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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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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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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4-01-02

일주일에 두번 집안일을 해주는 아줌마가 다녀가는 집은 깨끗했다.

언니의 깔끔한 성격탓도 있지만.......암튼 깨끗한게 보기에 좋았다.

새로산 컵이라며.......맑게 보이는 커피.....물을 너무 많이 부은것 같다.

블루 마운틴......크림도.....설탕도 없이.....그냥 마시라는 언니.....

아마도 움직이기 싫어서 겠지......

사과도 반쪽만 깍아서 내놓는다.

자긴 생각이 없다나.......

푸른 체크 무늬가 그려진 얇은 도자기 접시에 세조각 놓여 있는 하얀 속살의 사과......

은제의 포크......먹으라고 내놓은게 아니고.....감상하라고 내놓은 작품같다.

식탁 테이블위에 꼿혀 있는 거베라 세게.......

꽃보라.주황....연한 노랑이 썩인 주황.......투명한 육각형 입구에 꼿혀 있는 꽃이다.

테이블 세팅을 배운 사람답게......그림같다.

검은빛에 가까운 두꺼운 목제의 식탁도 그렇고.....탄탄해 보이는 가구다.

 

"잘들 지내시지......"

그제 와 놓구선.......엄마와 아빠의 안부를 묻는건 뭐야......웃겨.....

그제 와서 김치며 밑반찬 싹쓸이 하다시피 가져갔다고 엄마가 하던데.....

내 시선에 멋적은지.....웃음문 입술을 하며 얼굴을 돌렸다.

 

"언니도 그렇고....새언니도 그렇고......둘다 너무 뻔뻔해..."

잔을 내려 놓으며 한마디 했다.

무슨소리냐는 언니의 얼굴....

"김치며 ...밑반찬......어떻게 고맙다는 말만 하고 입을 싹 닦냐.....용돈 주기가 그러면 올때 엄마 좋아하는 과일이나.....뭐 그런거라도 들고오지.....매일 빈손으로 왔다가.....양손가득 들고 나가냐.......다들 생각이 너무 없어....."
"엄마가 안받는 걸 그럼 어떡해...."
"안받긴.....엄마몰래....싱크대 서랍이나.....엄마 겉옷에 몰래 넣어놓고 가면 되지......아님 선물이나 좀 자주 하던가...."

"...야....내가 시간이 어딨냐.....곧 전문의 시험이라 얼마나 바쁜데....."

"그래도 밥은 먹고 살잖아......설마....밥 굶고 살아...?"

"뭐...?"
"밥 먹을 시간은 있다는 말이지.....점심시간.....1시간의 여유 있잖아.....암튼 둘 보고 있음.....너무 얄밉고.....짜증나...
"기집애....너 나중에 보자 한번.....얼마나 잘하나...."

괜히 말끝에 힘을 주는 언닐 보며.....난 쯧쯧 거렸다.

그런날 보며 언닌 기막혀 했고......

 

형부가 사온것은 주방세재와....커피....그리고 바디제품.

독일제 바디제품과 주방용품은 정말.....좋다.

향도 좋고.....제품 용기도 예쁘고......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의 색깔도 예쁘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풀 향......형부는 내 취향을 언니보다도 더 잘아는 것 같다.

목욕하길 즐기는 .....내게 바디제품 선물은......정말 좋은 선물이다.

소금과 로션......크린저......보송보송한 카키색과 빨강색......스펀지도 있다.

당장 집에가서 욕조가득 물을 받아 놓고.......목욕해야지.....

아 ....행복한 기분.....

달리는 이 전철이 오늘따라 왜 이리 더니는지.......

 

'딴따.....딴따라라라~~~~~'

갑자기 울리는 핸폰.....

발신 번호는 ......기억에 없는번호.....

뭐지...?

집에 거의 다 왔는데......

전철에서 내려서며 핸폰 뚜겅을 열었다.

 

"신지원 인데요..."

"지원이니....?나야 경진이....."

 

경진이......박경진......?

고교 선배다.

김선배와 단짝 친구....

고교때 방송반 부장이였던 .....선배...

 

"너 어디야...?지금 잠깐 볼 수 있어...?"
"오늘....?벌써 9신데...?"

"9시면 어때.....집은 아닌것 같은데......아직 회사야...?"
"아냐.....집 근처야...방금 역에서 나왔어....."

