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이라 자세히 언제적인지는 기억이 없습니다
다른 식구들 모두 기쁘고 즐거워 하며 싼타할아버지의 선물꾸러미를 기다리고 있는 이브날
갑작스런 사고로 택시 운전을 하던 아버지를 잃은 언니가 있습니다
너무나 똑똑했고 성품도 아름다웠으며 인물또한 절세미녀인 그 언니는...
지금 숨골기능만 남아 있고 모든것이 마비된 일명 식물인간입니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언니와 저는 6살 차이 입니다
집에서 가까이 살고 또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언니는 저의 공부를 도와주었습니다
지금 사회에서 보면 6살 차이가 그다지 나이차가 많은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치만
중학교때 대학생인 언니의 모습은
왜그렇게 부러움의 대상이였는지....
시험결과가 좋게 나온날은 언니가 기뻐하면 피자집을 데려가 주기도 하고
제가 그렇게 좋아했던 뉴키즈 온더 블록의 LP판을 같이 듣기도 하고
언니의 남자친구와 함께 만나 유원지에도 갔었죠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언니는 아주 유능한 남자와 결혼을 했고
전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같은 해에 같이 임신을 하고 같은 해에 보름간격으로 출산을 남겨 놓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너하고 같이 몸을 풀준 정말 몰랐다>
<그치 언니?>
<하여간 넌 왠지 빨리 시집갈꺼 같았어>
<헤헤헤>
<선영이 엄마 되면 참 잘할꺼야.. >
<내가 뭘 알아야지..>
<그나저나 예정일 되도 안나오면 어떻게 해야하니?>
<음.. 초산이라 다 예정일에 맞춰 나올순 없어 좀 기다린후에 그래도 안나오면 유도분만을 하게 될꺼야..>
<그렇구나... 이거 언니가 선영이 에게 한수 배워야 겠네>
<앞으로 종종 물어봐.. 아는 범위내에선 모든 알려줄께>
<그래.. 넌 딸이고 난 아들이니까.. 앞으로 잘 지내보자.. 혹시 아니? 너랑 나랑 사돈맺을지>
<그럼 나야 좋치....>
즐겁게 전화통화를 마쳤다
하지만 그것이 언니와 생전의 마지막 정상적인 대화가 될꺼라고는 정말 생각치도 못했다
시간이 지나서 언니의 예정일이 다가왔고
난 평택에서 친정 서울로 몸을 풀 준비를 하려 이동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언니는 예정일이 지나도 아기가 출산할 기미가 없어서
병원으로 갔다고 한다
<우와~ 그럼 오늘밤이나 내일 아침엔 언니 아기 낳은거 확인할수 있겠네>
<그렇치>
엄마는 딸또한 역시 출산을 앞둔 임산부라
아는 사람의 출산이 그저 자신의 일처럼 느껴지는 거라 생각을 했을것이다
그날 저녁엔 죽어도 잠이 오질 않았다
내가 출산하는 것도 아니였지만
언니의 출산 소식이 너무 궁금했고
순산했는지
아긴 이상 없는지
언니도 괜찮은지
아마도 그 걱정의 시작은 내가 곧 출산을 하게 될껏이기 때문에
지나친 관심이 시작된거 같았다
잠을 잤지만서도 이런저런 꿈에 시달리고
깊은 잠을 잘수가 없었다
새벽에 전화기를 슬며시 들고
언니가 분만하는 그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OOO씨 출산 하셨어요?>
<네에~~>
<아.. 정말요?>
<네에~~>
<아긴요? 아긴 어때요?>-난 정말 이때까지만 해도 언니한테 무슨일이 있을꺼란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고 아기의 정상상태를 먼저 물었다
<아들이고 건강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산모는요?>
<산모는 지금 다른 병원에 가셨습니다>
<네에~~~ 왜요?>
<저두 그 상황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는 전화를 바로 끊었다
그 통화 이후론 도저히 눈이 감겨지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해서 어느 병원으로 옮겼는지를 확인하고
이동한 대학병원의 분만실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OOO씨 동생인데요 지금 어떤가요?>
<아직 뭐라 말 못드리겠습니다>
<위중한가요?>
<현재 상태로는 그렇습니다>
뭐라고 했는지
내가 지금 무슨말을 들었는지
들은것이 사실인지 믿고싶지가 않았다
언니에게 도대체 무슨일이.....
언니는 어떻게 되는건지....
이제막 태어난 아기는 그럼 누가 돌보게 되는건지....
