으로 왔다.

 

"됐어.....앉아 있어......설겆이 내가 할께...."

"아냐.....내가 할께......넌 가서 보던거 마저 봐..."

"내가 한다구.....몸 상태도 않좋잖아......고집부리지 말고.....네가 가서 텔레비봐......비디오도 빌려났어.......그거 보던가....."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자서 괜찮아.......그릇도 몇개 없는데 뭐.......저리 비켜 .....내가 할께......"

"제발....!!여기선 내말좀 들어 이여경.......!!"

 

수돗물을 트는데 상준인 날 밀치며 그렇게 소리쳤다.

깜짝 놀랐다.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저도 좀 놀라운지......상준인 잠시 머슥한 얼굴을 했다.

그러더니 다시 내게서 등을 돌리더니......수세미에 트리오를 묻혔다.

 

"넌 내집에 놀러온 손님이잖아.......난 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여기 있는 동안 만이라도 편하게 있어......부탁이야.......내말대로 해줘...."

"이게 더 불편해.......그냥 내가 하고 싶......"

"정말 말 안들을래........?너 왜 이렇게 고집이 세냐?엉?한번 말하면 그냥 알았어 하고 들음 안돼....?꼭 이렇게 토을 잡으며 말꼬릴 잡아야 속이 시원하냐구.....그래......?"

갑자기 왜 째리면서 소릴 지르는 건지........

입술을 쫑긋 거리며 난 뒷걸음질 쳤다.

그냥 ......여기서 물러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받아 들이기가 편치 않지만.......말 싸움을 하기에도......적절치 못한것 같아......물러 서기로 했다.

 

쇼파로 가서 앉는 날 보며 상준이 등을 돌리며  물었다.

 

"차 뭐 마실꺼야....?녹차 .홍차.커피.......다 있어....."

".....지금은 생각 없어.......나중에 마실께....."

"지금 마셔 그냥......내가 토 달지 말라고 했냐 안했냐....?조두 머리도 아니고....."

 

쟤가 진짜....?

일부러 날 화나게 할 참인 사람모양......

눈썹이 금방 갈매기 을 띄웠다.

등을 돌리고 있어 보이진 않겠지만.......내 시선이 자기를 쏘고 있음을 알고 있을거다.

 

"녹차 마셔.......몸에 좋으니까...."

대꾸할 힘도 잃었다.

상준이 어깨가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는것 같았다.

눈의 착시인지.......암튼 앞뒤로 흔들리는게.....큭큭 거리며 웃고 있는것 같아 보였다.

 

맘대로 하라지........

익숙치 않은 상황이라.....사실.....좀 당황이 되기도 하고.......맘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참기 힘들 만큼의 불편도 없지만......암튼 묘한 기분이였다.

 

 

그렇게 한 일주일을 보냈다.

어떻게 된 일인지.......아빠가 그 포주에게 진 빚이 없어 졌다.

엄마 말론 엄마가 붓고 있던 적금을 해약해서 빚을 갚았다고 했는데.......믿을 수 없었다.

엄마의 월급은 고스란히 우리 생활비와 아빠에게 거의 착취당하다 시피 한다는걸 잘 알고 있는데......빚이 얼만지는 모르지만.......그 빚을 다 갚았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아마도 전 처럼.......상준이네 집에서 갚아 줬을 거다.

또 신세를 진것이다.

 

가끔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그 집에서 그냥 파출부로 일을 하는데......우리집에 무슨일이 생길때마다 상준이네서 아무소리 없이 도와 주고 있었다.

예전에 작은 오빠 말로는 엄마와 상준이 어머님이 고향 에서 친하게 지낸 사이여서 상준이 어머니가 엄말 불쌍하게 여겨 거둬주고 있다고 했는데......정말 그래서 일까....?

그 집에서 우리에게 베푸는 호의는 컸다.

 

상준인 내게 일주일 동안 편하게 대해주었다.

자기 딴에는 내게 신경을 써준것 같았는데.......사실 난 편하지만은 않았다.

학교에서 오면 거의 원룸에서 함께 지냈다.

비디오도 보고......게임도 하고.....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지내는 내가 안되 보여서 자기딴에는 관심을 쏟은것 같았는데.......친하지도 않은 사람.....더구나 남자애와 한 방에 있는게 편할리가 없지 않은가........

암튼 그때 상준이가 내게 클래씩 시디를 매일 가져다 주었다.

내가 클래식을 좋아하는줄 알고.......열심히 사다 날랐다.

 

상준이와 헤어져 온 집엔 아빠가 없었다.

한 며칠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나중에 다릴러 온 엄만 내게 졸업하면 취직을 하라고 했다.

내가 숙대에 합격했다는 말을 했지만.......못들은척 빨리 취직해서 독립하라는 말만 했다.

엄마에게 축하한다는 애긴 못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하고 있었지만.....취직하라는 얘기는.....정말 아팠다.

난 이미 전문대를 가려고 맘을 굳혔다.

내 점수면 전학기 장학금을 받을수 있기에.......수능 전 부터 학굘 정해 놓았었다.

은서가 너무 아깝다며 숙대에 원서을 넣은거고........결국 합격해도 문앞에도 가지 않았다.

 

은서는 졸업후 바로 취직을 했다.

내게 첫월급 타면 거 하게 한턱 쏘겠다며.......회사일에 열심이였다.

졸업후.......상준이 한번 내게 찾아 온적이 있었는데.......그때 마침 외항선 타는 작은 오빠가 와 있어서......만날 수가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상준인 왜 내게 숙대에 들어가지 않았는지 궁굼해 했다.

엄마편에 일학기 등록금을 건넸다며......어떻게 된 일이냐고......나중에 은서에게 들었다.

첨엔 그소리에 기막혔지만........

아마도 엄만......내게 그 돈을 건네고 싶지가 않았을 거다.

내가 대학 가는걸 싫어했으니까.....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났지만......엄말 탓하진 않았다.

내 처한 현실이 이거라면........감당해내야지......견뎌내야지 싶었다.

 

그후로는 시간이 정말 후딱 잘 지나갔다.

대학 들어가면서 난 독립을 할 수 있었다.

엄마가 더이상 아빠나 오빠들이 내게 해코지 하는걸 가만 두고 볼수 없다며 어렵게 작은 지하 셋방을 하나 얻어 주었다.

다달이 월세를 내야 하는 집이였지만.......난 너무 좋았다.

월세와 생활비를 위해 알바를 빽빽히 했지만.......맘편히 쉴수 있는 내 방이 생겨서 그 땐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