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고 나온것은 집안일을 거들어 주시는 아주머니 셨다.
길게 나 있는 정원을 지나 계단을 올라 들어선 집.....
우현이와 8년을 사귀면서 .......집으로 초대 받아서 온건 오늘이 첨이였다.
차에서 내리면서 부터 떨려오는 마음이였다.
긴장하는 빛에 얼굴에 확연히 드러나는 날 보며 우현인 걱정말라는 미솔지어 보여 주었지만.....내 안의 또다른 내가 ......많이도 떨고 있었다.
생각과는 달리 거실에 두분 부모님만 계셨다.
상상으로만 해왔던 우현이 어머님은 .....생각과는 달리 아주 여리게 생기신 분이셨다.
선이 고운 얼굴하며......천상 여자라는 느낌이 드는 분이셨다.
내게.....환한 웃음은 아니지만......나름대로의 미솔 보여 주었다.
분명 내가 누구의 딸이라는 걸 아실텐데.........가식적인 웃음은 아닌것 같았다.
우현이 아버진......우현이와 비슷한 인상이였다.
강인해 보이는 입매며 고집이 느껴지는 눈매.......각진 턱에 패인 우물도 .....우현인 아버질 많이 닮았다.
예전에 엄마가 사랑했다던 사람........
순간 엄마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그때 떠난 후로 여직 연락한번 없었다.
호주에서 온 이후로 은주 이몰 찾아 다녔지만......엄마소식은 없었다.
은주언니도.......시골 친정집에 내려가 살고 있었다.
가겐 다른 사람에게 인수하고......내려가 있었다.
시원한 모과차가 나왔다.
투명한 유리잔에 살짝 띄워놓은 레몬조각이 예쁘게 보였다.
"우현이완 아주 오래된 사이라고......그동안 소개한번 안시키고 .......올해 나이가 .....우현이와 동갑인가....?"
아버님이 먼저 입을 떼셨다.
"고교 동창이니까......동갑입니다.숙녀 나일 아무렇지도 않게 묻다니.....아버지 매너점수 깍여요...."
답지 않은 우현의 말에 순간 웃음이 나오려 했다.
막내 티 내는 것 같은 말투........
우현이 얼른 내게 쏘는 눈빛을 보냈다.
"이렇게 나이가 들도록 뭐한거야....?정해진 짝이 있으면 일찍 소갤 시켜야지....."
"둘다 공부하느라고 바빴잖아요.....보기엔 약해 보여도 ......얘 은근히 강단있어요....."
우현이 말에 아버님은 내게 눈짓을 보내며 무안해 하셨고......어머님은 우현일 나무라는 눈빛으로 보셨다.
내게 돌아오는 두분의 말씀을 우현이 옆에서 다 받아치고 있었다.
내가 무어라 말하기전에 우현이 먼저 다 말해주고 있었다.
두분 모두 우현이의 그런 행동에 기막혀 하셨다.
나중엔 나도 은근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차려진 저녁을 먹고 우현이 방으로 올라갔다.
나와서 살고 있지만......가끔 다니러 오면 자고 가는 경우도 있어 방은 우현이 있거나 없거나 잘 정돈이 되어져 있다고 했다.
얘길 나누면서 느낀건데......아버님은 나에 대해서 들리는 얘기로만 아시는것 같았다.
내가 누구 딸인지는.......모르시는것 같았다.
첨.....현관에 발을 내 딛고 들어설때.....미세하지만.......아버님은 잠깐 당황하시는것 같았다.
난.....엄말 빼다 박았으니......
하지만 이내 표정을 바꾸셨다.
아직 ....엄말 온전히 잊어 버리신게 아닌가.....?
우현이 어머님도 좀 놀라와 하시는것 같았다.
엄마가.....순간 미워졌다.
아무리 사랑이 좋다고 하지만......벌써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을.......저렇게 여린 분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엄마.......나라도 용서가 안될것 같았다.
우현이 어머닌......다소곳한.......아무 고생 모르는 양가집 규수 같았다.
들 꽃처럼 억세 보이는 엄마완 다른 사람같았다.
"안자......거의 원룸이랑 비슷하지...."
정말 그랬다.
우현이 방은 원룸보다 크기만 작지......도배며 침대 커버......책상.의자....모두가 원룸에 있는걸 고대로 옮겨 놓은것 같았다.
"한번에 다 산거야.......내가 좋아하는 모노톤이구.......원래 그린색이 정신건강에 좋다잖아.....지친 심신을 푹 쉬게 해주고......뭐해 앉아....."
원룸하고 다른게 있다면.....책장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사진 액자였다.
예전.....중고교때 찍은 듯한 사진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지금과는 다른 앳된 모습의 우현이......
고교때......그때의 우현이가 있었다.
"야 그만봐......사진 뚫어지겠다."
우현이 날 끌어 당겨 침대에 안혔다.
푸른빛이 도는 실크 와이셔츠에 얼굴이 묻혀졌다.
탄탄한 가슴에......일정한 속도로 뛰고 있는 심장소리......
"진짜....오랫만이다.....이렇게 느긋하게 안아보는거......"
우현이 손이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왔다.
한손은 어깨에.....다른손은 머리에......
코 끝에 맡아지는 다비도프의 향이 .......날 취하게 하는것 같았다.
"생각보다....어렵지 않았지...?"
"응.....벙어리 흉내......어렵지 않았어......가시방석 이라서 좀 불편한것 빼곤....."
"가시방석...?"
