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마스가 지나고 연말을 며칠 안남겨둔 토요일 오후였다.
와서 내내 우현이와 함께 였다.
그날 저녁 날 집에 데려다 준후 ......그 다음날 부터 우현이 아침에 날 불러내서는 저녁늦게 까지 잡고 있었다.
수현이와 지원일 만나서 욕도 많이 먹고.......난희에게도 ......
미국에 있는 재명이와 재형이에겐 메일로 혼나고.......매일매일 바빴다.
그런 나날이였는데 영화를 보러 나온 시내에서 였다.
피자집에 들러서 앉아 있는데 우현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자릴 비운 그시간에 민정이 내 앞에 나타났다.
난 들어오면서 민정일 보지 못했는데.......민정인 우릴 봤었나 보다.
옆엔 친구인듯한 여자애가 두명이나 있었다.
아마도 우현이가 자릴 비운틈을 타서 내게 온것 같았다.
"언제 온거야.....? 다신 안만난다더니.......어떻게 된일이야...?"
여전한 말투.....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겄만.......바로 어제 헤어지고 다시 만난것 같은 말투 였다.
"그때 분명 다신 안만난다고 그러지 않았어.....헤어진다고 했었잖아...?"
".......우현이와 약혼한다더니........왜 아직 안한거야...?"
".....학교 졸업후에 하기로 했어......잠시 뒤로 미룬거야.....변동사항은 없다는 말이지...."
"그래......학교 졸업후에 ......."
"....말 꼬리 잡지 말고....약속지키기로 한거 아녔어...?또 다시 그 난리를 치고 싶은건 아니겠지....?순순히 물러나라구....주제를 알면...."
기막혀서......
말 대꾸할 생각이 없어 고갤 돌려버렸다.
민정이 다시 뭐라 하려는데 우현이 왔다.
우현일 본 민정인 얼굴색을 금방 바꾸며 반갑게 아는척을 해왔다.
실소가 나왔다.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도 아니면서 안면근육이 저리 쉽게 바뀔수 있다니.....
"인희 언니가 보이길래......영화보러 온거야..?"자신이 생각해도 어색한지....표정이 떱떨음 했다.
웃으면 안되는데.....왜 이리 웃음이 나오는지.....
옆의 친구들은 나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는 민정이 행동에 이해를 못하겠다는 얼굴이였다.
"너도 영화보러 온거야...?"
전과 달리 건조한 말투의 우현이였다.
"응....오빤 봤어..?""방금.......친구들 기다리는데 안가봐도 돼......?"
"...응..?...으...응 ...가봐야지.....그럼 언니 나중에 집에서 한번 봐요.....오빠두.."
노골적이진 않지만.......확실한 뜻을 담아서 말하는 우현이였다.
좀 놀라왔다.
"좀 너무한것 아냐...?사람 무안하게...."
"저렇게 뻔뻔한 아인 소름이끼쳐........자기 본색 이미 내게 탄로난걸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다가서는 꼴이라니......섬뜩함마저 들어 난..."
놀라운 얘기였다.
내가 모르는 다른 일이 있었나 보다.
우현인 민정이라면 다신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얼굴이였다.
"약혼 한다던 얘긴 어떻게 됐어...?"
묻고 싶었다.
"약혼...?그건 걱정하지마......다 해결 봤으니까...""어떻게......"
"형이 하기로 했어.....민정인 아니라고 하지만.....집안 어른들은 그렇게 얘기들을 맞춰가고 있으니까.......계산에 얽힌 일이니까......민정이 뜻대로는 되지 않을거야....더구나 난 본인에게 분명히 밝혀두었으니까....."
"........."
".......너 전에도 한번 언급했지만.....이젠 너혼자 생각하고 결정내리고 하는것 절대 하지마....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무조건 내게 말해......네가 생각하는것 만큼 나 어리지도 힘이 없지도 않으니까.....내가 경영학과 가 아닌 법대를 택한 것도 널 염두에 두고 행한 일이였으니까.....내가 한번도 내 인생에 있어 널 빼놓고 생각한적 없는것처럼.....너도 날 그렇게 생각하라구.....이제 부터라도 알았어...?"
아까완 달리 내게 강한 시선을 주며 말하는 우현이였다.
그 시선에 사로잡힌 난 고갤 끄덕였다.
"말로서 다짐하란 말야......간단히 고개짓 하지 말구...."
