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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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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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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사랑 50


BY 제인 2003-12-01

영준의 사무실로 고소장과 함께 법원으로부터의 유선아의 새앨범에 대한 판매금지가처분 통보가 왔다.

영준은 아침에 사무실에 들렀다가 책상에 놓여있는 편지봉투를 뜯어서 읽어보고는 기획을 했던 이종현을 불렀다.

"종현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냐?"

이종현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소장을 들여다보며 되래 영준에게 묻는다.

"뭐예요 이게?"

"선아가 부른 신곡이 김미연씨의 곡을 도용했다고 써있잖아. 어떻게 된거야?"

"무슨 소리야? 그거 형이 작곡한 거잖아요."

"뭐?"

박영준은 선아의 새앨범을 아직 들어보질 않았다.

"그 노래좀 가져와봐."

박영준은 노래를 들어보더니 기가 막힌 표정을 짓는다.

"내가 언제 이런 걸 작곡했니?"

"형이 작곡한 거 아니었어요???"

 

후배인 이종현은 유선아의 앨범을 기획하면서 들일 수 있는 온갖 공은 다 들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틀 곡이 마땅하지 않았다.

자신의 곡 뿐 아니라 다른 작곡가의 곡들을 다 수집해서 이리저리 맞춰봤지만 뭔가가 허전했다.

'괜찮은 곡 없나...?'하며 종현은 작곡가들이 오래전에 제출했던 데모테입들을 들어보았다.

그중 하나를 틀어보았더니 전혀 처음 들어보는 멜로디가 나왔다.

'엇? 괜찮은데?'

지금까지 수집했던 것들과는 확연히 다른 걸출한 멜로디였다.

테입을 살펴봤지만 이름이 써있지 않았다.

종현은 그것이 영준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피아노연주로만 녹음되어 있는 것은 거의가 영준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작곡가들은 집에서 컴퓨터로 데모음악을 만들어오면서 대충의 편곡까지 해놓기때문에 피아노연주로만 녹음되어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렇게하는 것은 영준과 미연뿐이었다.

하지만 종현은 미연이 전에 그 피아노를 쓰면서 녹음을 했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신출내기 여류작곡가가 그런 훌륭한 곡을 지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를 못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미연이 그곳에 나왔던 것이 불과 몇일 되질 않았었으니까.

종현은 생각하길 '형이 요새 정신이 없더니 이름 써놓는 것도 잊은 모양이네. 하마트면 이런 데 쎄서 없어질뻔 했잖아. 헌데 역시 형은 뭔가 달라도 달라...'하며 자기가 그 곡을 발견한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획을 잡으면서 원래는 작곡자에게 알려야 했지만, 영준이 제작비를 구하러 다니느라 회사를 거의 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또한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던 터라 종현은 영준에게 알리지도 않고 그 곡을 타이틀 곡으로 넣기로 했다.

박영준의 곡이 타이틀로 나가는 것이 도리에 맞는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그러면서 또 한편 나름대로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걸 선아가 작사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좀더 끌지 않을까?'

이종현은 유선아에게 작사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선아는 작사를 해본 적 없어서 자신없다고 했지만 종현은 "이번 기회로 형하고 다시 가까와 질수도 있지 않을까?"하며 부추겼다.

선아도 어떻게든 영준과 가까와지고 싶은 맘에 몇날 몇일을 고심해가며 가사를 지어왔다.

회사 사정이 극도로 나빠진 터라 그 앨범에 배당된 예산이 별로 없어 음악만드는 데에다 대부분의 돈을 써야했고 홍보라고는 포스터가 다였다.

뮤직비디오 같은 건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유선아의 인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출시전 각 CD점에 광고포스터를 붙였더니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음반을 사려고 기다렸다.

그리하여 출시날 예상외로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일이 이렇게 되어 영준은 사상 최악의 곤란을 겪게 되었다.

이번 앨범의 판매액으로 쌓이고 쌓였던 빚을 갚아나가야 할 판이었는데 판매금지조치로 그럴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떨어져있던 주가가 표절시비로 완전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손해배상액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회사를 운영할 자금조차 바닥이 나버린 것이다.