"그래.....내게 궁굼하신게 많으실 텐데......제대로 된 대화는 몇마디 나눠보지도 못했잖아..."
"........네가 곤란해 하는 모습 내겐 고문이니까.......네가 이해해..."
한번 쏴주는 내 시선에 우현인 고갤 돌리며 못본척 했다.
"약혼식은 생략하고......형하고 민정이 식 올리고 나서 바로 우리도 식 올리자..."
"민정이 하고 형.....식 올려...?"
"응.....두달전에 식구들 끼리만 모여서 약혼식 했거든.....형식적이긴 해도.....내가 얘기 안했어...?"".....첨 듣는 얘기야....."
"그래....."
"민정이가......순순히 결혼 하겠다 했어...?""그렇지 뭐......우리형 예전부터 민정일 맘에 두고 있었거든.....아마 둘이 잘 살거야...그러니까 민정이에 대해선 이제 걱정마......"
그게 아닌것 같았는데.......
우현인 이제 다 지난 일이니까 아무걱정 말라고 했지만......
내안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가.......내내 내 속을 건드리고 있었다.
퇴근후 저녁이였다.
회사로 우현이 누나라며 채현이 전활 해왔다.
전에 집에 갔을땐......식구들이 나와 마주치면 시끄러울것 같아 내보냈던것 같았다.
연수언니가 불러 낸 거였다.
회사옆 카페에 채현언닌 먼저 나와 있었다.
거의 금발에 가깝게 탈색한 머리가 눈에 금방 들어왔다.
진한 와인색의 립스틱......가느다란 손가락 끝에 끼워져 있는 담배......
웬지......내게 강한 인상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저러고 나온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머리도 오늘 한것 처럼 어색하지 않게 셋팅이 잘 되어 있었다.
"앉아......뭐하는거야...?버릇없이 윗사람을 내려다 보고....."
내가 들어섬과 동시에 뒤 따라 온 알바생에게 커피를 두잔을 주문했다.
묻지도 않고 시켜버리는 .......
무대 분장이라도 한것처럼......진하게 칠해져 있는 화장.....
천박하다는 느낌.......연수언니에게 들은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대는 모습이였다.
"토요일날.....집에 다녀갔다며....?"담배 연길 내 쪽으로 품어내며 그렇게 운을 띄었다.
".........너하고 우리인연.......잘 알지...?악연 이라는것.....어떻게 두 모녀가 똑같이.....우리집 남자에게 엮인거야....흐르는 피가 같아서 인가...?""................""......연수는 널 이젠 동생으로 받아 준다고 했다며.......벨도 없는 기집애......"
">..................""딱 잘라 말하는데.....난 너 절대 내 동생 와이프로 받아 줄수 없어......우리 엄마 어제 봐서 알겠지만......굉장히 여리고 순하신 분이야......그런 분에게 네 엄마란 사람이 얼마나 악독하게 굴었는지 알아....?넌 모르겠지만......난 알아.....내 엄마의 고통.....어릴때 지만 다 기억해.....네 엄마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난 절대 잊지 않아..."
".....그 얘기라면......"
"닥치고 들어!!!어디서 감히 말댓거리야!! 우현일 어떻게 꼬였는지 모르지만.......헤어진다 해놓고 다시 만나고.....다 네가 꾸민 연극아냐...?분명히 말하는데......너 우리집에 들어오면 내가 가만 안둬......내 얘긴 들어서 알겠지? 나 사람잡는데 일가견 있거든......괴롭힘 당하고 싶으면 들어와......맘껏 괴롭혀 줄테니까..."
"......하실 말씀......다하신 건가요...?""내가 인정하는 내 올케는 민정이 뿐이야....?알지 ? 걔 정신과 치료 받는것.....걘 아주 어릴때 부터 우현이 뿐이 몰랐던 애야.......전에 너 찾아 가서 무릎끓고 애원 했다던데....눈도 하나 깜짝이지 안았다며...?우현이도 알아...?너 이렇게 독한애 라는것...."
기막혔다.
독한애.......
내가.....?
말 대꾸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어주었다.
민정이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니....?
놀라운 말이였다.
그럼.....그때도.....치료중이였던가?
그래서 그렇게 불안정해 보였던 거였나 보다......
채현언닌 내게 무섭게 눈을 한번 흘기고는 먼저 나갔다.
혼자.......북치고 장구치고.......그런꼴이였다.
조금은 긴장하고 나왔는데.......
하긴 이게 첫대면인데.......지금 부터가 시작아닌가...?
이제까진 우현이 등뒤에서 있다가......얼굴 내밀기 시작한건 얼마되지 않았는데......
채현언닌.....
내게 상철 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아무런 말도 못하게 하고.....자기 말만 내뱉고 마는게........
작정하고 나온 사람같지 않게 .......순간의 울분이 쌓여서 분 풀이를 하고 간듯한 느낌이였다.
그후로도 가끔......회사로 전활 걸어 내게 악담을 퍼붓고 했지만......어느 순간 그런 전화도 뜸해졌다.
아마도 회사 동료 누군가가 우현이에게 귀띰을 해주었는지......한동안 오던 전화가 끊어졌다.
저녁이였다.
민정이 어머님이......막내고모님이 집으로 들이 닥쳤다.
무언가에 혼이 나간 사람얼굴을 하구서.......아버지가 집에 계시는걸 어떻게 아셨는지 거실로 들어오면서 부터 큰 오빠하며 아버질 찾으셨다.
연수언니와 이층거실에서 음악을 듣고 있다가.....내려온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