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선배들은 어디로 할까 망설이다가
대전에서 조금 떨어진 동학사의 한 까페를 예약했다.
'동학사 가는길에'
이름처럼 아기자기한 이 까페를 보자마자
목련은 그냥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다.
"세상에 너무 이쁘다. 마치 동화나라에 온거같아. 어쩜..."
건물은 정말 바라만보는것으로도 마음이 끌렸다
"이까페를 고른 이유는 `추억록`과 `사랑의 우체통`때문이었다.
추억록에 낙서를 하면 몇 년 뒤에 와서도 확인해 볼 수가 있단다.
평생 보관한다고 하니까...잘 새기고 가도록..."
선배들의 말에 목련은 신기해서 귀를 기울였다.
"잘 된 작품은 문집을 만들어 발간할 예정이라지?
예쁜 엽서에 사연을 담아 주면 카페에서 손님 앞으로
그 엽서를 보내준대 정말 굿 아이디어 아니냐?"
"그래, 그래"
저마다 한마디씩 공감을 표했다.
"이곳은 대나무통에 10가지 곡식을 넣어 준비한
대통영양밥과 사골수제비가 인기메뉴라고 한다.
맛있게 먹도록......"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행 모두는
속속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별미인 대나무밥과
사골수제비를 맛보고 있는 중이었다.
목련은 어젯밤 내내 가슴이 떨려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난생처음 와보는 곳이여서 그렇기도 했지만
선배들과 어울려 이렇게 늦은시각에
집을 나와보는것이 첨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맛있게 앞에 있는 그릇들을 싹싹 비우고서야
목련은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되었다.
집에서 부터 그녀를 보호한답시고 따라나선 상우가
그녀의 옆에서 열심히 앞의 그릇들을
비워내고 있었다.
'우와-정말 대단한 식상인걸'
용하가 자리를 돌며 일일이 한사람 한사람에게
잔을 따라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나즈막히 무엇인가 한사람 한사람마다
열성적으로 당부를 잊지 않고 있었다.
'자상하기도 하지.'
여러 사람을 돌아서 마침내 목련이차례가 되었다.
목련이 마지막 차례였었다.
-두근두근
왜이렇게 가슴이 뛰는지...
용하가 마침내 목련이앞에 이르렀고
그는 술병을 들어서 목련의 잔에 조심스레 따라주었다.
"반갑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선배의 그말이 너무나 좋았다.
목련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후 그가 내민 잔을 받아들었다.
"자자 건배해야지."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모두들 제각기 자기앞에 있는
잔들을 들어서 높이 치켜들었다.
"우리 동아리의 영원한 발전을 위해!"
"위하여!"
모두들 잔을 들이키는것을 보며
목련도 자기앞에 있는 잔을 쭈욱 들이켰다.
'읍'
마시고나니 왠지 쓰다.
그래서 목련은 살며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모습을 보더니 상우는 뭐가 좋은지 실실 웃고 있었다.
상우는 젓가락으로 파전을 조심스레 뜯어서 목련이에게 주었다.
일제히 사람들의 시선이 두사람에게 쏠렸다.
'이런 이런'
너무 당황한탓에 파전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어디로 들어가는지 목련은 알수가 없었다.
솔직히 무슨맛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야야 니네들 여기까지 와서 또 그러냐."
"글쎄말야 좀 정도껏좀 하지. 선배들 앞에서."
"야야 봐줘라 이쁘쟎냐. 청춘이 저래서 좋은것이지.
안그냐? 그리고 저 애달픈 순정을 봐라.
나 감동먹었다. 팍팍 밀어주기로 혔다."
"그래 그래 저때가 좋지뭐.. 다 한때인것을......"
쏟아지는 말들을 들으며 목련은 차마 그곳에 있을수가 없어서
달아오르는 볼을 만지며 밖으로 바람을 쐬러 나왔다.
상우가 따라나오려는걸 화장실간다고 간신히 둘러댔다.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밤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낮은 따스하고 봄볕이 좋지만 밤은
또 이렇게 쌀쌀한게 요즘 날씨다.
