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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사랑 56 (마지막회와 에필로그)


BY 제인 2003-12-11

명민과 미래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한국 최고 여가수의 결혼식답게 연예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하객들이 물밀듯 밀려왔다.

유명 연예인의 사회와 인기 가수들의 간단한 공연까지 깃들인 미래의 결혼식이 끝나고 미래와 명민은 하객들을 향해 큰 답례를 보낸 뒤 신혼여행길에 올랐다.

미래와 명민이 승용차를 타고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미연과 영준은 만감이 교차하였다.

미연은 눈물에 젖어 신혼여행을 떠났었고 영준은 그 모습을 뒤에서 한없이 바라만 보았었던 10년 전의 그 기억이 각자의 머리에 떠올랐던 것이다.

 

지난번 미연의 곡을 타이틀로 했던 미래의 앨범은 소송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였다.

미연은 기사덕에 더욱 유명해지면서 명실공히 최고 인기작곡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영준은 다시 회사 문을 열고 미연과 함께 일을 시작하였다.

많은 수의 직원을 가진 전보다는 훨씬 큰 규모의 회사였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미연은 경영학도였던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회사구조를 짜임새있게 정비해나갔다.

어느 정도 회사운영이 자리를 잡자 두 사람은 결혼식 날자를 잡았다.

미연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였다.

사무실에서 영준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영준씨, 할 얘기가 있어요."

"얘기해봐요. 뭔데요?"

"내 얘기 듣고 기분나빠하지 말아요."

"무슨 얘긴데?"

"저...고수한테 다녀오고 싶어요."

영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든다.

"고수라면...나의 연적 말인가요?"

미연은 웃으며 "당신에게 연적이 어디있어요?"하며 말을 잇는다.

"고수를 집에 보내놓고 한번 보러가고 싶었는데 여지껏 미래 결혼식에다 회사일이 바빠서 못가봤거든요. 걱정이 돼요, 잘 있는지."

영준은 미연를 잠시 쳐다보더니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럼 이번 주말에 같이 가요."

"고마와요."

영준과 미연은 주말에 대구로 내려가 고수를 찾아갔다.

고수의 집에는 남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있었다.

그들은 미연이 나타나자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고수의 아버지가 미연에게 다가와 몸을 숙이고 인사를 한다.

"전에 고수를 돌봐주셨던 그 분이죠? 미국에서 고수 데리고 와주셔서 그때 정말 고마왔습니다. 인사가 늦었네요."하는 것이었다.

고수에게 일어났던 불행은 어쩌면 자기때문이었는데도 고수를 미국에서 데리고 와준 것에 대해 감사를 하자 미연은 몸둘 바를 몰랐다.

미연도 몸을 깊이 숙여 인사하였다.

"별 말씀을요...저때문에 심려 많이 끼쳐드렸던 것,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땐 저희가 잘 몰랐습니다. 저희가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고수는 집에 없나요?"

"시내 미술학원에 있어요. 주말반 강의가 있다고 나갔죠."

미연과 영준은 고수 가족에게 인사를 하고 미술학원으로 갔다.

학원에 가서 교실 안을 들여다보니 고수는 산업디자인과 입시지망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은 교실 밖에 서서 기다렸다.

학생들이 흩어져 나간 후 고수는 가방을 챙겨 교실에서 나왔다.

그는 밖에 미연과 영준이 서있는 것을 보고 멈칫한다.

세 사람은 학원 옆의 카페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 지냈어?"

"응. 누나는?"

"난 아주 잘 지내고 있어."

"잘 됐네."

"어디 아픈데는 없고?"

"아니."

영준은 두 사람이 뜸만 들이고 있는걸 보더니 본론을 이야기 한다.

"김고수씨...우리회사에 와서 일해주지 않을래요?"

고수는 영준을 쳐다본다.

"우리 회사에 인재가 많이 필요해요."

고수는 고개를 떨구며 대답이 없다.

"고수야,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서울로 올라와. 응?"

"나...이젠 디자인 같은 거 하기 힘들어 누나."

"왜?"

"손이...말을 안들어."

"뭐?"

미연은 놀라서 고수의 오른 손을 잡아 살펴보았다.

손목을 돌려보니 상처가 아직도 크게 남아있었다.

당시 고수는 총을 맞아 오른손의 손목 뼈가 부서졌었다.

가슴에 맞았던 것은 다행히 치명적이지 않았지만 손목에 맞은 것은 인대까지도 상하게 만들었다.

뼈가 대충 붙어 아물었어도 고수는 그 후로 오른 손을 쓰기가 힘들었다.

뭐든지 잘 만들고 고치던 그 손을 이젠 더 이상 자유자재로 쓸 수가 없게 되었던 것이다.

미연은 눈물을 글썽인다.

영준은 그것을 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디자인하라는 거 아니예요. 우리 회사 홍보실 실장으로 와주세요."

고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전...그럴 자격 없는 거 같아요..." 한다.

미연과 영준이 자신의 처지를 동정하여 회사에 자리를 내주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미연은 애원하는 눈으로 고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격이 없긴, 그렇게 많이 배우고 왜 그런 소리를 해? 고수야, 같이 가, 응? 너 손 못쓰는 거하고 우리 일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어. 너도 전에 그랬잖아. 그런 일 하고 싶다고....회사 차려서 나랑 같이 일하겠다고 그랬었잖아..."

고수는 여전이 묵묵부답이었다.