은행에 대출을 받아보려고 뛰어다녔지만 은행들마저도 도산해 나가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영준의 개인 재산도 지난번 장미래와의 합작앨범때 써버리고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어머니 또한 유산으로 한푼도 남겨주질 않았다.

도무지 어디서도 자금을 구할 수가 없었다.

영준의 회사는 결국 부도가 나고 말았다.

이미 떠날 사람은 다 떠나고 몇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회사는 이제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였다.

영준은 몇명 안남은 직원들을 모이게 했다.

마지막 고별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고마왔어. 나를 도와서 밤잠 설쳐가며 일해온 너희들한테...면목이 없다."

후배는 "다 나때문에...미안해, 형..."하며 울먹였다.

영준은 자기가 선아의 앨범제작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자신의 불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내가 소홀했던 탓이지. 너희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내 능력이 이것밖엔 안되어서. 너희들 앞길도 막막해졌으니......정말 미안해."

후배를 비롯한 영준과 가장 가까왔던 직원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때 자리에 함께 하고 있던 선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선아는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전화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네? 아버지가요? 지금 갈께요."하더니 선아는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무슨 일이야?"하며 선아의 매니저도 쫓아나갔다.

유선아의 아버지인 유학선이 뇌졸증으로 쓰러진 것이었다.

유학선의 회사도 경제파동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는 경기가 극도로 나빠진 후부터는 선아가 다시 가수가 되어 돌아다녀도 신경을 쓸 여유가 없을 만큼 회사 일에 정신을 쏟아야했다.

그러나 관련업종들이 와르르 무너지고 거래은행까지 문을 닫으면서 결국은 그의 회사마저 무너졌다.

평소에도 고혈압으로 시달리고 있었던 유학선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여 쓰러지고 말았다.

몇일 후 부음소식이 들려왔다.

 

미연은 영준의 회사가 결국 문을 닫았다는 소리를 듣고 영준이 걱정이 되어 명민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하였다.

"영준씨 어떻게 하고 있어? 힘들어 하지?"

"아직 못만나봤어. 궁금하면 네가 직접 연락해서 물어봐. 나한테 묻지 말고."

"명민아..."

"괜찮을 리가 있겠니? 충격이 크겠지."

미연은 시무룩해졌다.

"미연아, 영준이가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찾아가면 안되겠니?"

"나때문에...그렇게 된 셈인데...내가 무슨 면목으로 찾아가..."

미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떨군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 이종현이라는 사람이 착오로 그렇게 됐던 거였잖아. 영준이는 네가 찾아와주길 기다리고 있어. 그러지 말고 가서 위로좀 해줘."

"......"

미연이 묵묵부답 고집만 부리고 영준에게 갈 의사를 보이지 않자 명민은 답답해졌다.

"그리고, 내가 이 얘기를 너한테 해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동안 안했었는데..."

"......?"

"그때 그 학생...너 좋아하던...그 친구 이름이 김고수 맞지?"

"응. 그런데?"

"내가 미국에서 돌아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명민은 새로운 사실을 미연에게 이야기한다.

"내가 돌아오기 한 달쯤 전이었어. 저녁을 먹으러 늘 가는 학교근처 한식당에 갔지...."

 

UC 버클리 로스쿨을 다니던 명민은 아침과 저녁식사를 학교앞 한식당에서 주로 해결했다.

그날도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저녁때가 되어 자주 가는 학교근처 한식당으로 갔다.

밥을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주인이 카운터 위의 TV를 틀었다.

저녁 7시에 방송되는 교포뉴스를 보기 위해서였다.

명민은 밥을 먹으며 흘끔거리고 뉴스를 올려다보았다.

한 두가지 기사가 보도된 후 강도사건이 보도되었다.

"어제 저녁 8시경 LA 근교 리커에 권총강도가 들어 가게를 지키던 리커주인의 자녀인 두 남매가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범인들은 범행후 곧 도주하였으며 경찰은 부근 주민들을 상대로 목격자를 찾고 있습니다."

옆에서 주인이 탄식을 하였다.

"에구, 또 죽었네, 또 죽었어....쯧쯧. 그래서 리커같은 건 하면 안된다니까. 아이구, 이번엔 새파란 젊은 사람들이 죽었네 그래..."