"그래....그럼 지금 이리로 와라....여기 '사시미'거든.....근처잖아....올수 있지...?"
".......나 좀 피곤한데....."

"야 ...신지원....너 선배가 부르는데......것도 자주도 아니고....벌써 몇달만이야......군말 하지 말고 나와 지금 당장.....알았지...?"
"....알았어...."

에이...씨......라는 말은 그냥 꿀꺽 목으로 삼킨다.

 

사시미는 집 근처의 일식집이다.

하고 많은 이름을 두고 왜 사시미 냐는 질문에 주인 아저씬.....그냥 이라고 했다.

조폭 같이 생긴 주방장과.....주인 아저씨.....

옛날 한창....조폭 생활할때.....쓰던 예명이 사시미 가 아니였을까 하며 서경이 우스개 소릴 한적이 있는데.....

김선배와 박선배.......늘 여기서 만났다.

미녀들 끼리 모여다닌다며 주인 아저씨가 특별 초밥을 만들어 주곤 했다.

박선배 ......만난지.....거의 4개월 만이다.

예전엔 뻑하면 전화하고 하더니......신문사로 자릴 옮겨간 지금은 늘 바빴다.

아직 결혼도 못한 노처녀......28살이다.

자긴 아직 한창의 나이라고 하지만.....가끔 보면 김선배가 부럽다는 얼굴......

 

머릴 싹둑.....남자처럼 잘랐다.

좀더 마른 듯한 얼굴....키만 멀대 같이 삐죽크다.

내가 들어서자 손을 흔들고 야단이였다.

마치 개구장이 머슴애 같다.

얼굴에 주근깨도 여전하고......화장은 전혀 안하는 얼굴이다.

옆엔.......첨보는 남자와.....여자가 하나씩 앉아 있었다.

뭐야......혼자가 아닌거야....?

아님....내가 아는 얼굴이 있다던가.....

가슴속에 옹심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야 다들 인사해....내가 젤 예쁘고 아끼는 후배....신지원......진짜 예쁘게 생겼지...?니들 오늘 눈 보신 하는거야....."

정말......

얼굴에 두꺼운 철판이라도 깔고 싶다.

냉동고에서 방금 꺼낸 걸로.....

늘 .....박선밴 이렇다.

날 첨보는 사람들에게 소개 할 때면......눈보신 하는 거라며......

사람......무안케 한다.

 

찌뿌리는 내 시선에 박선밴 남자 처럼 씨익 웃는다.

기막혀.......하지만 나도 곧 실소한다.

웃는 얼굴에.....화 낼수는 없지....

 

"진짜 이쁘다......피부도 하얗고.....눈도 새카맣고.....코....그거 자연산 이예요...?모든게 완벽하네요....컴퓨터 미인 황신혜랑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한 미모네요......복 받은 거예요..."

날 보자 마자 계속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선배와 같은 신문사의 기자라는 여자....

마치 품평회라도 받는 듯한 기분이였다.

두꺼운 갈색의 안경너머로 날 보는 눈빛이......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옆의 카메라 기자라는 남자는 그런 여잘 보며 얼굴을 찌뿌리고 있었다.

 

"연예계로 나갔으면 꽤 성공 했을텐데.......아깝다 정말....."

"그만해요......신지원씨......민망하게.....뭡니까.....사람 면전에다....것도 조면인데..."

옆의 조원규 라는 남자의 말에 강은경이라는 여자는 그제서야 입을 다문다.

나인 나보다 한살 위이다.

 

"서경인....?여전히 약국 잘 다니지...?"

"그렇지 뭐.....선밴.....많이 힘든가봐......피곤해보여..."

"좀 전까지.....정읍에 있다가 오는거야..."

"정읍...?"

"그래......거기에 유명한 시인이 한분 계시잖아.....그분 인터뷰 따서 올라오는 길이야..."

"....근데....여긴 어쩐일이야.....?"

"그냥 오다보니까.....여기 알탕이 끝내주잖아.....탁 쏘는 맛이 일품이잖아......싫다는 둘을 끌고 오느라고 좀 힘들었지...."

"암튼.....자기 본위 성격은 여전하네...."
"AB형 기질인데.....내가 어떡게해....."

"모든 AB형이 그런건 아니지......."

조기자가 툭 끼어 들었다.

그사람은 선배의 입사동기란다.

