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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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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프리 2003-04-02

-8편


'아윽 머리야'

상우는 욱씬욱씬 쑤셔오는 머리를 흔들어보았다.
두통을 이기려해도 잘 되지 않았다.
그는 이마한쪽에 손을 얹고 잠시 더 누워있다가
주섬주섬 일어나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일어났어? 어여와 국이라도 마셔."

주방에서 들려오는 엄마이 목소리에
상우는 그쪽으로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엄마."

"왠술을 그렇게 마신거야, 술을 적당히 마실줄도 알아야지.
게다가 너-! 어제 그게뭐니.
엄마가 챙피해 혼났다 여자애를 바래다 주어야지
세상에나 목련이가 널 데리고 왔더구나"

'아뿔사!'

상우는 그제서야 가물가물한 어제의 기억을 뒤지기에 여념이 없었다.
택시를 타기전까진 분명 기억이 있는데
그이후로의 기억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혹시 내가 실수한것은 없을까'

불안감이 그를 짓눌러오고 있었다.

"쯧쯧...게다가 너 어쩌면 그렇게 보는눈이 없는거니.
엄마는 정말 어제 실망이 되더구나.
세상에 얼굴이 이쁜것도 아니구 그렇다고 뭐하나 별반
특별날것도 없더구만 이 엄마보다 더
그아일 좋아하는 이유를 정말 난 이해할수가 없구나"

엄마의 말을 들으며 상우는 엄마가 내민 북어국과 밥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엄마는 어제 얼핏 목련일 봤을뿐이고
게다가 그녀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러니 모르는게 당연하리라.

상우는 개의치않고 국에 밥을 말아 먹기 시작했다.

"듣고있는거니?"

"네. 엄마 이국 언제 끓였어요? 참 시원하네."

"딴소리하지마 녀석아, 또 피해갈려고 하는거지."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되는구나 싶어서
상우는 후다닥 국에 밥을 먹고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먹었습니다. 전 이만 씻으러 가야할거같아요"

상우가 나가려는데 뒤통수로 엄마의 목소리가 따라왔다.

"에이구...아버지나 아들이나!"

그냥가려다 상우는 뒤돌아서 엄마를 보며 싱끗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래도 엄마는 세상에서 그 두남자를 젤 사랑하쟎아!"

어이없어 엄마는 너털스레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상우의 말이 맞았다.
따지고보면 맘에 안드는 구석도 그리고 답답한 구석도
너무나 많은 남편이나 아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상우는 화장실로가서 준비를 마치고 이층 자기방으로 올라와 기지개를 쭈욱 폈다.

'아함 시원하다'

문득 목련이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지금쯤은 일어났을까,
혹시 나처럼 머리아파서 고생하는건 아닌지.
그리고 또 속이 쓰릴텐데...

상우는 흘끗 창가로 가서
혹시 그녀가 나오지 않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목련이네 집은 인기척도 없었다.





목련은 욱씬거리는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러보았다.
참으려해도 두통은 자꾸만 생각보다 커져갔다.
결국 참지못하고 그녀는 엄마에게 약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아, 정말 너무 괴롭다 속까지 울렁거리고 있어'

"여기있어 약, 대체 얼마나 마신거니?"

"얼마 안마셨어요 그런데도 이러네. 난 술마실 체질이 아닌가봐"

목련은 작은 알약을 물과 함께 삼키곤 힘없이 주방의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러게 적당히좀 마시지.
그나마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상우가 고생했겠구나."

전후사정을 알리없는 엄마는 상우를 무척 고마워하고 있었다.
상우... 상우생각이 나자 목련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웃어버리고말았다.

어제 택시안에서 우리집 가달라며
잠들어버린 일을 알면 엄마는 대체 어떤 얼굴을 지으실까.

엄마가 상우를 너무 신뢰하는탓에
환상을 깨기가 싫어져 목련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참 든든해 그렇지 않니?
아들이란것은 그렇게 든든한 맛이 있는가봐."

엄마의 말에 목련은 아무대꾸도 없이
엄마가 내민 아침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도 아들좀 낫지 그랬어요 그럼 좋았을텐데."