명민은 미국에 온 후 그런 강도사건이 교포사회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에 그리 놀라와하지 않았다.

몇일 뒤 다시 밥을 먹으러 그 식당에 갔다.

식탁에는 교포신문이 놓여있었다.

식사를 기다리면서 신문을 펼쳐보니 지난 번 저녁 뉴스에 나왔던 그 기사가 실려있었다.

1면 오른 쪽 구석에 그 사건의 용의자의 차량에 관한 정보와 목격자의 제보를 기다린다는 내용이었다.

명민은 밥을 먹으며 신문을 뒷장으로 넘겼다.

뒷장인 2면에는 희생자에 관한 기사가 따로 실려있었다.

희생자의 사진과 가족관계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죽은 사람들이 젊은 남매인 것이 더욱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서였는지 몇일이 지났는데도 그 기사를 크게 다루고 있었다.

명민은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았다.

'아니, 이 사람은...?'

그 중 한 사람은 전에 미연과 함께 있었던 그 남자였다.

고수는 워낙 잘생겼기 때문에 잊혀지기 힘든 얼굴이었다.

명민은 먹는 것도 잊고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두 남매를 졸지에 잃은 부모의 실의에 빠진 모습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기사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죽은 양채영씨과 부상당한 김고수씨는 얼마전 결혼한 신혼부부로 알려져 주위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였다....'

명민이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미연은 어리둥절해져버렸다.

"결혼을 했다고? 고수가? 거기서 결혼해서 살고 있었어?"

"그래."

"확실해? 고수가 확실하냐고?"

명민은 주머니에서 종이조각을 꺼냈다.

바로 그 신문을 찢어낸 것이었다.

반 접혀있던 그것을 펼쳐 미연의 앞에 놓았다.

바닷가에서 세사람이 함께 웃으면서 찍은 사진이었다.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 그리고 맨 오른 쪽에 고수의 사진이었다.

미연은 피가 꺼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그게 언제라고? 어디서? 얼마나 다쳤대? 응?"

"미연아, 그 친구 거기서 결혼까지 했던 사람이야. 그만 잊어."

"안 돼....안 돼...."

미연은 얼굴이 하얗게 되어 부들부들 떨었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미연아, 그게 왜 너 때문이야? 사고 당한 게 어떻게 너 때문이야?"

"내가 유학가라고 그래서 그 애가 그런 일을 당한 거야."

"왜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거야?"

미연이 모든 것을 자기탓으로 돌리며 흥분하자 명민은 당황한다.

고수의 결혼사실을 알려서 미연을 포기시키려했던 것이 되레 미연을 자극한 셈이 되었다.

"거기가 어디였어? 내가 가봐야 할 거 같아."

"미연아, 그러지 마. 지금 너 거기 가는 게 우선이 아냐. 영준이한테 먼저 가봐야 하는 거 아냐?"

"어디였어? 응? 어디였냐구?"

미연은 명민을 다그쳤다.

하지만 그가 어디 살고 있었는지 명민도 알 수가 없었다.

명민이 있던 곳은 캘리포니아의 북부였고 고수가 있던 곳은 남부였다.

"LA 근처라고 했지? 당장 가봐야겠어."

"한국에 돌아왔을지도 모르잖아."

"...그럼 고수네 집에 먼저 연락해봐야지."

"가게 되면 비자는 있어?"

"몇 년 전에 받아놨어. 아직 유효할 거야."

"첨 가보는 덴데 찾을 수 있겠니?"

"일단 가봐야지 뭐."

미연이 고수에게 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자 명민은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미연은 먼저 형선에게 연락을 하여 고향에 고수의 소식이 있었는지 알아봐 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고수의 집에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는 것이다.

미연은 형선에게 고수가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자기가 지금 고수를 데리러 간다는 걸 알렸다.

미연은 집에가서 간단한 짐을 싸면서 고수가 전에 알려준 미국의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찾아서 적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국제공항으로 달려갔다.

공중으로 떠오르는 비행기 안에서 미연은 이렇게 생각한다.

'영준씨에게는 그녀가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