"별이 참 이쁘지?"
목련은 그제서야 팔짱을 끼고 서있던 자세를 풀고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았다.
용하선배...
"별이요?"
그제서야 목련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작지만 초롱초롱 빛나는 별을 보면서 그제서야 새삼
목련은 별이 이쁘다고 생각을 했다.
"너 혹시 그거아니?"
용하의 말에 목련은 무엇을 말하는것일까 싶어서
고개를 갸웃해보았다.
"뭘요?"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자기별을 가지고 온대.
별은 그사람을 지켜주지. 사람들이 별이 있었다는것조차 잊고 말아서
별은 빛을 잃어버리게돼. 나중에 죽음앞에 설때라야 비로소 욕심을 버려
다시 만나게 된대. 별로 다시 태어나는거지."
"아!"
용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목련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디서 들은거에요?"
"우리 할머니에게서.
보고플때면 하늘을 보라고하셨어. 별이되어서
날 지켜볼거라고 하셨지."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정말 사실일까요,저하늘 어딘가에도 정말 제별도 있을까요?"
"아마도......그럴거야."
하늘을 올려다보는 용하를 보며 목련은 가슴이 따뜻해옴을 느꼈다.
"선배덕분에 이제 별을 좀더 자주 보게 될거같아요."
"그래. 순수함을 잃지마.
그래야 별을 볼수있으니까"
그의 소탈한 웃음을 보며 목련은 그러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마음깊은곳에 저런 순수함을 지닌
그가 좋다.
하늘을 올려다볼사이도없이
그저 하루하루 바쁘게만 살아왔는데
그를 통해서 별을 보는것을 깨달았다.
이로써 하나의 추억을 가진거라고
목련은 은근히 기뻐하고 있었다.
"네. 순수함을 잃지 않도록 조심할께요!"
"한목련! 화장실 간다더니 왜 그렇게 안오는거야?"
상우의 소리에 퍼뜩 목련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상우는 뚜벅뚜벅 두사람곁으로 다가오더니
한사람 한사람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두사람 여기서 뭐하는거에요, 이런데서?"
"아..아무것도 안했어."
목련의 대답을 듣고 상우는 살짝 목련을 흘겨보더니
안으로 들어가자고 소매를 잡아끌었다.
용하가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아냐. 좀더 있다가 들어와 두사람은..
별도 좀더 올려다보고"
"아니에요 선배님 저도 그만 들어가는것이..."
목련이 용하를 따라 들어가려하자 상우는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선배님 말씀 못들었어? 좀더 있다가 들어오래쟎아."
어이가 없는지 용하가 웃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목련은 기가막혀서 상우를 바라보았다.
"내참..."
"별을 보고 있었나보구나?"
"그래"
"뭐 색다를것도 없구만..
한두번 보나?
일년전 뜬 별이나 오늘 뜬 별이나 그별이 그별이네."
"그만두자.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니."
정말 무드라곤 찾아볼래야 코딱지만큼도 없다.
어쩜 이렇게 다를수있는지...
목련은 한심해져서 상우를 외면했다.
"들어가자 고만. 감기걸리겠어."
그제서야 상우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래 그러는게 좋겠다 그치 엉?
감기걸리면 주사맞아야하쟎아. 나 사실 주사맞는거 무지 싫거든"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아이같이 정말 상우의 표정엔 무서운일이라는것이 쓰여져있었다.
그는 아마 그런 생각을 했던듯 싶다
고개를 흔들더니 얼른 들어가자며 재촉을 하니 말이다.
'정말 못말린다니까.'
안쪽은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주거니 받거니 술자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모두들 얼굴들이 취기에 의해서
혈색좋은 얼굴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목련역시 몇잔 받았을뿐인데도
얼굴이 달아올랐고, 차츰 취기가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자꾸 몸이 더워져 옴을 느꼈다.
몇번인가 시계를 확인한 목련은
시간이 꽤 되어가는것을 알수있었다.
'엄마가 많이 걱정하고 기다리실텐데....'
다행히도 용하가 수습을 해가고 있었다.
