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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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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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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사랑 53


BY 제인 2003-12-04

다음날 고수는 채석에게 채영이 한 얘기를 하였다.

"그것이 별 소리를 다하는군. 헤헤...채영이가 너 좋아하나보다."

"그런 거 같지?"

"넌 채영이 어떤데?"

"어떻긴 뭐, 아무 생각 없지."

"하긴 내가봐도 별루야."

"채영이가 객관적으로는 빠지는 편은 아니지.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냐. 그리고 난 벌써 임자가 있다."

"결혼할 사이야?"

"응."

"채영이가 알면 관두자겠네, 뭐."

"진작 여자있다고 얘기를 할 걸 그랬나봐."

채석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래도 채영이 말대로 한번 해볼래?"한다.

"에이, 어떻게 그러냐? 사람 이용하듯이..."

"지가 나서서 도와주겠다는 건데, 뭐가 이용하는 거야? 빨리 공부 마치고 돌아가려면 채영이 말대로 하는 게 젤 나을 거 같은데."

"그래도..."

"나라면 그냥 하겠다."

채석은 여동생보다 친구의 입장이 더 우선이었다.

고수는 채석이 그렇게 나오자 채영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일찍 채영, 채석과 시청에 가서 가짜결혼식을 하였다.

그래도 결혼식이라고 고수는 양복바지에 반팔 와이셔츠를 입었고 채영은 꽃무늬의 아른아른한 짧은 원피스를 입었다.

누가봐도 아름다운 신랑신부의 모습이었다.

채석은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두었다.

이는 혹시라도 위장결혼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게 하려고였다.

멕시코 출신으로 보이는 시청직원이 주례를 서주었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도 없는 서약서를 따라 읽은 후 주례의 지도에 따라 채영과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 고수는 참으로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기 옆에 있어야할 여자는 바로 미연이었는데, 위장결혼이긴했지만 엉뚱한 여자와 결혼식을 올리고 입을 맞추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었다.

채영과 고수가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한달 후 결혼증명서가 나왔다.

둘은 변호사를 찾아가 영주권을 신청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수의 노동허가증이 나왔다.

그리고 학교에 임시영주권자 자격으로 입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겨우겨우 몇푼씩 모아두었던 돈을 가지고 주립대로 학교를 옮겨 다음 학기 등록을 하였다.

고수는 채영이 자신을 위해 그렇게 도와준 것이 고마와서 전보다 더 잘해주게 되었다.

그럴수록 채영도 고수를 더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엔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고수가 그 후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을 보고는 어느정도 고수의 마음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영은 어느날 채석에게 자기 마음을 이야기한다.

"오빠. 나 있지.. 고수 오빠 정말 좋아하거든."

"그런데?"

"진짜로 결혼하고 싶어."

"정말이야?"

"오빠, 아버지가 반대하실까?"

채영은 아버지가 유학생인 고수와의 결혼을 반대할거라고 생각했다.

전에 아버지의 친구 딸이 어느 유학생과 사귀다가 결혼했었는데 영주권이 나오자 바로 이혼을 해버렸다.

그 남자가 영주권을 얻으려고 그녀를 이용했었던 것이었다.

이혼 후 그녀는 우울증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아버지는 채영에게 유학생하고는 사귀지 말라는 소리를 한번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진짜 문제는 아버지가 아니라 고수였다.

"너...그런 거면 곤란한데...?"

"아버지가 안된다고 하시겠지?"

"그게 아니라, 고수한테는 한국에 결혼할 여자가 있단다."

채영은 그 소리에 적잖이 충격을 받는다.

고수에게 한국에 애인이 있다는 얘기는 오늘 처음 들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잘생긴 남자에게 여자친구 하나 없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하기에 따라 고수의 마음이 변할 수도 있을거라 믿었다.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는 걸로 봐서는 어쩌면 벌써 고수의 마음이 자신에게 기울고 있는지도 몰랐다.

 

채석의 아버지는 수술 후 퇴원을 하였으나 여전히 허리가 불편하여 일을 계속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채석과 고수가 계속 가게 일을 해야 했다.

두달 가량을 집에서 쉬었지만 채석의 아버지는 허리가 전처럼 회복되지가 않았다.