하지만  나인 한살위.....그래도 선배는 늘 친구처럼 말을 까고 있다고.....조기자가 퉁퉁거렸다.

셋다....마른 체형이다.

먹는 것도 비슷하고.....생각하는 거랑.....취미도 비슷해서 회사에서 가장 잘 뭉친다고 했다.

정말.....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남매들 같아 보였다.

 

"야.....한 선배 .....왜 이렇게 안와....?아까 통화 했지....?"
갑자기 박선배가 조기자 에게 물었다.

둘은 같은 대학을 나왔다고 했다.

알탕의 국물이 거의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좀전에 시킨 참치회도 이젠 없다.......술도 거의 비워져 있고.....시간도 벌써10시를 향해 가고....파장할 분위기 인데.......누가 또 오는 사람이 있다는 건지.....

 

"10시에 온다고 했잖아......아직 7분 남았네........"

"야....너 이젠 헛물 그만 킬때도 되지 않았냐....?내 보기에 그사람......너랑은 전혀 아니던데.....네가 딸려도 한참 딸려보이던데....."

술이 조금 들어간 강기자 였다.

뿔테 안경이 아래로 비스듬히 내려와 있었다.

 

"알아......하지만......화란이....걘 절대 안돼......둘을 붙여놓긴 정말 싫어..."
"그 여자도 내 보기엔 아니던데........머리가 좀 비어 보이는게....영....."

"다들 그만해......지원씨 앞에서 추태나 부리고......아 저기 온다...."

 

그러면서 조기자가 부르는 이름....

 

"진우야 ,여기야......야 한진우....."
윽......등판에 꼿히는 뜨거운 불 화살......

진우.....한진우.....

설마........?

 

순간적으로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입구로 들어오는 은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는 물빛 셔츠......금방 사우나 라도 다녀 온듯한 깔끔한 얼굴........들어오던 그도 날 봤는지 잠깐 멈칫 거렸다.

아......한진우....

설마 했던 그가 맞다.

온몸이.....산산히 부서져......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으면.......

고갤 돌리는 내 시선 끝에 그가 입술 끝을 올리며 미소하게 보였다.

 

"한선배......여기야 여기...."

박선밴.....자리에서 일어나며 오버라고 할 만큼 손을 흔들고 야단이다.

쪽팔렸다.

10평 남짓한......칸막이가 쳐져 있긴 하지만......식당 안의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쏠리는 기분이였다.

 

"어.....잰 왜 온거야....?"
금방 구겨지는 박선배의 얼굴.....

코 끝으로 맡아지는 무스크향......

웬지....좀 역했다.

화장품 냄새와.....식당안의 냄새와 섞여 맡아지는 냄새가.....코 끝을 찡그리게 했다.

 

한진운 혼자가 아니였다.

뒤에 ....늘씬하니 키가 큰 그야 말로 글래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여자와 함께 였다.

한진우가 꽤 큰 키인데......그 여자도 키가 컸다.

늘씬하니....쭉 뻗은 팔과 다리.....시원시원 해 지는 기분이였다.

얼굴도......세련된 미인이였다.

 

박선배의 찡그린 얼굴과 마찬가지로 그 여자도 얼굴빛이 곱지 않다.

 

한진우의 시선이 내게 향해져 있었지만.......난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정말.....이런 우연이 있다니.....

이젠 우연이 아니고 인연이려나.....?

삼킨 음식이 식도을 꽉 막고 있는지......목이 막혔다.

 

"넌....어쩐 일이야......?이 시간에....?"

박선배의 말에 그 여자가 찡그렸다.

가시가 돋히 목소리....

"내 선약이 먼저 였어......넌 여전하다......남 배려 없이 막무가내로 사람 불러 내는거...."

"맘이 있으니까.....나오는 거지.....반갑지 않았음.....나오지 않았을 거야......그치 선배...?"
그말에 한진우가 씨익 웃었다.

여전히 날 보면서.....

"우연히 나랑 만날 장소가 이근처라서 ......잠깐 얼굴만 비출려고 나온거야.....우린 금방 갈거야....얼마나 먹은거야...?너  음식 제공하라고 부른것 아냐.....?빈대 붙는 것도 여전하구.....대학 때나 지금이나.....어쩜 변한게 하나도 없어..."

"야......너 나가.....재수 없으니까..."

 

상황이......말이 아니였다.