"자자 오늘은 많이들 늦었다. 술도 왠만큼들 취했고,
한해동안 서로 잘지냈음 좋겠고,
건강하게 우리 동아리 활동 또 열심히 해갔음 좋겠다.
그리고 오늘은 이만...접는게 좋을거같아
시간도 늦고했으니..."
"아, 무슨소리야. 피같은 술이 남았구만"
"맞어 맞어, 용하는 너무 이럴때보면 멋이 없다니까"
아쉬운 소리가 여기저기 터져나왔다.
하지만 까페도 문닫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쉽지만 털고 일어나야하는 시간이었다.
용하가 계산을 처리할동안 회원들은 모두
밖으로 나왔고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기분좋음에 취해있었다.
하나둘씩 서로 인사를 나누고
그리고 택시를 잡고 집으로 향해가기 시작했다.
"목련인 어쩌지...내가 바래다줄까?"
용하가 걱정스런 얼굴로 목련일 바라보았다.
"그래도 되겠어요? 선배님 댁 방향은 어느쪽이신데요?"
"걱정마. 같은방향이니까. 내려주고 내가 조금 더 가면 돼"
"엇...선배님 무슨소리...! 제가 있쟎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음...목련어머님께서도 저에게 오늘 얼마나 당부를 하셨는데요"
상우의 말에 용하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아참 그랬지. 상우가 있는걸 잊었네.
그래 그럼 조심해가고...잘들어가라."
목련은 왠지 아쉬워서 멀어져가는 용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상우가 없었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그래선지 상우가 새삼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자자 우리도 고만가자."
상우가 택시를 잡아세웠고,
목련역시 아무말 없이 상우와 택시안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우리집 가주세요."
분명 상우는 취해있었다.
아저씨는 상우의 말을 이해못해서 다시 물어오셨다.
"이봐요 어디라구요? 어디요?"
목련은 한숨을 쉬고 아저씨에게 정확한 목적지를 알려주었다.
차가 출발했다.
달리기 한 사십여분...
차는 목련과 상우의 집앞에 도착했다.
"상우야 상우야 좀 일어나봐. 응?"
목련은 난감한듯이 꼬꾸라져 자는 상우를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무리였다 그는 잠에 취해서
정신이 없었다. 목련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누가 누굴 데려다 주겠다는건지 원....'
가까스로 운전기사아저씨의 도움을 받아서
상우의 집앞에 도착한 목련은 망설이다 벨을 눌렀다.
얼마지나지 않아서 놀라서 나온 상우의 어머님과 아버님을
목련은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난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대체 이녀석이 왜그래요?"
"저...동아리 모임이 있었는데...상우가 많이 취했나봐요."
미안해하는 목련의 얼굴을 보면서 상우아빠는 괜챦다며
바래다주어서 고맙노라하고했다.
"어서 가봐요 늦어서 어머님이 걱정하시겠어"
"상우야 이녀석아 눈좀떠봐라."
그러나 막무가내였다. 이미 그는 잠에 취해 정신이 없었다.
결국 상우아버지가 상우를
안다시피해서 안으로 들어가셨다.
"고마워요 학생이 목련인가?"
상우엄마는 목련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아들이 엄마보다 더 미쳐서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언제나 궁금했던 그녀다.
"네. 안녕하세요 저...제가 목련입니다."
"그래요 고생했네요
저녀석은 남자가 되어가지고...어쨌든 신세많이 졌어요
잘들어가요"
목련은 고개를 정중히 숙여서 인사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상우엄마는 목련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상우가 더 괘씸하단 생각이 들었다
.
'아니 그녀석은 대체 누굴 닮아가지고 보는눈도 그런지.'
상우엄마가 혀를 차고 있었다.
솔직히 어둡긴했지만 샅샅이 살펴본 결과,
그렇게 이쁘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눈에 띄는것도 없는 평범한 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우는 '내색시'라며 공언하고 다니질 않는가.
어디 그뿐이랴. 멀쩡한 엄마 정신을 두고서
저아이에게 딸기를 주려고 건망증이라 몰아붙이다니.
상우엄마는 혀를 쯧쯧차며 대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