"알았어.....다신.....도망가거나......피하지 않을께..."
"그 약속 어기면 .....알지...?"
"응.....죽음이야..."
"웃지마.....장난아냐...!!!!"조금 높아진 언성에 주위의 시선이 잠시 몰렸다.
웃음기를 거두고 난 다시 말해야만 했다.
'절대 다신 배신하지 않기'
시간은 정말 잘도 지나갔다.
신정을 새고 호주로 들어가야할 날이 이틀뿐이 안남았다.
우현인 일년뒤에 내게로 온다고 했다.
내가 스페인 에서 공불 하고 싶다고 하자......미국으로 바꿔보라며 만나는 내내 졸라되었다.
집에서도 공불 더 하는거엔 반대를 하지 않지만.......이왕하는 공부라면 지명도가 낮은 스페인보다는 파리나 미국으로 가보라고 했다.
옆에서 진수오빤 무조건 자기가 있는 미국으로 오라고 했다.
옆에서 지켜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잠시 갈등을 때렸지만......아직 한 학기가 남아 있으니까 다시 생각 해보기로 했다.
순간 적으로 캐빈과 사키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저녁에 석영일 만나서 함께 쇼핑하고 저녁을 먹었다.
김하고 참치 통조림......며칠을 냉장고에 넣어서 먹을수 있는 오징어 젓갈 무침.....깻잎장조림.....순 먹는것만 산다고 우현이에게 쫑크를 먹긴 했지만......그래도 행복했다.
내가 너무 먹는거에 연연해 하는것을 보니까 가슴이 아프다며 우현인 잠시 착잡해 했다.
그래서 먹는쇼핑은 그만두었다.
석영이와 모래 공항에서 만나기로 하고 원룸으로 왔다.
어머님에겐 지원이네서 자고 온다고 얘길 해두었다.
우현이 말은 안했지만.......마직막 은 우현이와 함께 있고 싶었다.
헤어져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정말 가슴이 메이고......자꾸 눈물이 났다.
그동안은....이제 다신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는 일만 해서인지.....그리워 하는 정도가 비슷비슷해서 안타깝다거나 보지 못하면 미칠것 같다는 느낌은 없었는데.....이젠 전보다 더 보고싶고.....더 안타깝고.....더 그리워 질것 같아......미치지나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옆에 이렇게 앉아 있는데......왜 자꾸 안타깝고.....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난 그대가 그립다던가....?
갑자기 그 시가 생각이 난다.
옆에 있는데도.....더 그립고.....더 생각나고.....
들어오며서 군고구마을 샀다.
고소한 냄새며.....껍질 속에 들어있는 샛노란 살들....
우현이 타온 설탕 커피 ......정말 달았다.
원두커피 였는데......감기 기운이 있는내게 먹여야 한다며 우현이 타온커피였다.
몸살기 있을때 먹는 드링크 종류를 내가 먹지 않는다고 .....커필 이렇게 달게 탄 거였다.
외국은 약을지어 먹기가 힘이든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약을 많이 남용하는지......호주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거긴 웬만큼 아프지 않음 병원을 찾지 않고 집에서 상비약으로 해결을 했다.
조금만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을 찾지는 않더라도 약국에 가서 드링크라도 사 먹는 우리완 달랐다.
드링크도 일종의 약종류인데......남용하면 몸에 좋지 않은 것이다.
타이타닉 비디오를 빌려왔다.
레오나드디카프리오......정말 멋진 남자다.
음악도......입고나오는 의상도......탄탄한 스토리도.....감동적이였다.
연인을 구하기 위해......살을 에이는 얼음물에 들어가는 .....
"정말 .....저럴수 있을까....?죽을 줄 뻔히 알면서......."
"......나 같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할것 같냐..?"
우현이 물었다.
"......나보고 물 속에 들어가라고 할거지...?""그럴수도 있고......"
"....뭐...?"기막혀서.......쏘는 내 시선에 우현인 쿡쿡 거렸다.
"난 같지 죽을 거야.....절대 혼자 두고는 못 죽을것 같아...."
"뭐....?왜..?""내가 죽고 나면 다른 놈 만나서 다시 사랑하고 그럴거잖아.....난 그런거 죽어도 싫거든....네 옆엔 나이외의 다른 사람은 절대 안돼.....죽어서도.....알지..."
"갑자기.....오한이 느껴진다.....증말...."