"얜 그게 어디 내맘대로 되는것이니,
그리고 사실...난 하나도 힘들게 낳았어. 난산이었지.
그이후론 왠지 아기낳기가 겁이났어.
그래서 너하나로 아쉽지만 만족을 한거야.
게다가 내몸이 너무 약해서 더이상 아기를 갖을수도 없었고...
그리고 어자피 우리세대에 아들이 무슨 필요가 있겠니......"

엄마의 말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났다.

"내가 아들역할 할께 그럼되지 엄마?
아예 데릴사위로 들어올 사람있는지 알아봐줄까
그럼 엄마가 괜챦겠어?"

목련의 말에 엄마는 픽 웃고 말았다.

"아서(됐어). 난 괜챦으니...부모란 그래.
그냥 너하나 잘크고 건강하고 그리고 행복하면 그걸로 됐어.
더이상 무얼 바라겠니.
다...욕심인거지."

목련은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더먹지 않고?"

"그냥. 입맛이 없어 엄마. 나중에 배고프면
학교앞 편의점에서라도 뭐 먹고 그럴게
걱정하지 말아요"

목련은 준비를 마치고 학교로 가기위해서 집을 나섰다.





"한목련~!"

누군가 부르는소리에 휙 뒤를 돌아본 목련은 웃음이 더 커졌다.

용하선배...

"안녕하세요?"

"그래. 어젠 잘 들어갔니? 머린 아프지 않았어?"

"네. 잘 들어갔어요 아침에 머린 조금 아펐지만
약을 먹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많이 괜챦아졌어요"

"다행이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용하선배랑 함께 학교를 가게되다니...
목련은 왠지 오늘은 무척 좋은날이 될거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나란히 걷다니...한없이 좋은기분이었다.

게다가 그는 어쩌면 이렇게 자상한걸까.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게 몸에 익은 사람만 같다.
그래서 그것이 목련이가 그를 더욱 좋아하게 만들었다.

학교정문앞에서 용하선배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왜그러는걸까'

목련이 의아해서 용하를 쳐다보았는데,
용하의 시선이 흔들렸다 용하의 시선을 쫓다가
어느 여학생과 함께 걸어가는 낯선 여자에게서 눈이 멈췄다

'그녀는 누굴까'

궁금증이 목련을 훑고 지나갔다.
선배의 시선이 느껴졌을까. 상대방역시 걸음을 멈췄고
그녀역시 용하선배를 응시하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후, 용하선배는 아무렇지 않은듯
그녀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랫만이에요."

"그렇군. 잘지냈어?"

두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히고있었다.
왠지 묵뚝뚝해보이는 선배의 표정이 낯설어
목련은 숨을 죽인채 두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래요. 선배는?"

"나두. 다시 복학이라도 한건가?"

복잡한 표정이 선배의 얼굴을 스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눈길을 아래로 향했다.

"음. 그래요. 그렇게 됐어요"

"축하해. 복한한거."

"고마워요. 선배."

"그래. 그럼 난 이만 바뻐서...목련아 가자."

목련은 얼떨결에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꾸뻑 인사한뒤 용하선배를 따라가기위해
종종 걸음을 치고 있었다.

"선배 누구에요?"

용하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후배야. 희선이라고...목련이에겐 선배가 되겠네. 이학년이거든."

"아..네"

바보같이 아..네라니.
그런데 정말 이상황에선 그말밖엔 할수가 없었다.
왠지 두사람 알수는 없지만 뭔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처럼
얽혀있단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굳이 상대가 말하기 싫어하는데
내가 궁금하다고 막 물어보는것도 결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목련은 흘끗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 그 선배는 둘을 응시하고있었다.
인형처럼 움직임도 없이...

그러다가 목련의 시선을 느끼곤
그녀역시 옆에서 이야기하던 여학생과
다시 말을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얼핏 봤을뿐이지만
목련은 사실 그녀가 부러워졌다.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 연약해보이고
가느다란 팔목과 다리가 목련이의 부러움을 샀다.

저런 모습을 가져보는게 소원인 적도 있었던 그녀다.
사춘기때였지만 그래서 그런 그녀가 너무 부러워졌다.
그나저나 호기심이 일기 시작한다.

'그녀는 대체 누구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