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들려온 한밤중의 전화벨 소리에 온 식구가 잔뜩 긴장했었다.
큰언니가 그때까지 집에 오지 않았었고 또 시간은 12시를 달려가고 있었으므로 모두들 극도의 불안감으로 전화벨 소리에 온신경을 집중시켰음은 말을 해도 알수가 있었었다.
잠시후 마루에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는 그걸 반영이라도 하듯 조용했지만 분명 비수에 꽂힌 목소리였기에 모두들 방에서 나와 엄마 주위로 모였었다.
'예,중부경찰서예..예,곧 갈테니깐..'분명히 엄만 허둥지둥 하고 있었다. 엄마 주위로 몰려든 세딸들을 의식해서 인지 엄만 빨리 전화기를 내려놓았고 곧바로 겉옷을 걸치고 '나갔다 올께'하고 휭하니 대문밖으로 사라지셨다.
지금 이순간은 어제랑 아니 그저께랑 별반 다른게 없을 법한데 왜 이리 가슴은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해대는지 섬뜩한 공포로 작은언니,나 동생은 겁을 잔뜩 먹인 솜뭉칠 어깨에 메고 있는 것 처럼 제대로 앉아있기조차 힘이 들었으며 서러움도 어쩔 수 없이 다가왔다.
다른집들은 너무나 조용하고 평온해 보였기에....
몇시간이 지났을까? 엄마랑 파리한 얼굴의 큰언니가 돌아왔었다.
기뻤었다. 큰언닌 멀쩡해 보였으며 엄마도 별일 아니라는 듯 '다 들어가서 안자고 뭐하노'하면서 큰언닐 데리구 안방에 들어가버렸기에...
'하하하'웃음이 나올려고 까지 했었었다.
난 경찰서라고 하면은 무조건 엄청난 죄를 지어 곧바로 감옥으로 가는줄만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풋 정말 웃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안심이다 하고 느낀 순간부터는 왜 경찰서에서 큰언닐 데려왔을까 하는 조급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었다.
정말 한순간 내생각들은 바쁘게도 돌변해 있었었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나만 그런게 아니었었고, 작은언니랑 동생도 나와
같은 궁금증을 그대로 얼굴에 들어내 놓고 있었으니 오늘밤 잠자기는 다 틀렸노라고...그렇게 그날 밤은 지나갔었다.
다음날 큰언닌 출근하지 않았으며, 대신에 엄마가 나갔다 오셨다.
그후로 큰언닌 예전의 그곳에 일하러 가지않음은 물론이거니와 그 재봉사 아저씨에 대해선 입도 벙긋하지 않게 되었었다.
물론 그 이유에 대해서 일언반구 아무 해명의 필요성을 엄만 느끼지 않으셨기에 우리들은 전혀 알 방법이 없었었다.
그리고 며칠사이로 엄마와 큰언닌 둘만의 일인양 어디들 몰래몰래 다녔었고 그 일로 큰언닌 몸져 눕기까지 했었었다.
난 왜 그런지 이미 궁금증이 극에 달해 있었던지라 그날 밤 이후의 일을 함구하고 있는 엄마와 큰언니가 밉기까지 했었었다.
엄만 일주일이 지난후 우리들에게 간단하게 말씀해 주셨었다.
그 사람이 알고 봤더니 폭행사건으로 집행유예중인 전과자란 사실을 우리들에게 통보해 주시며 그래서 큰언닌 그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는 엄마의 말은 아주 간결하다 못해 깔끔하기 까지 했었다.
전과자라니 이건 무슨 얼토당토한 말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우리 큰언닐 꼬드겨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니 한마디로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이 전과자란 사실도 모르고 결혼까지 갈 뻔한걸 알게된 게 아이러니 하게도 그 재봉사 아저씨의 여자문제로 큰언니와 옥신각신 싸우다가 그만 언니한테 주먹을 휘두르게 되었었구 거기에 놀란
큰언니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도와달라고 소리쳐 경찰서에 가게 되었다는 것이었었다. 거기서 신원조회후 그런 밝히고 싶지 않은 그런
치불 드러내고 큰언니에게 사정사정 메달렸었지만 큰언닌 이미 진저리를 치고 있었었다. 물론 여기엔 엄마도 절대 이런놈한테 시집 못 보낸다고 고래고래 악다구를 치시고 오셨으니깐....
큰언닌 아파하고 있었었다. 왜 그렇게 피눈물 흘리는 사람같은 표정으로 괴로워 하는지 어느날 차가운 표정의 작은언니의 입을 통해서 엄마랑 큰언니가 다녀온 것이 뱃속의 애를 떼고 온 것이란 걸 알게 되었었다. 우린 그런 큰언닐 멸시하기 시작했었었다. 늘 입버릇처럼 맏이가 잘되야 그 밑으로 잘된다는데 하면서 큰언닐 알게 모르게 부끄러워 하기 시작했으니깐 큰언니도 알았을 것이다.