미연은 "내가 널 여기 이렇게 그냥 두고 가면 어떻게 일을 해? 네가 걱정이 되서 어떻게 사냐고?"하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영준은 고수에게 다시 말한다.

"미연씨가 김고수씨 걱정되서 지금 아무것도 못해요. 미연씨 봐서라도 우리한테로 와줘요."

고수는 우는 미연을 보더니 마지못한 듯 "생각해볼께요."한다.

훌쩍거리며 울던 미연은 눈물을 닦으며 가방에서 하얀색 카드를 꺼내어 고수에게 내밀었다.

"우리 결혼식 날자하고 장소야. 꼭 와야 돼....꼭....."

미연은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고수를 그 자리에 남겨둔 채 영준과 일어나 나가면서도 계속 눈물을 흘리며 뒤를 돌아본다.

 

미연과 영준의 결혼식 날이었다.

미연은 고수가 왔나하고 자꾸만 하객석을 내다보았다.

웨딩마치가 울리고, 영준과 미연이 마주서서 인사를 하고, 주례사를 하고, 그리고 돌아서서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미래가 등장하여 결혼축가를 불러주었다.

두 사람은 하객들의 큰 박수를 받으며 걸어나왔다.

사진을 찍느라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때까지도 고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미연은 실망한 얼굴로 회사직원들과 친구들 사이에 둘러싸여 포즈를 취하였다.

"자, 모두 여기 보세요."하는 사진사의 호령이 있었다.

그때 조명을 줄여 어둑해진 식장안으로 키가 큰 남자가 걸어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미연은 "고수야!"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남자는 미연과 영준에게 씩씩하게 다가와 "축하합니다. 축하해 누나."하고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미연과 영준이 있는 정중앙의 맨 뒷줄로 올라가 사진을 찍는 자세를 취하였다.

미연과 영준은 사진사를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후 바람기획사는 영준의 탁월한 기획력, 미연의 합리적인 경영, 그리고 고수의 뛰어난 홍보전략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음반사로 성장하게 된다.

그리하여 많은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바람기획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날리게 된다.

 

소녀 갑부인 장미는 영준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내 이름 따서 장미재단을 만들어 줘요. 그래서 나처럼 피아노 배우고 싶어하는 가난한 아이들한테 피아노를 가르쳐 주세요. 알았죠, 아빠?"

나중에 장미는 피아니스트이자 자신의 부탁으로 영준이 세운 장미음악재단의 이사장이 되어 수많은 음악학도들를 배출해낸다.

그리고 부모가 세우고 운영했던 바람기획사의 대주주로서 한국 대중음악계의 대모로 불리우게 된다.

 

- 끝 -

 

 

[에필로그]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한 것은 일년전이었습니다.

처음 장면인 미연과 고수와의 조우에서 두 사람이 서로 한눈에 반하는데, 그만 미연이 아이를 가진 이혼녀이고 고수는 보수적인 가정의 장남이라 이루어지기 힘든 그런 상황이었고, 게다가 박영준이라는 미연의 옛사랑이 나타나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그런 이야기를 쓰려던 것이었답니다.

 

그런데 쓰던 도중에 내용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죠.

박영준이 미연의 결혼식날 추운 예식장밖에서 가슴이 쓰려와 거친 숨을 내쉬며 몇시간을 서있는 그 장면과 친구인 명민에게 울면서 미연과의 사랑을 털어놓는 그 대목을 쓰다가 마음이 바뀌었답니다.

박영준의 사랑의 애절함에 제가 쓰다가 감동을 하고 말아서 그 사랑을 이루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불쌍한 고수는 그 덕에 조연으로 전락하고 게다가 불행한 운명에 엮이게 되었습니다.

패랭이님께 너무 죄송하군요.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서....저의 이상형은 꽃미남이 아니라 목소리 좋고 음악성 뛰어난 음악가이기 때문에 결국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대해 전혀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죠.

이 글을 쓰느라고 그쪽으로 자료를 뒤져보고 하다가 음악하는 분들의 삶을 엿보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그분들을 굉장히 존경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내가 추구하는 사랑이 무엇인가 하고 글을 써가면서 시간을 두고 천착을 하였습니다.

제가 얻은 결론은 '꿈을 이루는 사랑'이었답니다.

꿈과 사랑이 조화를 이루어서 그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시키게 만들지 않는 그런 사랑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영준이야말로 제가 꿈꾸는 이상형이던 것이죠.

서로가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했고, 또 미연의 꿈을 이루는데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이죠.

미연에게 '꿈은 버리지 않으시겠죠.'하고 물은 것은 어느 누구라도 꿈이라는 것은 절대로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그 사람의 신념이 들어있었던 것이겠죠.

그래서 어떤 여자랑 결혼을 하더라도, 그 여자가 하던 일을 포기하고 집에서 살림만 하게 만드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욕심을 더하자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 사람은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했습니다.

함께 꿈을 이루어가는 사람 말입니다.

그런 남자를 만나서 사랑을 이룬 미연이가 참 부럽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써본 소설이었는데 제 스스로도 푹 빠져서 쓰느라 재미있었고요, 첫 소설치고는 내용이 복잡한 편이라 초고는 무척 엉성했었는데 그런 걸 고치고 보강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더랬습니다.

 

저의 글에 수시로 격려의 답글을 달아주신 패랭이님, 진정으로 깊은 감사 드리고요, 그리고 꽃사과님, 산드라님, 아정님께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아무 말씀 없으셨어도 다른 독자님들께도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