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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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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식.


BY B&H1973 2003-09-02

진도 아리랑의   흥취가 채 가시기도 전에, 배는 어느새 섬에 다가섰다.

넋의 귀향으로  작은 선착장은  금새  잔치집 분위기가 되고,

또 한바탕  벌어지는   구수한 육자배기 타령은  작은 섬을 들썩거리게한다,

넋이 든 항아리를   두 손에  곧게 받쳐든  단골네를 앞세우고,

마을 사람들은  삼삼오오 어우러져    혼사를 치루게 될 집으로 향한다.

 

어스름 해가 기우는 풍경속에 망자의 집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초가 지붕 한쪽끝 흙으로 된 굴뚝에선 뭉개뭉개 하얀 연기가 오르고,

망자의 혼사에  팔걷고 나서서 도우는 동네 아낙들은 

명태에 달걀옷을 입히느라,치마폭 뒤에 숨어 손을  내미는

아이들의 입과 주머니에 호박전,산적등을 채워주느라,  이래저래 일손이  바쁘다.

벌써부터 막걸리에 거나하게 취해  주거니,받거니 술잔을 건네는

마을 어르신들의  표정이 여유롭다.

 

 "어따! 막걸리 한번 얼큰- 허다!  한 잔 받으쇼  성임 .

 뭔 귀신의 조화속인가...아까까정  하늘이 흐르더만,

넋 건져븐께, 비가 그쳐 부러라. 참말로 별일이 다 있네잉." 

 

"글게 말이시! 요  며칠 날씨가 맹숭맹숭 했는디.., 다 하늘의 뜻인가베.

즈그 에미가   잠만 자믄  아, 맨날 죽은 아들레미가 보이더라더만.

하도 뒤숭숭헌께  오늘 비가 와도  그냥 한다고 했겄제."

 

"워매, 꿈에까징 보였당께,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구만잉.

허기는 장개도 못가고 죽었응께 을매나 억울했겄소.

옛부터 처녀,총각 귀신 한은  천년을 간다헙디다."

 

 

"혼사 치를라고  여기저기 많이 알아봤는디,

사주,궁합까지 맟춰봉께 둘이 딱 맞다더만.이런 인연도 다 천생연분이여."

 

"오늘 시집오는 처녀는 부산인가, 어디서 공장 댕기다 와서  죽었다드만,

멀쩡헌 처녀가 어째 죽었으까나? 머시마가 있었다 헙디요?"

 

"머심마는 무신,,,.어릴때부터 몸이 골골했는디, 즈그 부모가 가난헌께

뱅도 못 고치고, 부모헌티 짐될까봐   걍  죽은것 같다드만."

 

" 워매, 독한 가시나, 그리 모질믄 극락가서 즈그 신랑도   달달 볶으겄그만."

 

"아니제. 저 세상가선 더 잘허고 살겄제,이승에 한이 많응께"

 

"그러까라? 어이고,징한 놈의 세상! 성님  내 잔 한잔 더 받으쇼."

 

 

막걸리가 항아리에 넘칠듯 출렁이고,집안은 음식 냄새가 가득하다.

언제 울었냐는듯 ,늙은 어미는 여기,저기 결혼식 손님 인사닦느라 바쁘다.

가마 솥에서 막 삶아져 찬 물로  몸을 식힌 국수는  고명이  곱게 올려진체,

이제 곧 국물이 부어져 손님상에 나갈것이었다.

단골네는 염불을 하며 문을 열어 먼저  망자가 들어갈수있게 청한다.

넋 상자를  조심스레 집안에 모신 단골네는  씻김굿을 위해 평복[흰 한복]을한다.

진도 씻김굿의 한 종류인 저승 혼사굿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있다.

이곳의 풍습에 어두운 나를 위해  한시도 내 옆을 떠나지 않고 ,

 이런,저런 설명해주는  용모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신랑 신부가 망자라는것만 빼고 , 혼사 굿은 여느 혼사와 다르지않게  치러진다.

양가 부모가  함께 자리하고,하객들은  양가에   앞다투어 축하 인사를 건넨다. 

극락으로 갈  새 신랑, 새 신부를 위하여  마을 사람 어느 누구도

슬픈 모습을 보이지아니한다.

눈물을 보이는것은  자식을 결혼시키는 부모앞에 절대 해서는 안되는것임을

그들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안다.

 

정성스레 굿 상이 놓이고,단골네는 진도 씻김굿의 첫번째 의식이라는

 "초가망석"을  부르기 시작한다.

망자를 굿판에 모셔온다는 뜻을  가진만큼, 무녀는 정성을 다해 망자를 청한다.

구슬픈 그녀의 노래에   망자의 넋이 신랑,신부의 옷에 스미는 듯하다.

부모에 의해  새로 마련된 옷들은  속옷하나,겉옷하나까지 빠짐없이  준비된듯하다.

형체가 없는 신랑,신부에게 하나하나 옷을 입히는 단골네의 손길이 조심스럽다.

하이얀 천이 깔린 돗자리위에 차곡차곡 덥듯 놓여지는 신랑,신부의 옷이 곱다.

산 사람과 똑같이  사주와 궁합을 맟춘 그들이기에 ,함께 저승길을 나설 그들이

결코 외롭지도, 낳설지도 않으리라는 생각에  내가 흐뭇이 젖어있을때,

단골네는 두 번째 의식인   "손 굿" 을 시작한다.

좋은 자리에   손 즉,잡신이 방해하지않도록, 진양조 가락으로 서글프게 노래를 해서,

준비한 넋 상자에 손 님[잡 신]을 태워보내는 단골내의 노래는 간장을 녹이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