그는 아예 리커를 팔고 몫돈을 챙겨 은퇴를 하고 싶어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았다.

채석이 졸업하면 가게 판 몫돈으로 다른 사업을 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채석의 부모는 한참을 집에서 쉬자니 답답하여 온천에 한번 다녀오고 싶었다.

마침 결혼 기념일도 다가오고 있었다.

여행사에서 일하는 채영은 온천을 경유하는 관광권을 사가지고 와 부모님께 내밀었다.

직원할인으로 저렴하게 사온 것이었다.

"엄마, 아빠, 이번에 되게 싸고 좋은 팩키지 나왔거든. 두분이서 결혼기념으로 다녀오세요."

"채영이 덕에 호강하게 되었구나."하며 채영의 엄마는 무척 좋아하였다.

그리하여 부모님들은 일주일간 여행을 떠났다.

채영은 부모님들이 집을 비운 사이에 고수와 둘 만의 시간을 가져볼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채석을 하루저녁 외박을 하게 만들어야했다.

채영은 채석의 여자친구에게 하룻저녁 채석과 지내달라고 부탁을 했다.

채석은 여자친구의 전화를 받고는 입이 찢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채석도 부모님이 안계신 틈을 타서 야간데이트를 하고 싶었던 차였다.

밤에 가게문을 닫고는 부리나케 여자친구에게로 달려갔다.

그날 저녁 고수는 저녁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여느 때처럼 샤워를 하고 반바지차림으로 나왔다.

채영이 방문앞에 서있었다.

"채석이 아직 안왔니?"

"응. 오늘 좀 늦는대."

"넌 여기서 뭐해?"

"오빠한테 물어볼게 있어서."

"뭔데? 나 피곤하니까 얼른 얘기해봐."

"그럼 오빠방에서 앉아서 얘기하자."

하지만 방문을 열고보니 고수의 방에는 앉을 의자도 하나없이 침낭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채영은 그것을 보고 안되겠다 싶었다.

"그게 아니라, 오빠 이리좀 와봐."

"뭐야? 왜그래?"

"나...."

채영은 적당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머뭇거렸는데 고수의 노트북을 보고는 좋은 구실이 떠올랐다.

"내 컴퓨터 좀 봐줘. 뭐 해야하는데 컴퓨터가 안돼서."

고수는 피곤해서 얼른 쉬고 싶었지만 채영이 부탁을 하자 따라갔다.

고수는 채영의 책상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채영은 다른 의자를 옆에 놓고 고수 옆에 가까이 붙어 앉았다.

컴퓨터가 켜지는 데 한참 걸렸다.

"되게 늦네...새로 사야겠다."

"다음에 같이 가서 사줘."

"그러자. 그런데 뭐가 문젠데?"

"그게..."

채영은 컴퓨터 쪽으로 가까이 자리를 옮기면서 고수의 팔에 자신의 가슴을 밀착시켰다.

풍만한 젖가슴의 뭉클하고 말랑말랑한 느낌이 고수의 신경에 전달되었다.

순간 짜리릿하며 고수의 온몸에 전율이 스쳐갔다.

고수는 고개를 돌려 채영을 보았다.

채영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있었다.

채영의 숨결에 얼굴이 화끈했다.

고수가 정신을 가다듬기도 전에 채영의 촉촉한 입술이 그의 입술을 덮어버렸다.

채영의 두 팔과 상반신이 고수에게로 들러붙어가더니 의자에 앉아있는 고수의 무릎위로 채영이 올라앉았다.

채영의 부드러운 입술과, 가슴의 물렁거리는 느낌, 그리고 허벅지의 매끄럽고 따스함...

고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온 몸에 힘이 빠져 채영의 몸이 자기에게 엉켜붙어 있는 것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한덩어리가 된채 저절로 침대쪽으로 움직여갔다.

 

다음날 고수는 자기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너무나 의아하였다.

어째서 그렇게 의식이 마비되듯 아무런 저항할 힘이 없어져버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채영의 침대에서 잠이 들어버린 것도 이상했다.

생각해보니 어제밤에 너무나 피곤했었던 것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우울한 얼굴로 채영의 빈방을 나갔다.