"넌 그럼 .....나 없이도 혼자 살수 있다는 말야...?"".....그건 아니지만......만약 저럴 경우가 된다면 ......다른 사람 만나서 사랑은 안할것 같아.."
".......그럴수도 있겠지......하지만 남자들이 널 가만 둘까...?너 호주에서도 꽤 인기라고 석영이 말하던데.....너네과 닉인가.....너 한테 꽤 추근거린다며....?"
정말 지석영.....
"아예....이번에 표나게 선물하나 줄까...?모두가 네게 딴 생각품지 않게........."
"...팬던트 있잖아......늘 내 목에 걸려 있는..."
"그건 쉽게 무시할수 있는거구......확실한거 말야..."".....무슨 생각하는데..."
갑자기 눈빛이 음흉하게 변하는 우현이였다.
"네 몸에 확실한 증거말야.......처음은 표 안나지만 나중에 확실히 표나는것..."
"......그게 뭔데....?"
"안먹어도 왜 배가 부른다는 신기한 거 있지......몰라...?""너 정말......"
기막혀서.......정말 어쩜 저런 생각을 .....
쿠션을 들어 던지는 내게 우현이 피하며 웃었다.
다마신 빈 컵을 개수대에 담그고 비디오도 끄고....우현이 침대로 이끌었다.
여기 서울와서 벌써.....여러번 함께 잤지만......오늘은 가슴이 아렸다.
이제 내일 만 지나면....다시 이별이다.
지나온 3년 보다 이번 일년이 더 힘들것 같은 지금......가슴이 터질것 같았다.
"이러면서.....어떻게 날 떠날 생각을 했었냐...?"
물 흐르듯이 흐르는 눈물을 딱아내며 우현이 가슴에 날 안았다.
"........첨엔....너 학교 다 마칠때 까지 만나지 말고 기다려 볼까도 생각했더랬어.....나랑 헤어졌다고 생각하고 지내는 시간이 어쩜 학교 공부 할때엔 더 날지도 모른다고.....다시 만났다가 헤어지면......더 아프지 않을까.....너 이럴까봐.....내 년쯤 나도 졸업하고 너도 졸업하고 오면 그때 만날까 했었는데.......석영이 편지 보고.....더는 참을수 없겠더라구.....널 볼수 있는데......보지 않고 참을수 있는 인내가 내겐 없었어......근데 지금 그게 후회돼......너 이렇게 만날때 마다 울고....이게 더 괴롭다는걸......왜 좀더 깊이 생각지 못했을까......많이 후회돼 인희야.....그러니까.....이젠 그만울어...."
".........미안.....이제 ....다신 안울께.....이번만......"
"빨리 그쳐......눈 퉁퉁 부어서 북어눈 같아.......그런눈 보며 키스하고 싶지 않으니까..."
"야....아...."
괜히 웃기려 드는 우현이에게 눈을 흘겼다.
정말 눈이 많이 부었는지......잘 떠지지 않는 느낌이였다.
눈거풀이 무겁다는 느낌.....
"거기 물가는 그래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것 없다던데.....집에서 부쳐 주는 돈도 넉넉할텐데......왜 이리 마른거야...?내가 많이 키워났던 그 가슴살은 다 어디로 간거야 대체.....이게 뭐냐...?만지는 재미가 없잖아....?"
정말........
옷 위로 가슴을 만지며 우현이 내내 장난이였다.
부치는 돈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전문서적은 꽤 비쌌다.
아니 우리나라보다 더 비쌌다.
책을 사보는데 드는 돈이 생활비보다 더 들었다.
더구나 혼자 먹는 식사시간은......사실 입맛을 잃어버리는 시간이기도 하니까....
한번의 사랑을 나눈후.....씻으려 일어서는 날 우현이 잡았다.
"그냥 있어......난 잠시도 너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오늘 만큼은.....그냥 옆에 있어..."
".......화장실도 가고 싶단 말야...."
"그냥 싸......세탁기 돌리면돼......냄새도 참아줄께..."
"너 정말 오늘 죽고 싶지....""ㅋㅋㅋㅋㅋ...."
있는 내내 울것만 같은 분위기를 잡는 나와 달리 우현인 내내 장난이였다.
일부러 날 화나게 하고 웃기게 만들고.......그게 더 가슴이 아프다는 걸 왜 모르는지......
그렇다고.....내내 우울해 있기도 그렇지만......시간이 점점 짧아진다는게 너무 아쉬운 저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