얼마나 앙숙이길래.......

나이도 있고......사회경험도 있는......것도 .....다른이들의 이목도 아는 사람들이.....

둘의 다툼에 한진우와 조기자가 끼었다.

날 보고 회심에 찬 미소를 짓던 한진우가 둘을 나무람과 동시에 다툼은 사라졌다.

정말.....챙피했다.

고교땐.....아니 적어도 우리와 만날땐.......사려 깊고....똑똑한 박선밴데....

박선배의 이런 모습......첨이였다.

티 안내려 했는데.....잠시 날 스치고 지나간 박선배의 시선이......가라 앉아 있었다.

 

가시 방석에 앉은 것처럼 어덩이가 따끔 거렸다.

2차를 가자는 한진우의 말에 모두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 아저씨와 주방장 아저씨의 걱정어린 시선.....

박선밴 울고 싶다는 얼굴이다.

몇년을 다닌 단골집인데........오늘 이일로.....당분간은 걸음 하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선배 미안해....약속있음 ...그렇다고 할거지......뭐하러 나온댔어...."

밖으로 나와서 박선배가 한진우에게 그렇게 말했다.

"칫.....속 보이는 짓 하고 있네..."

안하무인......아까....강기자가 한말....

머리가 비었다는......

그말이 생각났다.

 

"화란이말 맘에 담아 두지마.....너랑 화란이랑 일방적인건 똑 같으니까.....둘다 막무가내 파 잖아.....안그러냐 원규야...?"
"그렇지.....누구 팔뚝이 더 굵은건진......자로 제 봐야 할 만큼....둘이 똑같지....."

크크 거리는 조기자 말에 두 여잔 눈을 찌뿌렸다.

그러다가 다시 서로 노려 보고 섰다.

 

"저기.....박선배......난 여기서 그만 갈께..."

어렵게.......비집고 들었다.

계속 같이 있다간....또 휩쓸릴것 같았다.

꽉 낀 비좁은 좌석에 끼여져 있는 기분.......짜증났다.

 

".....나 먼저 갈께......다음에 봐....선배...."

".....그럴래...?오늘 정말 왜 이러냐.........괜히 불러내서는....안좋은 꼴 보이고..."

".....괜찮아......사람 사는게 다 그렇지 뭐....."

그러고선 난 날 보고 서있는 다른 눈들에게 머릴 숙여 보였다.

"그럼.....먼저 실례 할께요....."

조기자와 강기자는.....박선배 비슷한 얼굴로 내게 끄덕였다.

돌아서는데......한숨을 쉬며 후유 하는데......

 

"잠깐....신지원.....거기 서봐..."

모두의 눈이 함지박 만하게 커졌다.

밤공기를 타고 경쾌하게 울리는 목소리.....

 

"우리.....내기 했잖아...? 결과 보고 듣고 가야지..."

내 앞으로 성큼 성큼 다가온 한진우....

뒤에서 우릴 보며 놀란듯한 얼굴로 .......호기심을 잔뜩 뿜어내는 네쌍의 시선들.....

큼직한 돌덩이를 삼킨듯한 ........꽉 막혀 버린.....내 목......

 

"정말.....세상 좁네......아님 행동반경이 좁은거야.....?"
씨익 웃어보이는 한진우 였다.

난 꿀먹은 벙어리 모야 아무말 할 수 없었다.

 

"명함있지.....?줘봐......연락할테니까..."

"없는데......."

"그래.."

그리고선  '쿡'하고 웃었다.

왜 웃는거지...?

입술을 그러모아 입안으로 오무렸다.

눈만 동그랗게 뜬체 .....올려다 봤다.

 

"마이더스 광고 제작팀 카피라이터 신지원......준우 수첩에 끼워진 명함엔 그렇게 적혀 있던데......아직.....거기 다니지...?"

 

'쾅.....콰콰쾅...'

머리위로 수만개의 커다란 돌덩이가 떨어져 내 온몸을 강타하고 있었다.

내가 바로 서 있을 수 있을까...?

용케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난......정말 내가 맞을까...?

이게 어떻게 된거지.......

대체.....이게 어떻게 된거야.....?

 

정말....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리고 싶으다.

윽.......기억 상실증 이라도 걸려 버리고 싶다.

아님.....땅으로 푹 꺼져 버리던가...........윽.....정말.....윽.윽.ㅇ.ㅡ.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