자기방에 가보니 노트북 옆에 무엇이 놓여있었다.

음악CD 였다.

그 옆에는 하트 모양이 잔뜩 그려진 메모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야. 오늘 이 음악 들으면서 내 생각해줘. 오빠 사랑해."라고 적혀있었다.

채영은 일찍 일어나 고수에게 애정어린 선물을 하나를 남겨두고 벌써 회사로 출근을 했던 것이었다.

고수는 그 CD를 집어들어보았다.

케이스 뒷면의 제목들 사이로 '작곡 김미연'이라는 글자가 눈에 확하고 들어왔다.

고수의 가슴이 뜨끔하였다.

'누나, 용서해줘. 어젯밤 일은 내가 그럴려고 그랬던게 아니라...알지? 나 누나만 사랑하는 거 알지?'하며 마음속으로 미연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날 오전 고수는 집에서 공부를 하였다.

공부를 하면서 미연이 작곡한 음악만 듣고 또 들었다.

수업하러 학교에 가면서도 차에서도 계속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도 미연의 음악을 들으며 가게로 향했다.

 

채석은 전날 여자친구와 함께 밤을 지낸 후 아침에 가게로 바로 나왔다.

채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오빠가 나와있어?"

"고수는 있다 오후에 수업끝나고 올거야. 오전에 내가 보기로 헀어."

원래 고수가 가게문을 여는 날이었지만 중요한 숙제를 할 것이 있어서 채석에게 오전시간을 부탁했던 것이다.

채영은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날이 어두워질때 쯤 채영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채석은 "너, 여기 나오지 말랬잖아, 위험하다고."하며 채영을 나무란다.

"엄마도 나와서 일하는데 뭐."

"젊은 여자랑 같아? 여기 얼마나 험악한 놈들이 많이 들락거리는데..."

채영은 "이거 먹어."하고 음식봉투를 내민다.

"저쪽건 뭔데?"

"이건 고수오빠 줄거야."

채영은 고수와 함께 먹으려고 일식당에 들러 스시를 사왔다.

식당에서 나오다 채석이 생각나서 일인분 더 시켜왔다.

"고수오면 같이 먹자."

채석은 채영이 카운터를 보고 있는 사이에 가게 뒤쪽에 가서 흐트러져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였다.

채영은 카운터에 앉아 있다가 고수가 올 시간이 다 되자 그가 오는지가 궁금하였다.

가게앞으로 나가 그를 맞고 싶어서 방탄막을 열고 나왔다.

그때 얼굴에 검은복면을 쓴 괴한 세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채영은 깜짝 놀라 "악!"하고 소리를 지르며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덩치가 큰 한 놈이 채영에게 달겨들어 뒤에서 목을 안아끌어당겼다.

다른 괴한들 중 하나는 카운터로 다른 하나는 가게 뒤켠으로 향했다.

뒤에서 일을 하던 채석은 앞에서 무슨 소리가 나자 앞쪽으로 뛰어나왔다.

순간 총소리가 났다.

고수는 그때 차에서 내려 가게로 걸어가는 중이었는데 가게 안에서 '펑'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고수는 깜짝 놀라 몸을 날려 뛰었들어갔다.

안으로 뛰어드는 고수를 보자 채영이 소리를 질렀다.

"오빠 달아나!!!!!"

뒷쪽에서 채석에게 총을 쏜 괴한이 고수를 향해 몸을 돌리고 총을 겨누자 채영은 자신을 붙들고 있는 놈으로부터 벗어나 고수를 막으려 뛰어들었다.

총소리가 연이어 났고 채영은 등에 여러발의 총을 맞고 쓰러졌다.

고수는 가게로 달려 들어오다 채영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것을 봄과 동시에 가슴과 손목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눈앞이 까마득해졌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고수는 다시 눈을 떴다.

누군가가 위에서 자기를 내려다보며 마구 지껄여댔다.

고수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었다.

'채석아! 채영아!' 하고 부르고 싶었지만 입이 열리지가 않았다.

입에 산소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다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누군가가 옆에서 계속 지껄여댔다.

다음날 아침 리커 강도사건이 LA 교포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