뜬눈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아침일찍 엄마에게 이 얘기를 해주었다
<엄마... 나 도저히 집에서 기다릴수 없어... 언니 어떻게 된건지 가서 볼래>
<선영아~ 너무 임산부야.. 지금 니가 아무데다 돌아다니는것도 안되지만... 너 충격먹으면 ...>
엄마가 무얼 걱정하는지 충분히 알수 있었다
하지만 언니의 상태를 보지 않고 혼자 상상하면서 나름대로 집에 있는것 보다는
차라리 언니의 모습을 보고 한바탕 울음으로 표출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끝까지 엄마를 졸라 종합병원으로 이동을 했다
<어떻게 된거예요?>
하룻밤의 전쟁을 알려주듯
언니의 친정식구들 남편 또 시댁식구 들의 모습은 안봐도 알수가 있었다
언니는 유도분만을 하는중 통증으로 수술을 원했고
그러다가 수술을 시도했다고 한다
수술실에 들어가서 아기를 출산했고
언니 역시 회복실로 옮겨졌으며
가족들과 아기가 보고싶단 말까지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하혈이 수도꼭지 풀어헤친듯 쏟아지고
수술한 배에서 까지 역펌핑을 했으며
링겔을 꼽은 자리에서 까지 혈이 역류했다고 한다
산부인과는 다른 과에 비해서 제일로 의료사고가 많다
그 이유의 대표적인 것은
병원의 잘못도 아니고 환자의 잘못도 아니다
출산후 자궁이 다시 원싸이즈만큼은 아니여도
자궁이 제자리 비슷하게 돌아와야 하는데
이 것이 수축을 원할히 못해주면
과도한 출혈이 빠져나가게 된다
급할경우 과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자궁적출이란것을 하지만
이미 수많은 출혈이 된 후거나
또는 그 후유증으로 환자의 생명이 여기서 많이 좌지우지 된다
언니역시 수술후 자궁수축이 안좋았었고
그 개인병원에서 수혈을 10개 정도 받은 상태에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첩첩산중이라고 종합병원에서 조차 수술중 심장이 멎었고
전기 충격으로 심장의 기능은 다시 돌아올수 있었지만
그 돌아오는 시간동안 뇌에 산소공급이 원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 수혈역시 100개가 더 넘게 들어갔다고 한다
수혈이 이토록 많이 들어갔다고 하면
온몸의 피가 전부 빠져나갔다고 보면 된다
또 아무리 같은 혈액형의 혈이 들어온다고 하지만
혈장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언닌 자궁을 들어냈지만서도
너무나 과출혈이였고 거기에 심박동까지 멎었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언니는 계속해서 출혈이 멎지 않은 상태였다
<나 언니 볼래요>
<안됏!!!!!>
모든 어른들이 날 말렸다
출산을 얼마 안둔 임산부가 좋은것도 아니고 볼필요 없다고 다들 말렸다
<그래도 볼래요... 언니 볼꺼예요... 꼬옥 볼래요... 보게 해주세요... 제발요... 언니 보여줘요... >
난 급기야 마구 마구 어린애 마냥 울음소리를 터트렸고
의자에 주저앉아서
대성통곡을 했다
<언니 보여주기 전엔 절대 안갈꺼예요....>
난 울면서도 계속 언니를 보겠다고 했다
드디어 중환자실 면회시간이 다가왔고
말리는 어른들은 뒤로한채
잽싸게 튀어나가서 중환자실 입구에 제일 먼저 줄을 섰다
이렇게 행동하는 나를 더이상 어른들은 말리지 않으셨다
소독을 하고 초록의 옷을 입고 언니가 있는 곳으로 두리번 거리며 찾아 갔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도저히 이 현실을 받아드리고 싶지 않았다
언니의 모습 그 예전에 이쁘고 발랄한 그 모습을 도저히 찾아볼수가 없었다
얼굴은 흰색보다도 더 하얀 얼굴이였고
너무나 심하게 부어있어서 언니의 이목구비를 확인할수 없었다
손역시 부어있었고 잡은 언니의 손에서는 온기라곤 느낄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자신이 지금 어떤 꼴을 연출하고 있는지
눈을 감고 있는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는거 같았다
아무것도......
다만 주렁주렁 매달린 수액과 언니의 몸뚱이에 붙어있는 여러가지 의료기구
그것만이 언니가 중환자라는 것을 알려줄 뿐이였다
그렇게 이쁜 언니였는데
너무나도 총명한 언니였는데
대학교에서도 퀸카라고 불리었고
비록 집안의 현편이 안좋았지만 언니는 아르바이트며 모든것을 장학생으로 ....
순간 짧은 옛날일이 필름처럼 돌아갔다
<언니야... 언니야 나야... 눈좀떠봐... 왜이래...응? 언니야....>
난 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어떤말도 할수가 없었다
<언니... 눈좀떠라... 내말들려? 언니야.... 제발... 제발....>
난 다른 의료진들에 의해 중환지실을 나왔고
그날부터 난 시체마냥 집안의 구석에 누워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다른사람도 아닌 언니가....
그토록 열심히 산 사람인데
정말로 신은 가혹했다
난 특별히 종교를 갖고 있진 않치만
그날 처음으로 신이란 존재에 대해서 배신감을 느꼈다
신이 먼저 인간을 배신한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밖에 해석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치 않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착실하게 인생 살아가는 사람에게 이런 가혹한 형벌을 내릴수 있는지.......
난 언니의 형상을 기억에 간직한채
나 역시 예정일서 2주일이 지난후
유도분만을 했다
유도분만중 진짜 진통까지 합세를 해서
쉴수 없는 진통이 밀여와 정말 너무 힘이 들었지만
난 언니의 몫까지 대신 잘할꺼라고 속으로 다짐을 하고
울부짖으면서 7월 11일 아침 7시 2분에 우리딸 혜연이를 만날수 있었다
엄마가 나중에 얘기해주었지만
진통을 하는중에 정신을 잃고 산소도 꼽고 출혈도 많아서 엄만 은근히 걱정을 하셨다고 한다
혜연이를 잘 낳은후
과도한 출혈로 나역시 정신을 잃기는 했지만
난 이 글을 쓰는 것처럼
아무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언니는 지금 식물인간이다
그 이쁘고 총명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수 없고
얼굴엔 바보같은 인상만 남아 있다
제대로 아니 전혀 의사표현도 못하고
사지는 굳어서 점점어 오그러져 있고
척추는 휘어가고
몸은 이제 뼈만 앙상히 남아 있다
남은 기능은 오로지 숨골 한 기능만 남아 있다고 한다
언니에게 신이 먼저 배신을 했다
조물주인지 뭔지는 인간이 살면서 견딜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준다 했겄만
언니에겐 고통이 아닌 인생을 아예 송두리채 앗아간 것이다
난 그래서 그날 처음으로 신을 원망했다
내가 원망하기 전에 신이 먼저 배신을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